담철곤 목줄 쥔 ‘오리온 비자금’ 키맨들

2011.04.06 09:28:06 호수 0호

가신들 입 ‘근질근질’ 회장님 귀 간질간질

오리온그룹 수사가 급물살을 타고 있다. 검찰이 뒤지는 것은 비자금이다. 의심의 눈초리는 담철곤 회장에 쏠린다. 유력한 용의자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혼자 했을 리 없다. 누가 도왔을 게 뻔하다. 제3자의 입에 따라 ‘판도라의 상자’가 열릴 수도 닫힐 수도 있다는 얘기다. 그 열쇠를 쥔 키맨들은 누구일까.

오너 최측근 조씨…‘검은돈’ 조성 핵심역할 포착
그룹경영 막후실력자 “‘오리온 이학수’로 통해”

지난해 8월 오리온그룹에 대한 세무조사를 벌인 국세청의 수사 의뢰를 받은 검찰은 기초적인 자료 검토 등 내사를 마친 뒤 본격적인 ‘털기’에 나섰다.<본지 794호 참조> 검찰은 오리온그룹 오너일가가 청담동 마크힐스 부지 헐값 매매로 생긴 차액을 미술품 거래를 통해 돈세탁 후 챙긴 것으로 보고 있다.

오리온 비자금을 뒤지고 있는 검찰의 칼끝은 담철곤 회장을 겨누고 있다. 일단 각종 의혹으로 담 회장을 단단히 옭아맨 모양새다. 큰 줄기를 옴짝달싹 못하게 만들고, 줄줄이 딸린 가지들부터 하나하나 쳐낼 요량으로 보인다.

그 첫 가지가 담 회장의 최측근인 조모씨다. 검찰은 그룹 고위 임원 조씨가 비자금 조성에 핵심역할을 한 정황을 포착한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조씨를 이번 의혹의 핵심 인물 가운데 한 명으로 보고, 담 회장에 대한 본격적인 조사에 앞서 그를 소환조사할 방침이다. 담 회장을 꽁꽁 묶기 위한 사전 작업인 셈이다.

검찰 안팎에선 조씨가 ‘검은 돈거래’를 사실상 진두지휘했다는 얘기가 흘러나오고 있다. 청담동 마크힐스 부지를 헐값에 매매하는데 주도적인 역할을 했다는 것이다. 이외에 비자금 조성용으로 의심되는 의문의 토지거래를 하는 등 석연치 않은 구석도 있다.

큰 줄기 잡아두고 
가지들부터 쳐낸다


실제 이번 사건의 ‘몸통’으로 지목된 조씨는 비자금 조성에 깊이 관여한 혐의를 받고 있다. 국세청은 오리온그룹 세무조사 후 횡령과 탈세 혐의로 검찰에 수사 의뢰했을 당시 조씨를 피고발인으로 적시했다. 검찰은 국세청에서 넘겨받은 조사자료를 통해 조씨의 역할을 일부 확인했다는 후문이다.

검찰은 참고인 등 관련자들을 소환해 조사를 벌이는 과정에서 “오리온그룹의 고위 임원 (조씨가) 그룹의 비자금 조성에 주도적인 역할을 한 것으로 알고 있다. 비자금 조성 및 운용을 총괄지휘했다”는 취지의 진술을 확보한 것으로 전해진다.

‘비자금 키맨’으로 의심받고 있는 조씨는 외부에 잘 알려지지 않은 인물이다. 오리온그룹 오너일가의 최측근으로 꼽히는 조씨는 전략통이자 재무통으로 그룹 경영 전반에 깊숙이 관여해온 막후 실력자다.

그룹 내부에선 담 회장을 지근거리에서 보좌해 ‘오리온 집사’로 통한다. 그를 ‘삼성 집사’ 이학수 삼성전자 고문에 비교하기도 한다.


