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란법’ 골프업계 분위기

2016.09.26 09:35:21 호수 0호

“손님 뚝…이를 어쩌나”

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 이른바 김영란법 시행을 앞두고 골프계가 들썩이고 있다. 김영란법은 오는 28일부터 본격 시행된다. 공무원과 언론인, 사립학교 교직원 등 이 법의 영향을 받는 이해관계자는 400만명 이상이 될 것으로 추정된다. 김영란법에서는 이들이 직무와 관련 있는 사람으로부터 3만원이 넘는 식사 대접이나 5만원이 넘는 선물을 받으면 과태료를 물도록 규정했다.



중고용품 매물 3배 폭증
골프장에 부는 새바람

김영란법에 적잖은 타격을 받을 것으로 예상하는 골프업계는 걱정스러운 눈치다. 최근 몇 년 사이 공직자들의 암묵적인 골프 금지령으로 위축된 골프계는 지난 4월 박근혜 대통령의 공직자 골프 금지 해제 발언에 한껏 기대를 걸었다. 하지만 김영란법 합헌 결정으로 다시 골프 산업 전체가 흔들리지 않을까 우려하고 있다.

주말에 골프장 비회원이 골프를 치려면 그린피만도 20만원이 넘고 여기에 캐디피와 카트사용료, 식사비까지 합한다면 1인당 30만원을 훌쩍 넘는다. 아무리 싼 대중제 골프장이라도 그린피는 5만원을 넘어 역시 김영란법에 저촉된다. 사실상 접대골프는 불가능하다. 한국골프장경영협회는 김영란법 시행으로 여러 가지 긍정적인 효과가 있겠지만, 대가성이 전혀 없어도 처벌하는 등 과잉규제가 우려된다고 했다. 그러면서 김영란법이 시행되면 회원권 가격 폭락과 접대골프 감소로 골프장이 큰 타격이 있을 것이라는 항간의 주장엔 동의할 수 없다며 “그런 주장은 접대골프 문화가 뿌리 깊게 자리 잡고 있을 정도로 사회가 부패해 있을 때 가능한 해석”이라고 선을 그었다.

변화의 바람

회원제 골프장 관계자는 “골프 치는 사람을 잠재적 범죄자로 몰아 부정적인 시각이 만연될까 걱정된다”며 “친구나 가족끼리 골프장을 찾는 내장객들마저 접대골프라는 잘못된 시선을 받는 건 안 되지 않느냐”고 했다. 대기업이 소유한 고급 골프장이 가장 큰 타격을 받을 것이라는 전망도 나왔다. 한국레저산업연구소는 “국내 60대 그룹이 접대용으로 보유하고 있는 수도권 골프장수는 18홀 환산 30.8개소로 가장 많은데, 이 중 회원제 골프장이 25.5개소에 달한다”며 “그룹사의 임원들이 손님 접대용으로 이용하는 고급 회원제 골프장들이 김영란법 시행으로 큰 타격이 불가피하다”고 전망했다.


연구소에 따르면 국내 60대 그룹 가운데 30개 그룹이 2015년 말 75개의 골프장을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서천범 소장은 “단기적으로 고급 회원제 골프장을 중심으로 회원권 가격이 폭락하는 현상이 나올 수 있다”며 “하지만 장기적으로 골프장 가격 거품이 빠져 골프의 대중화로 가는 효과도 기대할 수 있다”고 말했다. 또한, 김영란법 시행을 앞두고 골프장 업계의 암울한 전망과 함께 골프채·골프가방 등 골프 관련 용품의 중고 매물도 많이 늘어난 것으로 확인됐다. 공급이 수요를 초과하면서 중고 골프용품 가격 또한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

접대 불가능…대중화 ‘맑음’
대기업 소유한 CC 가장 타격

최근 중고 거래 게시판 중고나라에 따르면 8월1∼10일 열흘간 중고나라에 등록된 골프채 중고 매물은 276건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77건)에 비해 3배 이상 늘었다. 같은 기간 골프가방 매물도 234건으로 지난해(75건)보다 3배 가까이 증가했다. 중고나라는 회원 수가 1600만명에 달하는 국내 최대 규모의 중고 거래 게시판이다.

통상적으로 8월 초는 골프용품 거래 ‘비수기’로 꼽힌다. 날씨가 연중 가장 더운 시기인 데다 휴가철까지 겹치면서 골프보다는 가족 관련 여행용품 거래가 늘어나기 때문이다. 게다가 올여름은 특히 기록적인 폭염이 지속했기에 골프용품 거래는 오히려 더 줄어들 소지가 컸다는 게 유통업계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하지만 이 같은 관측과 달리 올해는 8월 초 골프용품 중고 매물이 크게 증가했다. 여기에는 김영란법에 대한 헌법재판소의 합헌 판결이 큰 영향을 미쳤을 것이라는 해석이다.

중고물품 인기

중고 매물이 늘어나면서 중고 골프용품 가격 또한 하락세로 전환됐다는 게 중고나라 측 설명이다. 지난해 6월까지만 해도 19만원에 거래되던 테일러메이드 SLDR 드라이버는 최근 14만∼15만원대까지 하락했다. 물론 드라이버 상태 등에 따라 가격은 달리 책정되지만, 중고 물량이 늘어난 것이 직접적인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다. 중고나라 관계자는 “8월 들어 골프용품 등록이 확연하게 늘고 있고, 수요·공급 법칙에 따라 중고 시세 또한 작년에 비해 하락한 것으로 파악된다”며 “당분간 골프용품 등록이 늘어날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사기 거래 예방을 위한 모니터링도 강화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골프 대신 자전거, 테니스 등으로 취미생활을 옮겨가는 흐름도 감지된다. 눈치를 보면서 골프를 치는 대신 차라리 부담없는 취미생활을 즐기겠다는 수요가 늘어나고 있다는 것이다. 지난달 자전거 거래량은 올 8월 전년대비 3.6배 증가했으며, 테니스 라켓도 같은 기간 2.5배 증가했다. 중고나라 관계자는 “자전거는 최근 몇 년간 관심이 꾸준히 확대됐던 품목”이라며 “테니스에 대한 관심도 최근 빠르게 늘어나고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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