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이저 첫승’ 지미 워커의 저력

2016.09.26 09:42:43 호수 0호

데뷔 15년 만에 감격의 승리

지미 워커(38·미국)가 프로 데뷔 15년 만에 처음 메이저대회 우승 트로피를 품에 안았다. 미국프로골프(PGA)투어 제98회 PGA챔피언십(총상금 1050만달러)에서 세계랭킹 1위 제이슨 데이(호주)의 추격을 뿌리치고 워너메이커 트로피를 들어 올렸다.

 



워커는 지난달 1일 미국 뉴저지 주 스프링필드 발투스롤 골프장(파70)에서 열린 대회 최종 4라운드에서 3언더파 67타를 쳐 합계 14언더파 266타로 우승했다. 데이가 1타 뒤진 13언더파 267타로 2위다. 워커는 대표적인 대기만성형 선수다. 2001년 프로로 데뷔해 5년 동안을 2부 투어에서 보냈다. PGA투어 무대는 2006년 처음 밟았다. 그 뒤로도 한동안 우승이 없었다. 8년 만인 2014시즌 개막전 프라이스닷컴오픈에서 첫 우승을 신고했다. 당시 나이 35세였다. 멀리 돌아왔지만, 워커는 금세 PGA투어의 새 강자가 됐다. 첫 우승 이후 지난해 발레로 텍사스오픈까지 5번이나 우승했다.

1위 제이슨 제치고 PGA챔피언십 정상 올라
아내는 마장마술 선수 출신 ‘스포츠 가족’

올해도 기대가 컸다. 그러나 예상 밖의 부진이 찾아왔다. 특히 메이저대회에서 성적이 나빴다. 마스터스에서는 공동 29위에 올랐지만, US오픈과 디오픈에서 연속 컷 탈락했다. 당연히 이번 대회 우승 후보 명단에서도 빠져 있었다. 역대 성적도 크게 눈에 띄지 않았다. 2010년과 2013년 그리고 지난해 대회에선 예선 탈락했고, 2012년 공동 21위가 최고 성적이었다. 그러나 이번에 부진을 한방에 씻어냈다. PGA투어 258번째 경기, 37세 6개월 15일의 나이로 마침내 메이저대회 우승을 차지하며 톱스타의 반열에 올랐다. 우승으로 안정된 투어 생활의 기반도 닦아 놨다. 2020∼2021시즌까지 PGA투어 카드를 확보했고, 마스터스 등 다른 메이저대회에 나갈 수 있는 출전권도 최소 3년을 보장받았다. 플레이오프에 나갈 수 있는 페덱스랭킹은 50위에서 14위로 뛰었다. 우승상금은 자그마치 180만달러(약 19억9600만원)다.

드디어 우승

워커의 우승으로 이번 시즌 메이저대회에서는 모두 첫 우승자가 탄생했다. 대니 윌렛(마스터스), 더스틴 존슨(US오픈), 헨릭 스텐손(디오픈)에 이어 워커까지 모두 메이저대회에서 처음 우승했다. 2016년 마지막 메이저 98번째 PGA챔피언십에서 드디어 생애 첫 메이저 우승을 일궈낸 지미 워커(미국)는 야구선수에서 프로골퍼로 성공한 대표적 케이스다. 올해 37세, 2001년 프로에 데뷔해 2부 투어를 오가며 가시밭길을 걷다가 2014시즌 개막전 프라이스닷컴오픈에서 ‘186전 187기’를 달성한 전형적인 대기만성형이다. 당시 초반 8개 대회에서 단숨에 3승을 쓸어 담아 ‘얼리버드(early bird)’라는 애칭까지 얻었다.


지난해 역시 1월 소니오픈 타이틀방어에 성공했고, 3월 발레로 텍사스오픈 2승을 수확하는 등 통산 5승을 모두 3월 이전에 수확했다. 4월 이후 첫 우승을 특급 매치에서 일궈냈다는 게 재미있다. 지난해 인천 송도 잭 니클라우스 골프장에서 열린 미국과 세계연합의 대륙 간 골프대항전 프레지던츠컵에 출전했지만, 국내 골프팬들에게는 여전히 생소하다.

