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이계 ‘제2의 노무현 프로젝트’ 막후<2> 예비후보군 탐색

2011.03.08 09:44:41 호수 0호



이재오 고향 경북서 강원도로 고치고 광폭행보
광주 출신 정두언, 호남 인연 강조하며 애정공세
‘정통 영남’ 김문수, 영남+경기도 집토끼 잡을까

누가 ‘박근혜 대세론’을 꺾을까. 한나라당 일각에서 당의 전통적 지역 기반인 영남과 +α할 수 있는 친이계 대선주자를 찾으려는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다. 비영남 출신에 수도권을 중심으로 움직이고 있는 친이계 유력 인사들이 그 후보로 거론되고 있다. 당의 지지 기반에 개인적인 지지층까지 더하면 시너지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특히 역대 대선에서 수도권 민심이 판세를 좌우했다는 점에서 이들에게 거는 기대는 남다르다. 후보군에 오르내리는 이들의 최근 행보와 영남 지지층과의 +α 가능성을 따져봤다.



‘박근혜 대항마’가 될 친이계 정치인은 누구일까. 한나라당의 텃밭인 영남은 물론 충청, 호남에서도 상당한 지지율을 보이고 있는 박근혜 전 대표의 앞을 막아서기 위해서는 영남+α 의 지역적 지지 기반을 가진 인사를 집중적으로 키워내야 한다는 주장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현재 정가 안팎에서 친이계 유력 주자로 평가받는 이로는 오세훈 서울시장과 김문수 경기도지사, 정몽준 전 대표, 원희룡 사무총장, 홍준표 최고위원, 남경필 의원 등이 있다. 또한 안상수 대표와 이재오 특임장관, 진수희 보건복지부 장관, 정병국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나경원·정두언 최고위원, 주호영 여의도연구소장, 조윤선 의원 등도 손에 꼽힌다.

영호남 잡은 박근혜, 더 큰 판 벌일 이는?

주호영 소장은 영남 출신에 영남을 주무대로 활동하고 있고, 오세훈 시장, 나경원 최고위원, 조윤선 의원은 서울 출신으로 수도권을 주 활동 무대로 한다. 진수희·정병국 장관, 원희룡 사무총장, 정두언 최고위원은 각각 충청, 경기도, 제주, 광주 출신이지만 서울과 경기도 등 수도권이 지역구다. 김문수 지사와 안상수 대표, 남경필 의원 등은 영남 출신이지만 수도권에 기반을 두고 있다. 이재오 특임장관과 정몽준 전 대표, 홍준표 최고위원도 지역구가 서울이다.

이처럼 친이계 유력 인사 대부분이 수도권을 활동 무대로 삼고 있다. 그러나 이들 중에서도 정치적 역량이 어느 정도 수준에 오른 몇몇 이들만이 친이계 대표주자감으로 한손에 꼽히고 있다. ‘박근혜 대항마’가 되기 위한 시간은 1년여 남짓한 시간만을 남겨두고 있는 상황이라 ‘바탕’이 마련되지 않고는 힘들기 때문이다.


이러한 이유로 적지 않은 친이계 인사들 중에서도 현 정권의 2인자로 꼽히는 이재오 특임장관의 행보에 시선이 모아지고 있다. 특히 이 장관은 최근 한 포털 사이트에 그동안 본적지인 경북 영양으로 표시돼 왔던 출생지를 ‘강원도 동해’로 바꿔 그 배경에 시선이 쏠리고 있는 상황이다.

바뀐 출생지 ‘우연일까 필연일까’

이 장관은 1945년 1월 강원도 묵호(현 동해시)에서 태어났으나 1948년에 경북 영양군 석보면으로 내려와 영양에서 고등학교까지 다닌 것으로 알려졌다.

이 장관은 출생지를 바꾼 후 강원도 챙기기에 적극적으로 나섰다. 그는 지난 1월13일 서울 세종문화회관에서 열린 강원도민회 2011년 정기총회 및 신년인사회에 참석하는 등 강원도 관련 행사에 적극 참여하고 있다.

동해시도 이 장관의 명예시민 선정을 추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장관이 묵호 출신인 데다 동해안권 경제자유구역 지정 등 현안 해결 및 시정 발전에 기여할 것으로 예상된다는 게 그 이유다.

그러면서도 이 장관은 경북 영양에 대한 애정을 한껏 드러내 눈길을 끌고 있다. 지난 1월15일 경북 영양의 한우 농가를 찾아 직접 소에 구제역 백신 주사를 놓은 것.

이 장관은 이날 영양군청 상황실에서 군청 관계자들로부터 지역 민원사항 등을 청취하면서 “고향이기 때문에 좀 더 상세하고 구체적으로 물었으니 이해해주기 바란다”라며 영양이 고향이라는 점을 강조했다.

지난 1월17일에는 서울 세종문화회관에서 대구경북시도민회 주최 신년 인사회에 참석, “한나라당 국회의원 중에서 서울에서 4선을 하고 있는 것은 제가 처음”이라며 “은평구에서 4선을 하고 있는 것은 낙동강 칠백리 내 고향 일월산의 정기를 받은 덕분이라고 생각한다”고 고향 사랑가를 불렀다.

이에 대해 정치권은 이 장관이 ‘고향’을 매개로 정치적 활동 영역을 넓히려는 것으로 보고 있다. 수도권은 이 장관이 오랜 시간 활동해온 지역구가 있는 곳이며, 강원도 동해를 고향으로 강조하며 ‘강원도’ 민심을 잡고, 경남 영양에 대한 애정도 변함없이 드러내면서 ‘영남’에 대한 뿌리를 강조하겠다는 것이다.

