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인 트위터 뒷담화 엿보기

2011.03.01 10:45:00 호수 0호

“쉿! 내 비밀을 알리지 말라”

 

일거수일투족 전하다보니 “헉! 이건 극비인데…”
동료 의원에 존댓말 인사, 트위터 관리도 딱 걸려

트위터를 통한 정가의 ‘소통 정치’가 활발하다. 스타 정치인들의 트위터 활동은 이미 화젯거리라 하기 무색해졌을 정도고, 여야 정당들도 트위터에서 ‘소통 토론회’ ‘공천 토론회’를 열어 네티즌과 실시간으로 대화를 나눌 기회를 마련하는 등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이와 함께 ‘트위터 정치’의 발자취가 길어지면서 그 안에 숨은 이야기들도 점점 늘어가고 있다.



일부 ‘폴리터(Politter·정치인+트위터)’들의 트위터 활동은 이미 일상을 넘어 ‘중독’ 수준에 이르렀다. 잠시라도 시간이 나면 글을 읽고, 올리고, 반응하는 것에서 눈을 떼지 못하고 있는 것. ‘자나 깨나 트위터 생각’을 하다 보니 웃지 못할 사건·사고도 적지 않다.

민주당 정동영 최고위원은 정치인 중 2번째로, 원내 인사로는 처음으로 트위터에 가입, 활동을 시작했다. 트위터를 시작한 후 1년여간 소통한 내용을 담아 <트위터는 막걸리다>라는 책을 펴냈고, 트위터 선거법 규제와 관련해서는 헌법소원을 할 정도로 트위터에 깊은 애정을 가지고 있다.

이러한 트위터 사랑은 한때 정 최고위원을 ‘트위터 중독’ 수준에 이르게 했다는 게 측근들의 전언이다. 새벽까지 트위터를 하는 모습에 보좌진과 부인이 “제발 그만하라”고 말려야 했다는 것.

정 최고위원이 한참 트위터에 빠져 있을 때는 “트위터를 보면 하루 일정을 알 수 있다”는 말이 공공연했다. 보좌진도 파악하지 못하고 있는 일정을 트위터를 통해 많은 이들이 실시간으로 확인했기 때문이다.

심지어 ‘비공개’ 일정이 노출되는 사고가 일어나기도 했다. 정 최고위원이 약속 장소에 도착해 “도착했다”는 글을 올렸던 것. ‘같이’ 트위터를 하던 보좌진들은 발칵 뒤집어졌고, 당장 정 최고위원에게 연락했지만 “정확한 장소는 알리지 않았다”는 변명에 무릎을 꿇어야 했다.


트위터에 빠져~ 빠져~

보좌진들과의 트위터 에피소드는 하룻밤을 새도 모자랄 정도다. 정 최고위원은 미국 방문 중 보좌진들이 “선물 사오세요”라고 메시지를 보내자 한동안 반응을 보이지 않다 “미국은 인터넷이 느립니다”라는 정중한 존댓말과 함께 트위터 활동을 잠시 접어뒀던 일이 대표적이다.

트위터 활동 중 인연이 두터워진 이들도 있다. 정 최고위원은 파워 트위터인 이외수씨가 정치인 중에서는 유일하게 ‘맞팔’을 하는 이로 알려져 있다.

이에 대해 정 최고위원 측은 “이들의 인연은 ‘플레이톡’ 시절로 거슬러 올라가야 한다”면서 “‘플톡’이 나왔을 때 이씨가 처음으로 가입을 했고, 사나흘 후 정 최고위원이 가입해 활동했다. 그 인연이 트위터로 이어진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플톡’에서 활동했을 때 ‘번개’를 가졌었는데 그때 만난 이들이 지금까지 정 최고위원과 인연을 유지하고 있는 사례가 적지 않다”면서 “그때 ‘플톡’에서 활동했던 이들이 다시 트위터를 통해 정 최고위원과 만나고 있다”고 말했다.

보좌진의 설명에 금세 트위터 사용법을 익혔지만 공들여 쓴 첫 번째 글이 수정을 하려다 그만 ‘삭제’되고 만 쓴 기억으로 트위터 활동을 시작한 정 최고위원. 최근에는 글을 쓸 때 이모티콘을 사용하는 등 트위터를 향한 그의 ‘애정 충만’한 시도는 계속되고 있다.

폴리터들의 행보에서는 때로 정치적이지 않은 면들이 화제로 떠오르기도 한다. 한나라당 원희룡 사무총장은 지난해 트위터에 특별한 사진을 올려 주목받았다. 폴리터 중 자신의 일상을 찍은 사진을 올리는 경우가 적지는 않지만 곱슬머리로 파마한 모습이나 한나라당 연찬회 뒤풀이 자리에서 안상수 대표와 홍준표 최고위원이 러브샷을 하는 모습을 담은 사진을 올리는 이는 드물었던 것.

국민참여당 유시민 참여정책연구원장은 최근 트위터를 통해 자신의 이름에 숨은 뜻을 밝혔다. 유 원장은 이름에 ‘때 시’자와 ‘민첩할 민’이 포함된 데 대한 질문에 “때 시자는 항렬이고 아버님이 사주를 보니 느려터진 성격이라 보완하려고 민첩할 민을 넣었답니다”라고 답했다.

트위터의 특성 상 폴리터들은 자칫 곤란한 상황에 처하기도 한다. 트위터는 홈페이지나 미니홈피, 블로그와 달리 ‘직접’ 해야 한다는 인식이 강하다. 때문에 어떤 이유에서든 보좌진 등 측근이 관리해 주는 것에 비판적인 반응을 보이는 트위터리안이 적지 않은 것.

모 유력 정치인은 본인의 트위터에 직접 글을 쓴 것이 아니라는 것이 들통 나 곤혹을 치렀다. 한 행사에 참석했다고 당당하게 글을 올렸는데 실제 그 시간 해당 정치인이 다른 곳에서 일정을 소화하고 있었다는 것이 밝혀졌던 것. 그는 자신의 트위터를 통해 ‘백배사죄’해야 했다.


“참 곤란하네…”

또 다른 정치인도 자신을 팔로워한 동료 정치인들에게 “000입니다. 팔로워 해주셔서 감사합니다”라는 메시지를 보냈다. 트위터를 직접 하지 않는다는 것을 은연 중 드러낸 모양새가 됐다.

이 같은 일이 반복되면서 정치인 사이에 한때 “글을 많이 못 올리지만 남의 손에 맡기지 않고 직접 하고 있다”고 해명하는 일이 유행처럼 번지기도 했다.

정치권 한 관계자는 “정치인들의 트위터라고 하면 정치 현안에 대한 것뿐 아니라 정책 제안, 민원 등 갖가지 글이 올라온다”면서 “답하기 곤란한 질문을 하거나 정치적 성향이 다르다고 비방하는 일로 골머리를 앓기도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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