어린 시절에는 야구로 주목받았다. 6이닝으로 진행된 리틀야구 오클라호마주 챔피언십에서 14명의 타자를 삼진으로 돌려세운 적이 있다. 뒤늦게 골프에 입문해 대학을 졸업한 뒤 2001년 프로 무대에 뛰어들었다. 아내 에린과의 만남도 골프가 맺어줬다. 2004년 네이션와이드(2부) 투어에서 선수와 자원봉사자로 조우했다. 행운의 동반자를 만나 2승을 올려 네이션와이드(2부) 투어상금왕과 올해의 선수상을 거머쥐었다.

예전 라이벌 캐디로 호흡
포기 모르는 선수로 정평

결혼하면서 스포츠가족이 완성됐다. 아내는 마장마술 선수, 장인 마크 스타이그마이어는 1975년 프리스타일 스키부문 세계 챔피언이다. 프로 7년차이던 2007년에는 위기가 찾아왔다. 지독한 슬럼프에 빠지며 선수 생활을 접고, 평범한 직업을 얻을까 고민했다. 그러나 “어려워도 늘 포기하지 않은 당신의 모습에 반해 결혼했다”는 아내의 말에 다시 골프채를 잡았다.

월드스타로 성장하는 데는 세계적인 스윙코치 부치 하먼(미국)의 도움이 컸다. 2013년 하먼으로부터 쇼트 게임 기술을 전수받은 뒤 기량이 일취월장했다. 하먼은 “워커의 스윙은 정말 좋다”며 “더 이상 고칠 부분이 없다”고 극찬했다. 그는 낚시와 자동차 경주, 사진촬영 등 다양한 취미생활을 즐기는 ‘낭만파’다. 미국항공우주국(NASA)의 ‘오늘의 천문사진’에 선정되면서 별도의 웹사이트를 운영할 정도다.

캐디 앤디 샌더스(미국)와의 인연도 각별하다. 휴스턴대에서 아마추어 최강자로 이름을 날렸고, 2000년 US 아마추어선수권에서 워커와 처음으로 만났다. 2001년 프로로 전향한 샌더스는 그러나 중추신경계에 발생하는 만성 신경 면역계 질환 ‘다발성 경화증’ 등 병을 얻어 은퇴했고, 2008년부터 워커의 캐디를 맡았다. 워커는 “샌더스를 처음 만났던 발터스롤에서 메이저 우승을 일궈냈다”고 남다른 의미를 부여했다.

대기만성

지미 워커의 홈 코스인 미국 텍사스주의 코르디예라 랜치 골프장에는 ‘지미 워커 바위’로 불리는 판석이 있다. 이 바위에는 워커의 미국프로골프(PGA)투어 우승 기록들이 새겨져 있다. 워커가 PGA투어 첫 승을 거뒀던 2013년 프라이스닷컴 오픈부터 2014년의 소니 오픈, AT&T 페블비치 내셔널 프로암, 2015년의 소니 오픈, 발레로 텍사스 오픈 우승이 기록돼 있다. 그리고 지난달 1일 워커가 메이저 대회인 PGA챔피언십 정상에 오르면서 기록이 추가됐다.

‘지미 워커 바위’에는 워커의 PGA투어 6승 기록들로 채워져 있다. 2001년 프로 전향 후 오랜 무명 시절을 거친 워커는 3년 만에 6승을 수확하며 PGA투어 스타로 떠올랐다. 코르디예라 골프장의 관계자도 워커의 빠른 우승 레이스를 예상하진 못한 모양이다. 판석에는 앞으로의 기록들을 담을 공간이 충분치 않다. 만약 워커의 우승이 추가된다면 워커 바위가 1개 더 생길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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