한우. 그 이름만으로도 고급의 상징이던 시절이 있었다. 가족 기념일, 직장 회식, 혹은 귀한 손님이 찾아왔을 때만 겨우 꺼내 들 수 있던 특별한 고기. 하지만 이제 그 한우가 ‘일상식’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그것도 삼겹살보다 저렴한 가격에, 그리고 프랜차이즈 창업 아이템으로까지 재조명되며 외식업계에 새로운 지형도를 그리고 있다. 바로 저가 한우 프랜차이즈 브랜드들의 돌풍이 그 배경이다.
저가 한우 프랜차이즈는 고물가 시대에 탄생한 아이러니한 희망이다. 물가 상승으로 소비자들의 외식 문턱은 높아졌지만, 동시에 더 ‘합리적인 소비’를 원하는 가성비 트렌드가 사회 전반을 지배하기 시작했다. 한우 도매가격 하락과 공급 과잉이라는 업계의 구조적 위기 속에서, 유통을 줄이고 가공 단계를 효율화한 이들 브랜드는 오히려 기회를 발견했다.
9800원 꽃등심
‘꾸석지돌판한우’는 대중의 시선을 한눈에 사로잡는다. 브랜드를 공동 창업한 개그맨 이상준씨가 직접 매장을 운영하며 생생한 콘텐츠를 생산하고, 고객들과 소통하는 방식은 요즘 세대에게 더욱 친근하게 다가간다. 단순히 유명인이 운영하는 브랜드라는 차원을 넘어, 돌판에 구워 먹는 1등급 이상 한우의 비주얼과 맛은 소셜미디어상에서 ‘먹고 싶게 만드는 콘텐츠’로 각광받는다.
대표 메뉴는 100g당 9800원인 꽃등심과 1만1800~ 1만2800원의 갈빗살과 치마살. 소비자 입장에서는 “이 가격에 이 정도 퀄리티?”라며 감탄하고, 자연스럽게 재방문과 리뷰로 이어진다.
하지만 저가 한우 프랜차이즈의 매력은 단순히 가격에만 있지 않다. 구조적인 운영 효율성과 시스템화된 창업 모델은 예비 창업자에게 더욱 매력적으로 다가온다. 숯불이 아닌 돌판 구이는 화재 위험을 줄이고, 환기 장비 설치비를 아낄 수 있으며, 비전문가도 쉽게 조리할 수 있는 구조를 만들어준다.
본사에서 정량 손질된 고기를 공급하고, 사이드 메뉴 구성까지 세팅해주는 점은 1인 창업자나 소규모 점포에 큰 장점이다.
한편 ‘한우88도매장’은 이름부터 강력한 메시지를 담고 있다. 100g당 8800원에 1등급 한우를 판매한다는 이 브랜드는 정육점과 식당을 결합한 하이브리드 모델로, 고객이 직접 원하는 부위를 고르고 매장서 바로 구워 먹을 수 있는 시스템을 갖췄다.
한우뿐 아니라 1등급 한돈도 함께 취급하면서, 온 가족이 함께 방문할 수 있는 외식 공간으로 발전했다. 특히 사이드 메뉴로 제공되는 계란찜, 된장찌개, 냉면 등은 식사 만족도를 높이는 요소로 작용하며, 주류 판매를 통한 수익 다변화도 가능하게 한다.
이 브랜드의 본사인 ㈜프로스이앤에프는 이미 300개 이상의 가맹 운영 경험을 바탕으로 체계적인 물류 시스템과 육가공 공장을 자체 운영하고 있다. 이는 중간 유통마진을 제거하고, 가격 경쟁력을 확보하는 중요한 기반이 된다. 개그맨 임우일을 모델로 기용해 대중 친화적인 마케팅까지 병행하고 있다.
또 하나의 주목할 브랜드, ‘오늘도한우’는 대구서 시작된 한우 숯불갈비 전문점이다. ‘한우의 일상화’를 키워드로 삼아, 부담 없이 즐기는 고품질 한우를 제공하고 있다. 대표 메뉴인 한우 갈빗살은 100g당 1만2900원의 가격에 제공되며, 시그너처 사이드 메뉴인 된장찌개는 단순한 곁들임을 넘어선 메인급 존재감을 자랑한다.
이 된장찌개는 실제로 특허까지 출원한 레시피로, 프랜차이즈 매장에서 동일한 품질로 제공되도록 철저히 관리하고 있다.
귀한 한우 ‘일상식’ 자리매김
프랜차이즈 아이템으로 재조명
무엇보다 오늘도한우는 ‘진짜 맛집 전략’에 집중한다. 배달은 하지 않고 오로지 매장 내 식사에 집중하는 구조로, 평일 저녁에도 웨이팅이 생길 만큼 경쟁력이 탄탄하다. 간결한 인테리어와 효율적인 주방 동선, 낮은 로열티 정책은 창업자의 부담을 줄이면서도 고객 만족도는 높일 수 있는 구조다.
삼겹살을 대체할 수 있는 새로운 고기집 모델로서, 향후 전국적 확장 가능성도 매우 높게 평가된다.
청년한우는 그 철학부터 독특하다. 이 브랜드는 “1++가 전부가 아니다”라는 메시지로 시작해, 국내산 2~3등급의 암소 한우만을 선별, 33개 부위로 제공한다. 정육점과 식당이 결합된 형태로, 소비자가 고기를 구매할 수도 있고 먹고 갈 수도 있는 ‘멀티형 고기 매장’이다.
특히 일부 매장은 일주일에 3~4일만 운영하며 ‘당일 신선 고기만 판매’하는 원칙을 고수한다. 이 같은 철학은 입소문을 타고 퍼지며, 이미 여러 차례 방송 및 다큐멘터리를 통해 소개되기도 했다.
청년한우는 자체 경매 시스템, IoT 기반 냉장 온도 관리, 전국 유통망 구축 등 기술 기반 운영 전략을 병행하고 있다. 젊은 감각의 인테리어와 브랜드 네이밍 역시 MZ세대에게 호감을 얻고 있다. 단순히 ‘싼 고기’가 아닌, ‘철학 있는 고깃집’이라는 인식을 만들어내며 외식 문화의 새로운 지평을 열고 있는 중이다.
이런 저가 한우 프랜차이즈의 성공 요인에는 몇 가지 핵심 전략이 숨어 있다. 첫째는 상권 전략이다. 저가형 외식 브랜드는 유동인구가 많고, 가격에 민감한 소비자가 많은 지역서 더욱 빛을 발한다.
둘째는 메뉴 구성의 정밀함이다. 주력 한우 메뉴 외에도 사이드 메뉴, 주류 등을 통해 객단가를 높이고 만족도를 높이는 전략이 효과적이다.
셋째는 안정적인 공급망 확보다. 본사의 유통 시스템이 탄탄할수록 점주의 원가 부담은 줄어들고, 매장의 상품 품질은 유지된다.
진짜 맛집 전략
물론 리스크도 있다. 가격 경쟁이 심화되면 수익성 악화로 이어질 수 있고, 원육 가격 변동에 따른 리스크도 상존한다. 특히 브랜드가 난립하면 반짝 유행 업종으로 그칠 수도 있다. 따라서 본사의 브랜드 운영력을 사전에 치밀하게 파악한 후 창업해야 한다. 중요한 것은 단순히 싸게 파는 것이 아니라, ‘신뢰할 수 있는 구조’ 속에서 운영돼야 한다는 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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