정가 한 인사는 “박 전 대표의 지지율은 전국에서 고르게 나타나고 있지만 대선이 가까워지면 표 분산이 일어난다”며 “영남의 지지는 양분될 수 있는 부분이고 호남의 지지가 ‘그림의 떡’이라면 박 전 대표의 세가 강한 충청권보다는 수도권이나 강원도 등에서 세를 확보해야 한다는 계산이 있었을 것”으로 분석했다.


그는 이어 “지역에 연고가 있다는 것은 해당 지역으로 발걸음을 옮길 수 있는 좋은 명분”이라며 “지역 인맥을 구축하고 이를 활용해 지지 기반을 다지면 +α될 수 있는 부분이 좀 더 빨리 드러나지 않겠냐”고 말했다.

이 장관만큼이나 ‘고향’으로 인해 주목받는 이가 정두언 최고위원이다. 한나라당에서 드문 광주 출신 인사이기 때문이다.

이에 정가 호사가들 사이에서는 김대중 전 대통령이 ‘후계자’로 호남 인사가 아닌 민주당에게는 척박한 땅인 영남의 지지를 끌어오려 노력했던 노무현 전 대통령을 골랐던 사례가 적용될 수 있는 유일한 인물이라는 말도 나오고 있다.

광주 출신 ‘MB 복심’노무현 따라가나

아직까지 한나라당은 영남, 민주당은 호남을 지지 기반으로 한다는 인식이 뚜렷하기는 하지만 바닥 민심은 점차 희석돼가는 분위기다. 지난해 지방선거에서 야권 단일 후보였던 김두관 경남도지사가 영남에서 축배를 든 것이나, 비록 당선은 하지 못했지만 한나라당 후보로 나선 정운천 최고위원이 한나라당 사상 호남 지역 최다 득표율인 18.2%를 기록하는 등 의미있는 소식들이 전해지고 있다.

한나라당은 여세를 몰아 올해 들어 첫 현장 방문 일정을 ‘호남’으로 잡는 등 호남 공략에 나섰다. 차기 총선과 대선을 앞두고 한나라당에게는 ‘적진’이라 할 만한 곳부터 지지 기반을 다져 나가겠다는 것이다.

당 지도부는 지난 1월26일 정치적 불모지인 광주로 향해 국립 5·18민주묘지를 찾아 참배한 뒤 광주시당에서 현장 최고위원회의를 개최했다.

안상수 대표는 이 자리에서 “2007년 대선에서 이명박 대통령은 평균 8.9%의 지지율을 기록했고, 지난 6·2 지방선거에서는 호남에 출마한 한나라당 광역단체장 후보들이 10%의 득표율을 넘어섰다. 우리당 대선 후보 한 분이 호남에서 여론조사 1위를 달리고 있는 것만 봐도 격세지감을 느끼게 하고 있다”며 “우리 한나라당이 척박한 호남 땅에서 헌신적인 자세로 노력해 온 끝에 지금은 희망의 싹이 움트고 있고, 생명력 강한 풀뿌리가 자라고 있다”고 강조했다.

안 대표는 이어 “대한민국의 민주주의는 광주의 희생과 눈물 위에 세워진 것”이라며 “동서화합과 국민통합의 새 시대정신으로 광주시민이 한나라당과 손을 잡아 달라”고 호소했다.


김무성 원내대표는 “호남인의 마음을 얻는 것은 진심을 갖고 끊임없이 노력하는 방법밖에 없으며, 돌부처도 1천 번 절하면 돌아앉는다는 심정으로 노력해왔다”고 했다. 정 최고위원도 호남 지역의 숙원사업을 거론하며 당의 관심을 촉구했다.

정 최고위원 개인적으로 호남에 들이고 있는 공이 상당하다. 그는 지난 설 연휴를 앞두고 “큰 아버지는 광주에서 6선 국회의원과 야당의 원내총무와 사무총장을 지낸 정성태 전 국회부의장으로 호남출신 큰 정치인이자 지조와 청렴의 상징인 제 인생의 큰 그림자였다”며 “이 같은 큰 아버지의 뜻을 받들어 항상 지조를 지키며 사욕이 없는 정치를 위해 노력해왔다”고 호남과의 인연을 강조했다.

그는 이어 “큰 아버지의 유지에 따라 한나라당 내에서 국가와 국민을 위해서라면 양지를 마다하고 그 길을 걸어가는 정치인이 될 것”이라며 “그 길이 비록 외롭고 힘든 길이어도 호남인들과 국민 여러분의 사랑과 믿음을 생각하며 기쁘게 받아들이겠다”고 말했다.

정 최고위원은 또 “한나라당 내에서 호남 출신으로 최초 선출직 최고위원이 될 수 있었던 큰 힘에는 호남의 도움이 절대적이었다”며 “호남의 사랑과 후원은 제가 정치를 해나갈 수 있는 원동력”이라고 강조했다.

영남색 약해진 김문수 “내가 진짜 정통 TK”

이 장관과 정 최고위원이 각각 강원도, 호남에 구애를 하고 있다면 김문수 경기도지사는 자신의 ‘정치적 고향’보다 ‘진짜 고향’에 눈길을 돌리고 있다.

김 지사는 경북 영천에서 태어나 경북고를 나온 TK(대구·경북) 토박이다. 그러나 지난 1월 서울 중구 한국프레스센터에서 열린 재경 대구·경북 신년교례회에서 TK의 맹주로 자리잡은 박 전 대표의 인사말을 듣고 있어야 했다.

이에 대해 김 지사 주변에서는 “김 지사가 오랜 기간 경기도 지역을 중심으로 활동해서 그렇지, 알고 보면 대구에서 태어났지만 서울에서 성장한 박 전 대표보다 TK에 가까운 인물”이라며 “이러한 점이 부각되면 영남과 경기도 모두 ‘집토끼’로 끌어안을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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