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LPGA 박성현 천하 ‘스토리’

2016.10.31 11:06:52 호수 0호

‘토종 원톱’ LPGA 안 부럽다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투어 1인자로 우뚝 선 박성현(23·넵스)은 지난달 4일 한화금융 클래식 우승 트로피를 들어 올리면서 우승 상금 3억원을 추가, 시즌 상금 12억591만원을 획득했다. 이는 미국여자프로골프(LPGA)투어와 일본 여자프로골프(JLPGA)투어에서 뛰는 웬만한 한국 선수와 비교해봐도 비슷하거나 능가하는 액수다.

 



상금·세계랭킹 LPGA 선수 능가
시즌 상금 12억원 돌파 초읽기

현재 LPGA투어에서 가장 많은 상금을 벌어들인 한국 선수는 김세영(23·미래에셋)이다. 김세영은 이번 시즌에 2승을 올리며 122만1219달러를 받았다. 원화로 환산하면 약 13억4847만원이다. 박성현과 크게 차이 나지 않는다. 한국 선수 가운데 두 번째로 시즌 상금이 많은 전인지(22·하이트진로)는 91만7554달러(약 10억1316만원)로 박성현이 국내에서 번 상금보다 적다. 올해 2차례 우승을 차지한 장하나(24·비씨카드)가 벌어들인 상금 역시 84만1633달러(약 9억2933만원)로 박성현에 미치지 못한다.

4차례 우승을 차지하면서 238만달러(약 26억3038만원)를 번 리디아 고(뉴질랜드)나 5승을 쓸어담아 213만2483달러(약 23억5000만원)를 쌓아 올린 에리야 쭈타누깐(태국)에는 한참 떨어지지만 적어도 한국투어에서 활동하다 미국으로 건너간 선수들에게는 뒤지지 않는다.

어마어마한 상금

일본 여자프로골프투어를 주름잡는 한국 출신 선수들에도 크게 밀리지 않는다. 상금왕 2연패를 향하고 있는 이보미(28)는 올해 1억3472만엔(약 14억3569만원)을 벌어 박성현보다 2억3000여만원 더 벌었지만 8376만엔(약 8억9268만원)을 받아 상금랭킹 3위에 오른 신지애(28)는 박성현보다 시즌 상금액이 적다. 김하늘(28·하이트진로)도 18개 대회에 출전, 한 차례 우승을 포함해 12차례 톱10에 입상하면서 상금랭킹 4위를 달리지만 벌어들인 상금은 8366만엔(약 8억9156만원)으로 박성현에 미치지 못한다.


물론 박성현이 무려 7승이나 거둬 상금을 싹쓸이한 효과도 없지 않다. 하지만 국내 상금랭킹 2위 고진영(21·넵스)이 8억208만원을 벌어들여 일본 여자프로골프 상금랭킹 5위와 LPGA투어 상금랭킹 15위 선수를 뛰어넘었다는 사실을 보면 얘기가 달라진다. 한국여자프로골프 투어에서 상금왕을 다투는 최정상급 선수라면 미국이나 일본투어 선수 부럽지 않은 수입을 올릴 수 있다는 얘기다.

한국여자프로골프 투어에서 올해 시즌 상금 3억원을 넘긴 선수는 11명에 이른다. 우승 한번 없이 3억861만원을 탄 김지현(23·롯데)은 LPGA투어로 치면 상금랭킹 50위 이내에 든다. LPGA투어 상금랭킹 50위 이내에 들면 출전 선수를 제한하는 인비테이셔널 대회에 나갈 수 있다. 일본 여자프로골프 투어에서도 원화로 3억원 이상을 벌면 상금랭킹 20위 이내에 진입한다. 각종 투어 비용이나 세금과 물가 등을 고려하면 한국여자프로골프 투어 정상급 선수의 실질적인 상금 규모는 더 커진다.

 

박성현이 한화금융 클래식 우승으로 던진 또 하나의 시사점은 세계랭킹이다. 올해 1월 첫째 주 세계랭킹이 27위였던 박성현은 한화금융 클래식 우승 이후 세계랭킹을 12위까지 끌어 올렸다. 미국이나 일본 투어가 주 무대가 아닌 한국여자프로골프투어 선수로는 전인지 다음으로 높은 순위에 올랐다.

박성현(23·넵스)은 지난 8월26일의 하이원리조트 여자오픈 대회 기권 상황과 관련해 직접 입을 열었다. 그동안 박성현의 캐디 장종학 씨를 통해 기권 상황이 설명되기는 했지만, 본인의 입을 통한 해명 기회는 없었다. 박성현은 지난달 1일 충남 태안의 골든베이 골프&리조트(파72, 6546야드)에서 벌어진 ‘한화금융 클래식 2016’(총상금 12억원, 우승상금 3억원) 1라운드를 마친 뒤 가진 약식 인터뷰에서 “평균 타수 관리를 위해 기권을 했다는 것은 말도 안 된다”고 강변했다.

