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상치 않은 朴風 ‘잠든 표심 위로 돛을 펴다’

2011.01.11 09:32:35 호수 0호

신년 여론조사에 숨은 잠룡 대권전략

‘대세론’ 만드는 박근혜 뒤로 대선주자 우글우글
여·야 후보단일화에 시선 고정…선택 아닌 필수

새해를 맞아 정치권과 관련된 여론조사가 쏟아지고 있다. 특히 2년 앞으로 다가온 차기 대선과 관련, 형세를 가늠할 수 있는 ‘차기 대선주자 지지율’에 대한 관심이 지대하다. 각종 여론조사 전문기관의 조사 결과에 따르면 박근혜 전 대표가 여전히 선두를 달리고 있는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그 뒤를 유시민 참여정책연구원장과 한명숙 전 총리, 오세훈 서울시장, 김문수 경기도지사, 손학규 민주당 대표, 정몽준 전 대표, 이회창 자유선진당 대표 등 차기 대선주자들이 따르고 있다. 정치 전문가들은 여론조사를 통해 대선주자들의 현재 위치보다 더 많은 것들을 확인할 수 있다고 말한다. 지지율의 정맥과 동맥 뿐 아니라 모세혈관까지 확인한다면 그들의 대선 전략까지 꿰뚫어 볼 수 있다는 것이다.



차기 대선이 2년 앞으로 다가오면서 대권 레이스가 가열되고 있다. 지난해 연말부터 몸 풀기에 나선 차기 대선주자들이 속속 ‘혼자만의 레이스’를 시작했다. 본격적인 경쟁구도가 서는 것은 ‘아직’ 이지만 대선을 향한 멈출 수 없는 승부는 이미 시작된 셈이다.

차기 대선주자 지지율
박근혜 독주체제 계속

이 때문에 차기 대선주자들의 연초 지지율에 쏠린 시선이 상당하다. 어떤 출발점에 서 있느냐에 따라 올 한해 이들의 대권행보가 어떠할지 가늠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여론조사 전문기관 코리아리서치가 지난 12월22일 실시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차기 대통령 후보감으로 거론되고 있는 이들 12명 중 박근혜 전 대표의 선호도가 가장 높았다. 무려 35.3%를 차지, 2위를 차지한 유시민 참여정책연구원장(6.5%)과 28.8%의 차이를 냈다.

이어 한명숙 전 국무총리(5.4%)를 비롯해 오세훈 서울시장(5.3%), 김문수 경기도지사(4.7%), 손학규 민주당 대표(4.6%), 이회창 자유선진당 대표(3.7%), 정동영 최고위원(3.5%) 등이 뒤따랐다.


또 다른 여론조사 기관인 모노리서치의 지난 12월27일 정례여론조사에서도 ‘차기 대권주자 적합 인물’에 박 전 대표(38.2%)가 손꼽혔다. 손학규(11.6%), 김문수(7.2%), 유시민(5.9%), 오세훈 (5.5%), 이회창(4.0%), 한명숙(3.4%), 정몽준(3.3%) 등 다른 대선주자들의 지지율은 근소한 차이를 보였다. 

같은 날 코리아리서치센터의 여론조사에서는 박 전 대표가 42.3%라는 압도적인 지지를 받았으며 유시민(8.3%), 오세훈(7.4%), 손학규 (5.8%), 김문수 (5.6%) 등이 순위권에 이름을 올렸다.

리서치플러스도 이날 ‘만일 내일이 대통령 선거일이라면 누구에게 투표하겠느냐’는 여론조사를 한 끝에 박 전 대표(37.5%)를 1위에 올렸다. 유시민 원장이 7.1%의 지지를 얻어 큰 격차를 내며 2위에 올랐고 오세훈(6.7%), 손학규(5.6%), 김문수(5.0%), 정동영(4.6%), 이회창(4.4%) 순으로 뒤따랐다.

