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0만 표 중 100만이라도…”

2011.02.02 09:35:00 호수 0호

한나라당 호남공략 ‘구애 프로젝트’ 막전막후

 
최고위원회의 호남 개최 ‘지지율 탄력?’
이정현, 3가지 원칙 ‘진정성+계속성+현장성’
정의화·남경필, ‘호남 끌어안기’ 한 목소리



광주시와 민주당 지도부가 지난달 21일 갖기로 한 당·정 협의회를 전격 취소했다. 민주당이 국제과학비즈니스벨트(이하 과학벨트) ‘충청권 유치’를 당론으로 정한 데 대해 당·정 간 갈등이 표면화된 것이다. 민주당은 대신 최고위원회의를 광주에서 갖기로 했다.

광주시와 민주당은 당초 당·정 협의회를 통해 국가예산 확보, 국립아시아문화전당, 2015년 광주하계유니버시아드대회 지원 등을 논의할 예정이었다. 그러나 최근 과학벨트 유치 지역에 대한 입장차를 보여 온 가운데, 민주당은 이명박 대통령의 공약대로 충청권에 입지해야 된다는 요구를 당론으로 정했고 대전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에서도 이 같은 입장을 분명히 했다. 그러나 광주시는 ‘텃밭’인 광주시를 외면한 채 충청권에 집중하고 있는 민주당 측에 대해 불만을 표출하고 있는 상황이다.

한나라당 지도부가 지난달 26일 호남 지역 유일한 광역시인 광주에 내려가 현장 최고위원회의를 개최했다. 한나라당이 안상수 대표 체제를 출범시킨 이후 처음으로 호남 지역에서 최고위원회의를 열었다. 이번 현장회의는 호남 몫으로 지명된 정운천 최고위원의 제안으로 추진돼 한달 여 만에 이뤄졌다. 한나라당이 전국 ‘민심 투어’를 당의 불모지이자 야권의 텃밭인 호남 지역부터 시작한 것은 내년에 치러질 총선·대선을 앞두고 상대적으로 지지세가 약한 호남에서부터 조금씩 기반을 다져가겠다는 의도로 풀이된다. 지난해 12월 통계청 발표에 따르면 145만 광주 인구 포함, 호남 전체 인구는 약 524만명이다.

안상수 당 대표
5·18 민주묘지 참배

한나라당 지도부는 광주 도착 직후 국립 5·18 민주묘지를 찾아 참배한 뒤 광주시당에서 현장 최고위원회의를 개최했다. 이날 회의에서 안 대표는 “대한민국 민주주의는 광주의 희생과 눈물 위에 세워진 것”이라고 언급한 뒤 “1980년대 시대정신이 불의에 맞서는 항거였다면 2011년 시대정신은 국민화합·국민통합이다. 화합과 통합의 정신으로 광주시민이 한나라당과 손을 잡아달라”고 호소했다.

안 대표는 이어 각종 선거에서 호남 지역 한나라당 후보 득표율이 점차 높아지고 있음을 소개한 뒤 “이런 때일수록 더욱 노력해야 하고 당협위원장들의 책임과 역할이 소중하다”고 말했다. 안 대표는 또 한나라당 박근혜 전 대표의 호남 지지율을 언급하며 “우리당 대선 후보 한 분이 호남에서 여론조사 1위를 달리는 것을 봐도 격세지감을 느낀다”라고 말했다.


김무성 원내대표는 “호남인이 한나라당에 ‘가장 힘든 게 뭐냐’고 물으면 ‘호남인의 사랑을 얻는 것’이라고 답하고 싶다”라면서 “호남인의 마음을 얻는 것은 진심을 갖고 끊임없이 노력하는 방법 밖에 없으며 돌부처도 1천번 절하면 돌아앉는다는 심정으로 노력해왔다”고 밝혔다. 이어 김 원내대표는 2011년도 예산안 통과 시 광주 사업예산 200억원, 전남 사업예산 1천100억원, 2015년 광주하계유니버시아드 예산 40억원 등이 증액됐다는 점을 거론하며 “호남 지역 예산 확보를 위해 민주당 뿐 아니라 한나라당도 최선의 노력을 다했다”라고 설명했다.

광주 출신 정두언 최고위원은 호남 지역 숙원사업인 여수 엑스포, 광주 첨단 산업단지, 여수 산단 진입도로, 목포-광양만 고속도로, 여수공항 확장공사 등을 일일이 거론하며 당의 적극적인 관심을 주문했다. 호남 몫 최고위원에 지명된 정운천 최고위원은 “당이 정책위의장과 사무총장 산하에 각각 태스크포스를 구성, 호남 정책 사업을 뒷받침하고 있다”면서 “호남이 한나라당의 블루오션이 되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정 최고위원은 지난 25일 <일요시사>와의 질의 응답에서 “한나라당과 호남의 소통 창구 역할을 하겠다”면서 “현장 의견을 수렴해 지역 균형 발전을 이끌 수 있게 실행에 옮기는 것이 내 역할”이라고 밝힌 바 있다.

호남 출신 최고위원
“호남 지역 관심” 주문

한편 비슷한 시각 호남 지역에서 단기필마(單騎匹馬)로 ‘각개전투’를 벌이는 이가 있었다. 바로 ‘호남 살림꾼’ 이정현 의원(비례대표)이다. 이 의원은 지난달 24일부터 2박 3일 일정으로 호남 지역을 방문했다. 2012여수세계박람회 성공 개최를 위한 포럼, 호남지역 헬스케어 산업 글로벌화 모색을 위한 세미나 및 각종 토론회에 참석해 지역민과 현안 관련 이야기를 나눴다.