‘배달꾼’ 의심 시행사 사장 박씨
‘돈세탁’의혹 갤러리 대표 홍씨
‘미스터리 유령 갤러리’
열쇠 쥔 박·김씨 주목

1980년대부터 오리온에서 근무한 조씨는 그룹 몸집을 늘리는데 주도적 역할을 하는 등 오리온그룹의 성장을 이끈 주역으로 인정받았다. 이 과정에서 오리온일가의 전폭적인 지원과 두터운 신임을 얻었다. 2000년대 들어 대대적인 세대교체를 통해 ‘구세력’이 대부분 숙청될 당시 자리를 지킬 수 있었던 것도 이 때문으로 풀이된다. 오히려 더 잘나갔다. 한때 10여개 계열사의 등기이사를 겸임하기도 했다.

전직 계열사 한 임원은 “조씨는 그룹 전반의 자금줄을 훤히 알고 있다”며 “그를 털면 ‘검은돈’의 실체가 드러날 가능성이 크다. 이번 사건의 사실관계를 파악하는 데 핵심적 역할을 할 것”이라고 귀띔했다.

‘오리온 비자금’ 수사의 또 다른 키맨은 시행사 M사 대표 박모씨다. 검찰은 박씨가 오리온 비자금의 실체를 규명하고 오너일가의 개입 여부를 확인하는 데 핵심 연결고리가 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소환해 조사를 벌였다. 검찰은 상황에 따라 추가소환도 배제하지 않고 있다.

박씨는 검찰 조사에서 “내가 잘 아는 오리온 고위 임원이 청담동 마크힐스 시행사 대표에게 회사 소유의 창고 부지를 시세보다 싸게 팔 테니 비자금을 마련해달라고 요구했고, 나중에 갤러리 계좌로 입금됐다”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오리온그룹 계열 건설사인 메가마크는 지난해 3월 청담동 마크힐스를 완공했다. 19가구 규모의 건물 2개동으로 이뤄진 마크힐스는 분양가만 40억∼70억원에 달하는 초호화 빌라다. 이 빌라를 짓는 과정에서 비자금 조성설이 제기됐다.

오리온그룹이 2006년 7월 물류창고 부지로 쓰던 청담동 땅(1755.7㎡·약 530평)을 시행사인 E사에 인근 부지의 시세보다 훨씬 낮은 가격에 매각하고 차액으로 비자금을 조성했다는 것이다. 박씨는 이 돈을 S갤러리에 전달한 의혹을 받고 있다. ‘배달꾼’ 역할을 했다는 것이다.

“3인방만 털면 
‘검은돈’ 드러난다”

박씨가 대표를 맡은 M사는 메가마크가 시공한 흑석동 마크힐스의 시행사로, 메가마크가 전체 지분의 90%를 보유하고 있다. 그의 남편은 유명 중견가수 최모씨다. 최씨는 E사의 지분을 26% 보유한 최대주주다. 최-박씨 부부는 오리온그룹 오너일가와 친분이 두터운 것으로 알려졌다.


조씨, 박씨와 함께 눈여겨봐야 할 인물은 국내 유명 화랑인 S갤러리 대표 홍모씨다. 돈세탁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있는 검찰은 S갤러리와 홍씨 집을 압수수색해 미술품 거래내역 등을 확보했다.

홍씨 역시 오리온그룹 오너일가와 평소 친분이 두터운 관계다. 검찰은 양측 사이에 모종의 거래를 의심하고 있다. 오리온그룹이 헐값에 땅을 판 것처럼 다운계약서를 작성하는 수법으로 돈을 빼돌려 S갤러리를 통해 세탁하지 않았냐는 의혹이다.

검찰은 오리온그룹이 청담동 부지로 마련한 돈이 S갤러리와 그림 거래를 하는 형태로 흘러들어간 정황을 파악해 경위를 확인 중이다. 이 경위가 사실로 드러날 경우 S갤러리는 오리온그룹의 비자금 창구가 되는 것이다. 홍씨는 2006년 7월 서울 신사동 일대 토지를 최씨와 공동으로 사들인 뒤 2007년 5월 이 땅을 조씨에게 되팔은 이상한 매매와 관련해서도 의혹을 받고 있다.

