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제의 판결]어느 티켓다방 여종업원의 변심

2011.03.22 09:03:08 호수 0호

“결혼해 준다더니 돈만 받고 나 몰라라”

다방 그만두고 결혼하는 조건으로 선불금 갚아줘
빚 갚고 다방 그만뒀음에도 교제 거부하자 ‘소송’



최근 대법원에서 영화 <너는 내 운명>에서 다방 종업원에게 홀딱 반한 농촌 총각을 연기했던 영화배우 황정민을 떠올리게 하는 판결이 나왔다. 다방 종업원과 교제하던 40대 남성이 결혼을 전제로 동거할 것을 약속한 다방 종업원을 위해 선불금 정산 비용을 지급했지만 다방을 그만둔 뒤 교제를 거부한 여성에게 받은 돈을 반환하라고 판결한 것. 40대 남성의 순수한 사랑과 이를 이용한 다방 종업원의 ‘동상이몽’ 연애의 기술을 들여다봤다.

다방을 그만두고 결혼하는 조건으로 돈을 받고도 변심한 다방 종업원에게 선불금 반환을 명한 대법원 확정 판결이 나와 눈길을 끈다.

대법원 1부(주심 이인복 대법관)는 지난 13일 이모(40)씨가 “결혼을 전제로 선불금을 갚아줬는데 약속을 지키지 않았다”며 속칭 ‘티켓다방’ 여종업원 전모씨를 상대로 낸 대여금 청구소송에서 “전씨는 이씨에게 1390만원을 지급하라”며 원고 일부 승소 판결한 원심을 확정했다고 밝혔다.

사랑이 어떻게 변하니

이씨와 전씨의 인연은 2009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이씨는 2009년 안산시에 소재한 속칭 티켓다방에서 종업원으로 일하던 전씨를 처음 만났다. 다방에 오가는 횟수가 잦아지면서 이씨는 전씨에게 호감을 느꼈고, 두 사람은 같은 해 4월경부터 교제를 시작했다.

짧은 시간 이었지만 전씨에게 좋은 감정을 느낀 이씨는 전씨 부모의 병원비 명목으로 같은 해 5월6일 전씨에게 50만원을 건넸다. 이후 같은 달 18일에는 18만원이 넘는 전씨의 휴대전화 요금을 대신 내줬다.

당시 이씨는 전씨가 티켓다방에 메여있는 이유가 선불금 때문이라고 판단했고, 자신이 선불금만 갚아주면 전씨와 좀 더 가까워질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이는 전씨 역시 마찬가지였다. 전씨는 이씨에게 선불금만 갚아주면 결혼을 전제로 동거할 의사를 밝혔고, 이씨는 전씨를 믿고 휴대전화 요금을 대신 내준 바로 그날 전씨에게 선불금 정산비용으로 1330만원을 송금했다.

1000만원이 넘는 큰돈이었지만 전씨의 사랑을 믿었던 이씨는 그 돈이 전혀 아깝지 않았다. 선불금 정산이 무엇보다 필요했던 전씨는 이씨가 보내준 돈으로 당일 다방업주와 선불금을 정산하고 그 길로 다방을 그만뒀다. 드디어 자유의 몸이 된 것이다.

하지만 이후 전씨의 태도가 달라지기 시작했다. 이씨가 연락을 할 때마다 무슨 일인지 연락이 잘 되지 않았고, 나아가 일부러 이씨를 피하는 듯한 낌새가 역력했다.

급기야 같은 달 29일에는 이씨에게 1330만원의 송금액을 갚겠다는 내용의 문자 메시지를 보내기도 했다.

결혼을 전제로 한 교제나 동거도 어느새 없는 이야기가 됐다. 사랑이라 믿었던 전씨의 난데없는 변심에 커다란 상실감을 느낀 이씨는 결국 돈이라도 되찾고자 하는 마음에 소송을 제기했다.

하지만 1심은 이씨의 청구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전씨와의 교제를 위한 증여금이라고 판단한 것. 사랑과 돈 모두를 잃은 이씨는 1심 재판 결과를 받아들일 수 없었고, 항소를 제기했다.

항소심은 선불금 반환에 대해서는 이씨의 손을 들어줬다. 2010년 9월 수원지방법원 제2민사부는 티켓다방 종업원을 위해 업주에게 선불금을 지급해 일을 그만둘 수 있게 한 것은 결혼을 전제로 한 조건부 증여이므로 교제를 하지 않는다면 종업원은 선불금을 반환해야 한다고 판결한 것.

당시 재판부는 “전씨가 이씨와 결혼을 전제로 동거하기로 해 선불금을 정산하고 티켓다방 생활을 청산한 것임을 인정할 수 있는 바, 이씨의 송금이 증여의 성격으로 이뤄졌다 하더라도 이는 전씨가 이씨와 결혼을 전제로 동거하는 것을 조건으로 한 것”이라면서 “전씨가 티켓다방을 그만둔 후 이씨와 동거나 교제를 거절해 약속을 불이행했으므로 전씨는 송금액을 반환할 책임을 진다”고 판단했다.


성매매와 결부되는 티켓영업을 하는 티켓다방 종업원 생활을 청산하고 결혼을 전제로 동거하는 것을 조건으로 선불금 정산 비용을 지급하기로 한 약정은 그 조건이 사회질서에 반해 민법 제103조에서 정한 반사회질서의 법률행위로서 무효라고 할 수 없다는 설명이다.

사랑은 잃었지만…

그런가 하면 재판부는 “이씨가 전씨 부모의 병원비, 전씨가 조퇴하는 대신 다방업주에게 지급한 입금액 등으로 지출한 76만원은 반환하지 않아도 된다”고 판시했다.

이는 이씨가 다방 영업시간 중 전씨를 만나는 시간에 대해 다방업주에게 지급할 영업비 등으로 송금한 것으로 이씨가 전씨와의 교제를 위해 지출한 것으로 이씨를 기망해 송금 받은 것으로 보이지 않는다는 이유에서다.

한편, 항소심의 재판 결과에 만족하지 못한 전씨는 상고를 제기했지만 결과는 마찬가지였다. 대법원 역시 “이씨가 송금한 송금액 중 일부는 이씨가 전씨와의 교제를 위해 지출한 것으로 보인다”면서 일부 승소 판결을 내렸고, “소액사건심판법에 규정된 상고 이유에 해당되지 않는다”며 전씨의 상고를 기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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