이 의원은 여수 포럼 자리에서 “여수세계박람회의 성공을 위해 개최지 여수 시민의 솔선적 참여와 시민의식 개혁이 필요하다”면서 “여당 입장에서도 박람회 성공개최를 위해 적극 협조하겠다”라고 말했다. 그는 또 헬스케어 세미나 자리에서 “예산결산위원회 소속 국회의원으로서 호남권 바이오산업 발전을 위해 이번 세미나에서 도출된 여러 안이 실현될 수 있도록 예산확보에 노력하겠다”라고 밝혔다.

의원실의 관계자는 “이 의원은 지역 관련 민원 서류가 오면 실제 지역에 가서 듣고 보고 공부한다. 또한 ‘진정성+계속성+현장성’이 있어야 호남 분들을 설득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라면서 “이 의원은 평균적으로 일주일에 2~3회 가량 호남으로 이동한다. 주로 KTX를 타고 급할 땐 비행기도 탄다. 소요되는 시간과 교통비 액수가 큰 편이지만 결코 아깝지 않다”라고 말했다.

현재 이 의원의 주된 관심 분야는 경전선 ‘광주-순천’구간 복선전철화 사업이다. 경전선은 경남 밀양의 삼랑진역과 광주 송정역을 잇는 철도로, 총길이 300.6㎞ 구간 중 ‘광주-순천’ 구간만 복선화 공사 진행은 물론 사업 논의마저 미지근한 상태다. 이에 이 의원은 2015년 이전 타당성 검토 실시를 주장하고 있다. 실제 이 문제와 관련, 자치단체장을 제외한 민주당 측에서는 공식적인 의견 제시를 하지 않은 상태다.

이와 관련 호남 지역의 한 유권자는 “민주당에 대한 불만이 많다. 한나라당에서 최소 1석은 당선 시켜 민주당이 정신 바짝 차리게 해야된다”면서 “이제는 한나라당도 지역구 의석을 차지할 때가 되지 않았나 싶다”라고 말했다.

‘호남 살림꾼’ 이정현
최고위원보다 낫네

한나라당의 한 인사는 내년 호남지역 총선·대선 결과 예측과 관련해 “내년 총선에서 한나라당 지지도와 그 다음에 있을 대선에서의 박근혜 전 대표 지지도는, 그 안에 이정현 의원이 ‘있고 없고’에 따라 극명한 차이를 보일 것”이라며 “이 의원의 타고난 성실함과 진실성이 그를 ‘호남 표를 낳는 거위’로 만들었다”라고 말했다.

비(非)호남 지역 출생으로 ‘한나라당 대표’ 호남 친화 의원은 동서화합 차원에서 2004년부터 지역화합특위 위원장을 5년 여 역임한 정의화 국회 부의장(부산 출생)이다. 한 정치권 인사에 따르면 정 부의장의 경우, 호남 예산을 따기 위해 오히려 민주당 의원들이 정 부의장을 찾아올 정도로 ‘호남지역 영향력’이 상당하다고 전해진다.


정 부의장은 2015년 광주하계유니버시아드 유치위원장 활동 기간 동안 앞장서 ‘광주 유치’에 힘써 결국 성공해냈고, 그 후 조직위원장직을 수락해 지금껏 활발히 활동하고 있다. 그는 유니버시아드 광주 유치를 위해 베를린과 벨기에를 직접 다녀오기도 했다.

정 부의장은 2012년 여수세계박람회유치 특별위원회 위원장도 역임해 ‘여수엑스포’ 유치에 큰 역할을 담당했다. 그의 꾸준한 ‘호남 사랑’으로 인해 광주와 여수에서는 지난 2009년 그를 ‘명예시민’으로 받아들였다.

의원실 관계자에 따르면 정 부의장은 15년 간의 입법 활동 기간 동안 꾸준히 2달에 1번 꼴로 호남에 내려갔다고 한다. 그와 호남과의 인연은 그가 전주의 한 병원에서 신경외과 수련의로 일하게 된 것이 계기가 됐다고 한다. 의원실 관계자는 “정 의원은 1990년부터 호남과 소통을 시작했지만 정치 입문은 1996년”이라면서 “이로 미루어 볼 때 그의 호남 사랑은 ‘정치적 계산’이 아닌 오로지 ‘개인 신념’”이라고 말했다.

남경필, 한나라당 최초
5·18 기념재단 방문

경기 수원 출신의 남경필 의원도 ‘조용히 티 안나게’ 광주 지역을 찾는 것으로 알려졌다. 남 의원은 한나라당 정치인 중 최초로 5·18 기념 재단을 둘러본 것으로 전해진다. 한나라당 의원이 5·18 묘소에 참배한 적은 있으나 기념 재단을 둘러본 것은 남 의원이 처음이라는 것. 남 의원은 2009년 이후 의원실 직원 모두를 대동하고 ‘호남 방문’을 정기적으로 실시하고 있다고 전해진다.

의원실 관계자는 “남 의원은 호남 지역민들과의 대화에서 ‘중앙과 소통 창구를 하겠다’는 이야기를 자주 꺼낸다”라면서 “남 의원은 한나라당이 진정한 전국 정당이 되려면 호남 지역에 더 많은 신경을 써야 된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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