홍씨는 재벌가 비자금과 악연이 깊다. 2004년 해외 미술품 유통 비리와 관련해 관세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데 이어 2008년 삼성 비자금 수사 당시 삼성을 대신해 리히텐슈타인의 그림 ‘행복한 눈물’을 해외 경매를 통해 샀다는 의혹을 받았다. 최근엔 그림로비 의혹 등으로 수사를 받고 있는 한상률 전 국세청장이 부하를 시켜 최욱경 화백의 그림 ‘학동마을’을 구입한 곳으로 지목돼 진땀을 흘리고 있다.

검찰 관계자는 “오리온그룹 비자금에 연루된 핵심인사들을 잇따라 소환해 강도 높은 조사를 벌이고 있다”며 “이들은 현재 참고인 신분이지만, 언제든 피의자 신분으로 바뀔 수 있다”고 말했다.

공교롭게도 ‘오리온 비자금’열쇠를 쥔 조씨와 박씨, 홍씨 ‘3인방’은 진흙탕 싸움을 벌이고 있다. 유명작가의 작품을 놓고 민사소송 중이다. 세 명 모두 비자금 조성 의혹의 핵심 인물들이라 소송 향배가 주목된다. 자칫 비자금 사건으로 불똥이 튈 수 있어 더욱 시선이 쏠린다.

박씨는 지난해 11월 조씨와 홍씨를 상대로 “앤디 워홀의 1965년 작품 ‘플라워’를 반환하라”며 5억1480만원의 양수금 소송을 제기, 현재 서울중앙지법에서 권리다툼이 진행되고 있다. 박씨는 소장에서 “2009년 3월 조씨를 통해 홍씨에게 그림을 팔아달라고 위탁했는데 이후 계약을 해지하고도 그림을 돌려받지 못했다”고 주장했다. 또 S갤러리가 ‘미술품 구매용’이란 이유로 반환하지 않았다며 4억9400만원도 요구했다.

“오너일가와 평소 
친분 두터운 관계”

미국 팝아트의 선구자인 워홀의 1965년 작 ‘플라워’는 가로·세로 20.3㎝의 크기로 거래가가 8억원가량으로 추산된다. 이에 조씨와 홍씨는 “워홀의 그림은 박씨가 빌려간 돈에 대한 담보로 받은 것”이라며 박씨를 상대로 1억5000만원의 대여금 관련 반소를 제기한 상태다. 홍씨는 “조씨로부터 위탁받은 미술품이니 조씨에게 반환하겠다”고 밝힌 것으로 알려져 그림 소유주가 오리온그룹 측이 아니냐는 의문이 증폭되고 있다.

검찰은 ‘메가마크-시행사-갤러리’ 3각 커넥션 의혹과 별개로 H갤러리 의혹도 수사 중이다. 오리온그룹이 H갤러리를 통해 비자금을 조성했다는 정황을 캐고 있다.
오리온에 포장용기를 납품하는 I사는 2005년 3월 55억원에 H갤러리를 설립했다. H갤러리는 S갤러리에서 80억원 상당의 미술품을 사들인 뒤 이중 20억원어치만 되팔았다. 60억원 상당의 미술품이 H갤러리에 남아 있어야 하지만, H갤러리는 2008년 폐업하면서 청산소득 신고를 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60억원이 오리온그룹 비자금일 가능성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I사의 최대주주는 H갤러리가 폐업하기 전까지 오리온그룹 임원 출신인 박모씨였다. 2대주주도 오리온그룹 임원 출신인 김모씨다. 검찰 주변에선 둘 다 ‘판도라 상자’ 열쇠를 쥔 인물로 꼽히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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