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호탁의 정석투자> 주식 비중을 줄일 때

2016.11.24 09:05:16 호수 1093호

“이렇게 분통 터지는 일이 있나요?”



택시를 탔더니 기사가 말을 걸어왔다. 개인적으로 문제가 생겼는지 물었더니 “이 나라 국민으로 산다는 게 자괴감이 들어서 그런다”고 답했다.

느닷없이 ‘자괴감’이라는 단어가 유행하는 웃지 못할 일들이 생겼다. 몇 년째 계속 신문을 펼치면 비관적인 통계나 사건들이 한국민을 우울하게 해 오더니 이제는 한국호의 지휘 본부서 나오는 상상 이상의 막장 드라마가 연일 경악할만한 일들을 새롭게 보여주며 언제 대단원의 막을 내릴지 예측을 불허한다.

국민들이 뼈빠지게 일해서 낸 세금이 대통령의 각종 미용주사와 측근들의 온갖 농단으로 새나갔다니 국민은 편안한 잠을 잘 수 없고 이는 바로 생산성 저하로 이어진다.

어떤 사회가 거짓말과 유체 이탈 화법을 잘 구사해야 출세하는 구조라면 교육이 무슨 필요가 있고 거기에 무슨 좋은 미래가 올 수 있을까? 경제추격연구소 소장인 서울대 이근 교수는 ‘2017 한국경제 대 전망’서 “현재 한국이 처한 현실은 시스템 실패 상황”이라 했다.

같은 연구소의 이준협 국회의장 비서관은 “추가경정예산안과 기준 금리 인하로 버텨온 한국 경제에 있어 내년도는 기대할 게 없다”라고도 했다. 저금리 등 더 이상 경기 부양을 위한 정책 수단이 없다는 말이다.


내수가 살아난다면 좋겠지만 부풀어 오른 가계 부채 문제와 금리 인상 등으로 기대하기 어렵다. 경제 외적 불확실성으로 내부 위험이 증대되고 있는 것이다. 거기에 각국은 미국을 필두로 보호무역을 강화하고 자국의 이익만을 최우선시하는 정책으로 국제사회 환경도 거칠어지고 있다.

여기에 최근 여성이라는 수식어를 떼고 당당히 경제의 큰 축을 담당하고 있는 여성 인력들이 업무 수행에 무슨 근본적인 한계가 있는 것처럼 말하는 인사들이 있었다.

정홍원 전 총리는 최근 사태가 “박 대통령에 대한 마녀사냥”이라고 했고 최순실씨의 전 남편 정윤회씨는 “약한 여자를 지켜주고 싶다”고 했다. 변호인 유영하씨는 일성으로 “여자의 사생활이니 보호해야 한다”는 취지의 말을 하고 전 비서실장 김기춘씨는 “대통령이 여성이라 세월호 7시간을 못 물어봤다”고 했다.

이런 발언들은 여성들의 경제활동을 위축시키고 여성이 리더로 활동하는 데 어려움을 겪도록 할 수 있는 것이다. 이렇듯 정치 불안정과 국내·외적인 상황 변화에 기민한 대처를 하지 못하는 일들이 주식시장에 큰 악재를 던지고 있다. 먼 미래를 내다보는 게 어려운 현실이다.

여야 가릴 것 없이 자천타천 대권 주자들이 불안에 빠져 있는 국민은 아랑곳하지 않고 무슨 하늘이 준 기회라며 현재의 상황을 내심 즐긴다면 국민들은 그들 또한 기억해야 한다. 그런 사람들이 정권을 잡는다면 역시 경제도 나아질 게 없을 것이기 때문이다. 정치인들은 ‘애국’이라는 말을 좋아한다.

나라를 사랑한다는 것은 나라를 위해 책임 있고 지혜로운 행동을 하는 것이다. 그것은 국민의 마음을 헤아리고 그들의 말을 경청하는 것이다. 더 이상 나라의 주인인 국민을 맥 풀리고 슬프게 해서는 한국의 미래가 매우 걱정된다.

현 상황이 지속된다면 주식 비중을 줄여야 한다.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와 같은 ‘블랙스완’은 아니라도 어느 날 갑자기 큰 혼란이 올 수도 있기 때문이다.

피터린치는 그의 저서 <주식투자의 법칙>서 “주식투자에서 손실을 보는 것은 부끄러운 것이 아니다. 창피한 일은 경제의 기본적인 요소들이 악화되고 있는데도 주식을 손에 쥐고 있는 것이다, 더 나쁜 것은 여기에서 더 사들이는 것”이라고 말했음을 상기해볼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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