이날 박성현은 미국의 렉시 톰슨(21)과의 장타 대결로 관심이 쏠린 가운데 2오버파 74타의 저조한 성적을 냈다. 미국 LPGA무대 진출을 꿈꾸고 있고, 또 상대가 LPGA에서 장타를 주무기로 하는 렉시 톰슨이기에 둘의 맞대결은 골프팬들의 눈길을 사로잡기에 충분한 카드였다. 하지만 1라운드에서의 렉시 톰슨은 장타를 숨기고 침착하게 난관을 헤쳐나가는 전략적인 플레이를 했다.

타수 관리? “말도 안돼”
국내 평정 후 해외 진출

상대가 렉시 톰슨인 데다가 과도한 관심이 박성현의 부진을 불렀을 수도 있다. 그러나 이 같은 질문에 박성현은 “렉시 톰슨이 별로 의식되지 않았다. 지난해 KEB하나은행 챔피언십에서 함께 쳐본 선수이기 때문에 부담도 안 됐다. 서로 재미있게 플레이했다. 오늘 렉시 톰슨이 좋은 경기를 했기 때문에 보면서 배운 것도 많았다”고 말했다. 강풍이 부는 날 드라이버를 자제하는 전략은 박성현도 마찬가지였다. “함께 드라이버를 잡은 적이 많지 않았다. 같이 잡았을 때는 거리가 비슷하게 나왔던 것 같다. 둘 다 장타가 필요 없는 코스라는 것을 잘 알고 있어서 거리에 크게 신경을 쓰지 않았다”고 말했다.

경기 내용에 대한 대답은 평소의 그녀답게 담담했지만, 하이원리조트 여자오픈 기권 상황에 대해서는 단호했다. “2라운드 11번 홀로 넘어갈 때 볼이 해저드 쪽으로 가서 볼을 찾다가 캐디가 발을 헛디뎌 발목 부상을 당했다”며 “아직 대회들도 많이 남았기 때문에 모든 상황을 고려해 기권이라는 판단을 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특히 타수 관리를 한다는 눈총에 대해서는 강한 어조로 부인했다. “그런 기록들 하나하나에 신경 쓴다면 좋은 성적을 낼 수 없다고 생각한다. 평균 타수 관리를 위해 기권을 했다는 것은 말도 안 된다”며 “많은 대회가 남아 평균 타수는 언제든 변동할 수 있기 때문에 평소 플레이할 때 생각조차 안 하고 있다”고 말했다.

더 큰 목표

박성현은 지난 8월 ‘제주 삼다수 마스터스’에 이어 보그너MBN여자 오픈에서 평균 66.165타라는 압도적인 실력으로 2승을 챙겼다. 한 달 가장 많은 대상 포인트를 기록한 선수에게 주어지는 ‘발렌타인스테이 트루 어워드’ 역시 그의 차지였다. 지난 4월 발렌타인 스테이 트루 어워드 최초 수상에 이어 8월에도 수상하면서 처음으로 발렌타인 스테이 트루 어워드 다관왕에 오른 선수도 박성현이었다.


바쁜 스케줄에도 올림픽은 꼭 챙겨봤다는 박성현은 “올림픽에 나가고 싶은 마음이 정말 컸다”며 “TV로 중계를 보는데 1번 홀 티박스에서 한국 선수들 이름이 호명되더라. 심장이 뛰는 느낌이었다. 나도 그 속에서 다른 나라 선수들과 어울려 경기하는 모습을 상상했다”고 말했다. 박인비(28·KB금융그룹) 이야기가 나오자 박성현이 자세를 고쳐 앉았다. 역시 ‘인비’ 언니였다. 박성현은 “(박인비의) 경기하는 동안 일관된 자세나 행동 등이 존경스러울 정도였다”며 “솔직히 금메달 따고 우실 줄 알았다. 그런데 한결같이 똑같은 표정을 유지하고 있었다. 정말 대단하다고 느꼈다”고 부러움을 감추지 못했다. 

세계무대에서 활약하는 언니들을 보면 박성현의 마음도 같이 뛰기 시작한다. 한국 밖으로 곁눈질을 멈추기 힘들다. 박성현은 “미국 진출에 대한 생각이 시간이 지날수록 긍정적으로 바뀌고 있다” 라고 털어놨다. 다만 “순리대로 진출하겠다”는 마음에는 변함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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