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자골프 ‘3번 아이언’ 실종 왜?

2016.09.05 10:01:19 호수 0호

자취 감춘 장타자 전유물

최근 미국여자프로골프(LPGA)투어에 새로운 강자로 떠오른 에리야 쭈타누깐(태국)은 괴력의 장타자다. 공식 기록에는 장타순위 16위(평균 266.98야드)에 불과하나 LPGA투어에서는 누구나 쭈타누깐을 최장자로 친다. 



박성현만 간간히 사용
대신 하이브리드 대세

쭈타누깐은 대회 때 드라이버를 쓰지 않는다. 드라이버 방향성이 좋지 않은 탓도 있지만, 굳이 드라이버를 잡지 않아도 될 만큼 장타력이 뛰어나서다. 그는 파4홀과 파5홀에서는 주로 3번 우드로 티샷을 때린다. 540야드짜리 파5홀에서 3번 우드를 두 번 쳐서 그린에 볼을 올린 적도 있다. 3번 우드 비거리가 270야드가 넘는다는 얘기다. 쭈타누깐이 남다른 점은 롱아이언을 능숙하게 다룬다는 사실이다. 그는 남자 선수들도 잘 쓰지 않는 2번 아이언을 티샷용으로 친다.

플레이어스 챔피언십에서 세계랭킹 1위 제이슨 데이(호주)는 2번 아이언으로 300야드를 날려 화제가 됐지만 2번 아이언은 아무나 쓰는 클럽이 아니다. 미국프로골프(PGA)투어에서 2번 아이언은 ‘멸종 위기’에 몰렸다는 말도 있다.
여자 프로 골프 선수에게는 2번 아이언은 언감생심이고,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투어 선수 가운데 3번 아이언을 쓰는 선수는 사실상 사라졌다. 3번 아이언뿐 아니라 4번 아이언을 쓰는 선수들마저 찾아보기가 쉽지 않다.

애매한 쓰임새

아이언을 쓰는 여자 선수 5명도 모두 3번 아이언이 없다. 4번 아이언도 이민영(23·한화)과 이소영(19·롯데) 두 명만 쓴다. 이젠 하이브리드 클럽이 3, 4, 5번 아이언을 대신하는 게 대세가 된 지 오래다. 3번 아이언은 볼을 띄우기가 어렵다. 정확하게 볼을 맞히지 않으면 원하는 거리가 나지 않는다. 3번 아이언을 쓰려면 빠른 헤드 스피드와 강하고 정확한 임팩트, 그리고 작은 헤드가 주는 불안감을 이겨낼 수 있는 든든한 정신력이 뒷받침되어야 한다.


프로 선수라도 여성이 3번 아이언을 쓰는 건 쉽지 않다. 3번 아이언은 그래서 남자에 버금가는 스윙 스피드를 지닌 장타자의 전유물이다. 그러나 장타자라도 여자 선수가 3번 아이언을 골프백에 넣는 건 모험이다. 이정민(24·비씨카드)과 김세영(23·미래에셋)도 빠른 스윙 스피드와 정확한 임팩트를 자랑하는 장타자지만 3번 아이언은 백에 없다.

3번 아이언을 실전에 사용하는 한국여자프로골프 투어 선수는 박성현(23·넵스)뿐이다. 박성현도 늘 3번 아이언을 쓰는 건 아니다. 맞바람이 불거나 코스 특성상 하이브리드보다 3번 아이언이 더 낫다고 판단될 때만 쓴다.
제주도처럼 바람이 많은 곳에서는 하이브리드보다 3번 아이언이 더 쓰임새가 많다. 언제 실전에서 쓸지 모르니 3번 아이언샷 연습에도 적지 않는 시간을 할애한다. 박성현은 쭈타누깐이 쓴다는 2번 아이언도 갖고 있다. 하지만 실전에서는 쓴 적이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이미 사라져가는 3번 아이언이 있는가 하면 해마다 더 멀리 보낼 수 있다는 골프 클럽이 나오고 있다. 하지만 이러한 신제품들이 전 세계 프로골프투어에서 비거리 증가는 거의 없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세계골프규칙을 관장하는 미국골프협회(USGA)와 영국의 R&A는 미국프로골프(PGA)투어, 유럽프로골프투어, 미국의 시니어투어, 웹닷컴 투어, 미국여자프로골프(LPGA)투어 등 7개 투어에서 뛰는 프로 선수들을 대상으로 2003년부터 2015년까지 비거리 변화를 공동으로 조사해 최근 발표했다.

차라리 하이브리드

미국과 유럽의 남자투어에서는 비거리가 소폭 늘어난 반면 LPGA투어와 유럽여자프로골프 투어, 일본프로골프투어에서는 오히려 소폭 줄어들었다. 이 때문에 전체 프로 선수들의 비거리는 1년에 0.2야드씩 늘어난 것에 그쳐 그 변화는 미미한 것으로 조사됐다.

각 투어별로 보면 PGA투어의 2003년 평균 비거리가 277.9야드에서 2015년 281.5야드로 3.6야드 늘었다. 유럽투어도 2003년 286.3야드에서 2015년 288.4야드로, 2.1야드 늘어났다. 하지만 LPGA투어에서는 249.6야드에서 248.4야드로 1.2야드 줄었다. 일본프로골프투어도 279.0야드서 276.2야드로 2.8야드 줄었다. 유럽여자프로골프투어도 같은 기간 1.8야드 거리 감소를 보였다.

특이한 점은 PGA투어의 2부 투어인 웹닷컴 투어다. 이 투어에서는 2003년 292.3야드였던 평균 비거리가 2015년에는 297.7야드로, 5.4야드가 늘었다. 평균 비거리만으로 볼 때 웹닷컴 투어 선수들이 가장 멀리 드라이버샷을 날리는 것으로 나타났다. USGA 관계자는 “웹닷컴 투어의 평균 비거리가 긴 것은 PGA투어의 장타자들이 웹닷컴 투어로 많이 유입됐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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