미디어리서치가 지난 12월29~30일 실시한 조사도 이와 크게 다르지 않았다. 박 전 대표(34.6%)에 이어 유시민(7.9%), 오세훈(7.1%), 한명숙(6.2%), 손학규(6%), 이회창(4%), 김문수(4%) 순으로 지지율이 나타난 것.

그러나 반기문 UN 사무총장을 포함시키자 순위 변동이 일어났다. 반 총장을 대선후보군에 포함시킨 한국리서치 여론조사에서 박 전 대표는 29.8%로 여전히 선두를 지켰지만 2위는 12.2%라는 높은 지지율을 얻은 반 총장에게 돌아갔다. 상당수 여론조사에서 2위에 올랐던 유시민 원장은 6.7%의 지지를 받아 3위에 머물렀다.

그 뒤를 김문수(5.9%), 손학규·오세훈(4.6%), 한명숙(4.3%), 이회창(3.1%), 정동영(2.6%), 정몽준(2.3%) 등이 따랐다.

이처럼 신년 여론조사에서는 ‘박근혜 대세론’이 두드러졌다. 지난 대선 이후 꾸준히 차기 대선주자 지지율 1위를 차지해 온 박 전 대표의 높은 지지율이 단연 눈에 띈 것. 특히 최근 싱크탱크를 출범하고 정치행보를 가속화하고 있어 상승세마저 나타나고 있었다.

그러나 박 전 대표의 대세론은 아직 완전한 것이 아니다. 일부 여론조사에서 지난해 6월 지방선거의 판세를 뒤엎는 등 선거판에 ‘바람’을 일으켰던 수도권 3040세대들이 아직 마음을 정하지 않고 있는 것으로 나타난 것.

최근 실시된 디오피니언의 설문조사에서 수도권 3040세대들은 ‘박근혜 대세론’과 관련, 45.2%가 “대선까지 대세론이 계속될 것”이라고 답했다. 그러나 이와 비등한 43.4%는 “자질검증이 이뤄지면 지지율이 하락할 것”이라고 내다보는 것으로 나타났다.

‘박근혜 대세론’을 어느 정도 인정하고는 있지만 일반국민을 대상으로 한 여론조사에서 “대세론이 계속될 것”이라고 응답한 이가 47.3%, “지지율 하락할 것”으로 본 이가 37.5%였다는 점을 고려하면 낮은 수치다.


몸 무거운 부동층
“민심 정해지지 않았다”

이처럼 아직 차기 대선주자를 선택하지 않은 ‘부동층’의 존재가 드러난 것. 모노리서치의 여론조사에서 차기 대선주자를 ‘잘 모르겠다’고 응답한 이가 21.0%에 육박했다. 코리아리서치 여론조사에서도 ‘차기 대통령 적합도 조사’에서 부동층이 25.2%나 됐다. 지역적으로 보면 TK(30.3%), 호남(29.6%), 인천·경기(26.8%), 강원·제주(25.7%) 등에서 높은 비율을 보였다.

이 같은 수치는 결코 가볍지 않다. 박 전 대표가 2위와 큰 차를 보이고 있기는 하지만 부동층이 움직이면 박 전 대표의 ‘대세론’을 꺾지는 못하더라도 흔들 수는 있다는 결론을 얻게 된다는 것.

부동층의 존재와 함께 ‘후보단일화’ 여부가 박 전 대표의 대세론에 위협이 될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정치권은 여야 차기 대선주자 모두 박 전 대표와 큰 격차를 보이고 있는 만큼 후보단일화를 피하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여권에서는 당내 대선후보 경선과 관련, 야권에서는 대선 경선과 본선에 걸쳐 후보단일화가 이뤄질 것이라는 것.

실제 코리아리서치센터 여론조사에서 박 전 대표와 야권 후보 중 가장 높은 지지율을 보인 유 원장과의 가상대결에서 박 전 대표가 66%의 지지를 얻어 22.5%의 지지를 얻은 유 원장을 두 배 이상 앞섰다.

