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없는 것도 서러운데…” 강력범죄 ‘사각지대’

2011.01.25 09:30:00 호수 0호

서울시 ‘서민동네’ 5대 범죄 발생률 높은 이유

 5대 범죄 73% ‘서민동네’에서 발생 ‘이럴 수가’
‘부자동네’보다 CCTV·가로등 적어 범죄에 취약



범죄현장의 ‘빈부격차’ 현상이 두드러지고 있다. 잘 사는 동네에 범죄가 적고, 못 사는 동네에 범죄가 많이 발생하고 있는 것. 실제 지난해 서울 시내에서 발생한 살인 등 ‘5대 범죄’의 70%이상이 서민 밀집지역에서 발생했다. 이른바 ‘부자동네’는 범죄율이 날로 낮아지는 반면, ‘서민동네’는 온갖 범죄의 온상으로 강력범죄에 ‘무방비’로 노출되어 있는 실정이다. 서울시내 ‘서민동네’에서 강력범죄가 많은 이유를 취재했다.

서울지방경찰청에 따르면 지난해 서울시에서 발생한 살인과 강도, 절도, 폭력, 강간 등 ‘5대 범죄’ 13만8766건 가운데 72.7%가 서민이 모여 사는 이른바 ‘서민동네’에서 발생했다.

지난해 서울에서 발생한 살인, 강도, 절도, 폭력, 강간 10건 가운데 7건 이상이 가난한동네에서 발생했다는 얘기다.

발생건수를 놓고 보면 서민 밀집지역에서는 10만913건이 발생했지만 나머지 지역에서는 3만7853건이 발생하는데 그쳤다. 서민동네에서 2.8배나 더 많은 범죄가 발생한 셈이다.

서민동네 범죄 2.8배


서민 밀집지역은 서울지역 전체 법정동 456곳의 29.2%인 133곳으로 대개 방범시설이 취약하고 CCTV 설치 개수가 적다.

범죄별로 살펴보면 살인은 전체 336건 중 236건인 70.2%가 서민동네에서 발생했고, 강도는 1162건 중 828건(71.3%), 절도는 5만8662건 중 4만2601건(72.6%), 폭력은 7만4284건 중 5만4153건(72.9%)이 서민동네에서 발생했다. 마지막으로 강간은 4322건 가운데 3095건(71.1%)이 서민동네에서 발생해 눈길을 끌었다.

이로써 부자동네보다는 가난한 동네에서 더 많은 범죄가 발생한다는 통념이 통계를 통해 사실로 확인됐다.

앞서 언급했듯이 서민 밀집지역에서 범죄가 집중적으로 발생하는 이유는 CCTV와 가로등 등 범죄를 막아주는 시설이 크게 부족하기 때문인 것으로 분석된다.



실제 이들 지역에 설치된 방범용 CCTV는 1009대로 서울시내 전체 7864대의 12.8%에 불과한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어린이를 상대로 한 범죄가 많이 발생하는 놀이터와 공원의 CCTV는 137대로 전체 1614대에서 차지하는 비율이 8.49%에 그쳤다.

가로등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서민동네에 설치된 가로등은 9437대로 서울 전체의 5.9%, 보안등은 3만1403대로 13.8%에 머물러 대부분의 방범시설이 취약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정 동네를 비교해보니 차이가 더욱 명확했다. 서울지방경찰청이 ‘범죄지리정보 프로그램’을 바탕으로 작성한 지난해 5대 범죄 발생 현황 자료에 따르면 인구 3만 명가량이 살고 있는 마포구 A동에는 17대의 CCTV가 설치되어 있는 반면, B동에는 45대나 설치돼 있었다.

그런가 하면 방범용 CCTV는 경찰청이 맡아 설치하다가 2008년부터 지방자치단체 예산으로 설치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때문에 투입 예산은 자치단체 재정 상태에 따라 다를 수 있다.

투명사회를 위한 정보공개센터가 지난해 11월 서울 각 구청에서 받은 ‘방범용 CCTV 설치현황’에 따르면 지난 10년간 강남구와 관악구에 설치된 CCTV는 각각 725대, 66대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어 인구 1000명당 CCTV 대수는 중구와 강남구가 각각 1.9대 1.2대로 가장 많았고, 관악구와 노원구는 각각 0.12대, 0.17대로 나타났다.

강남이나 목동 등 ‘부자동네’에서는 CCTV를 HD급 화상으로 교체하고 설치 장소를 늘려 범죄자들이 발붙일 틈을 줄이고 있는 반면, 서민 동네에서는 살인이나 강간 등의 강력범죄가 일어나도 목격자를 확보하지 못하고 CCTV 부족으로 증거를 잡아내기 어렵다는 지적의 목소리가 크다.


이에 한 네티즌은 “빈부격차가 커지면서 양극화가 심해지고 있는데 범죄현상도 양극화가 벌어지고 있다”면서 “마땅한 방범시설이 없으니 경찰의 치안 노력이 보다 절실하다”고 말했다.

이어 일 년 전 ‘서민동네’에 살다가 현재 소위 말하는 강남권으로 이사한 최모(29·여)씨는 “과거 ‘서민동네’ 옥탑에 살던 시절에는 CCTV는 고사하고 가로등도 부족해 퇴근 후 혼자 걸어가는 골목이 무서울 지경이었다. 강남으로 이사 온 뒤로는 1층에 거주해 옥탑이라는 위험성도 줄었고, 가로등은 물론 CCTV도 눈에 띌 정도로 많아 마음이 놓인다”고 말했다.

경찰력 강화 필요

이 같은 결과에 경찰도 분주해졌다. 서민이 범죄로부터 안전한 환경을 만들기 위해 ‘친서민 안전 치안프로젝트 태스크포스(TF)’를 구성하고 치안력을 더욱 강화하기로 결정한 것.

먼저 서민동네에 순찰차와 순찰인원을 집중하고, 초등학교와 놀이터, 공원 근처를 중심으로 CCTV를 우선 설치할 계획이다. 이어 지역치안협의회를 구성해 운영하도록 지방자치단체 등과 협의할 예정이다.

또 생업에 바쁘고 법률 지식이 부족한 서민을 위해 한 달에 한 번씩 이동경찰서를 운영하고, 최근 3년 동안 112신고와 범죄분석 자료를 토대로 범죄를 예측해 알리는 ‘범죄예보제’를 시행하는 등 홍보활동도 강화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이와 관련 경찰 관계자는 “서민 밀집지역은 방범시설이 부족하고 맞벌이를 하는 경우가 많아 절도와 아동 성폭행 범죄에 쉽게 노출된다”면서 “경감 이상 간부는 항상 무전기를 들고 다니도록 하는 등 실전 대응 능력을 끌어 올리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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