지난 12월19일 리서치앤리서치가 발표한 가상 양자대결에서도 박 전 대표는 손 대표와의 대결에서 60.5%대 26.9%로, 유 원장과는 64.0%대 23.2%로 3~40% 가량 앞서는 것으로 조사됐다.

후보단일화의 필요성은 ‘지지층의 중복’에서도 나타났다. 모노리서치의 여론조사에서 연령별 지지율을 따져 봤을 때 박 전 대표는 50대(48.7%)에서 가장 많은 지지를 받았지만 김 지사와 오 시장은 모두 20대(각각 8.4%, 7.7%)의 지지가 가장 높게 나타난 것. 야권의 손 대표와 유 원장도 30대(각각 21.3%, 10.2%)의 지지층이 겹치는 모습을 보였다.

반면 후보단일화가 이뤄질 경우의 파급효과는 ‘박근혜 대항마’의 탄생을 기대할 만한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다.
미디어리서치 조사에서 유시민·손학규·한명숙·정동영 등 야권 인사들의 지지율을 합치면 18%로, 박 전 대표(33.5%)를 상당히 추격할 수 있었던 것.

이와 관련, 유 원장은 지난 5일 “박 전 대표가 차기 대선후보 지지율 1위를 유지하는 것은 나를 포함한 야권 리더들의 총체적 무능 때문”이라며 “야권을 보고 있으면 모두가 내 당(자기 소속당)을 이롭게 하는 데만 골몰해 있다. 이렇게 되면 망하지 않을 당이 없다. 안타깝게도 길이 보이지 않는다”고 말했다.


그는 또 야권 후보의 지지율이 오르지 않는 데 대해 “지지율을 올리겠다고 다니는 분들이 있는데 별 효과가 없다”며 “야권 정치인이 답을 주지 않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여론조사는 ‘민심의 풍향계’ 역할을 한다. 이 풍향계를 확인한 대선주자들이 움직이고 있다.

박 전 대표는 텃밭 공략에 나섰다. 호남에서도 범상치 않은 지지율을 보인 여론조사가 상당하기는 했지만 이는 대선에서 야권의 후보가 확정되면 흔들릴 수 있는 ‘불안한 지지율’이다. 때문에 ‘집토끼’를 먼저 안기로 한 것.
그는 지난 2일부터 달성군 자택에서 머물며 대구·경북 민심 잡기에 나섰다. 박 전 대표가 서울 자택이 아닌 곳에서 이틀이나 머문 것은 선거 때를 제외하고는 처음이다.

특히 박 전 대표는 지역에 머무는 동안 무려 20개 안팎의 행사를 소화한 것으로 알려졌다. 선거 유세 뺨치는 강행군을 보이고 있는 것. 지방 유력 인사들과의 식사 자리는 물론 계파를 불문하고 당 소속 정치인들과 자리를 갖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방향 정한 잠룡들
민심 향해 “앞으로 가!”

그러나 정치 현안에 대한 언급은 자제하고 있다. 싱크탱크의 출범으로 이른 대권행보를 시작했다는 비판 여론을 의식, 논란을 최소화하겠다 것.

한 정치분석가는 “박 전 대표는 세종시 정국으로 충청 표심을 얻은 데다 차기 대선과 관련, 뚜렷한 대안을 내지 못하고 있는 민주당의 텃밭 호남에서도 높은 지지를 얻고 있다”며 “‘집토끼’를 잡고 난 후 수도권과 제주도 등 난공불락의 요새를 공략하려 하지 않겠냐”고 분석했다.

다른 차기 대선주자들의 추격세도 매섭다. 각각 정책을 발표하거나 싱크탱크를 출범하는 등 진열을 정비하고 대선행보에 돌입하고 있는 것.

야권 한 인사는 차기 대권과 관련, “박 전 대표의 최근 행보는 정치적 전략면에서 잘하고 있다”면서도 현재의 ‘박근혜 독주체제’가 유지될 수 있을지 여부에 대해서는 “박 전 대표가 유력 주자인 것은 사실이지만 2년을 아무 소리없이 유지하는 것은 어렵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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