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세대 골프황제는 누구?” 올해 지구촌 프로골프계 최대 관심사다. 타이거 우즈(미국)의 몰락과 함께 로리 매킬로이(북아일랜드)와 조던 스피스(미국)가 일찌감치 ‘포스트 타이거’로 주목받았지만 아직은 ‘2%’가 부족하다. 올 시즌은 더욱이 제이슨 데이(호주)가 세계랭킹 1위를 독점하고 있는 상황이다. 애덤 스콧(호주)은 데이가 ‘제5의 메이저’ 더플레이어스에서 압도적인 기량으로 우승하자 “마치 우즈를 보는 듯 하다”고 극찬했다.
데이는 실제 11개 대회에서 3승을 포함 톱 10에 6차례나 진입해 매 대회 우승 경쟁을 펼치고 있다. 특히 지난 10개월 동안에는 18개 대회에서 7승을 쓸어 담아 넘버원 카리스마를 만천하에 과시하고 있다. 이쯤되면 2000년 9승을 수확한 우즈의 전성기에 버금가는 성적표다. 더플레이어스에서는 대회 역사상 첫 ‘와이어 투 와이어 우승’까지 일궈냈다.
동력은 최대 400야드에 육박하는 무시무시한 장타다. 지난해 평균 313.7야드, 미국프로골프(PGA)투어 3위를 자랑했다. 저스틴 토마스(미국)는 “데이는 드라이브 샷을 정말 똑바로 친다”며 “많은 선수들이 불가능하다고 생각하는 핀을 공략할 수 있는 선수”라고 부러워했다. 마음만 먹으면 얼마든지 더 보낼 수 있는 힘과 기술이 있다는 이야기다. 실제 파5홀에서 아이언으로 2온해 가볍게 버디를 솎아낸다.
10개월 동안 7승 수확 세계 1위
최대 400야드 드라이브 샷 강점
우즈는 반면 290~300야드를 때린다. 장타자이기는 하지만 압도적인 비거리를 자랑하는 스타일은 아니다. ‘타이거슬램’이라는 대기록을 작성한 2000년 평균 비거리는 295.8야드에 불과했다. 정확도가 떨어진다는 게 아킬레스 건이다. 아예 러프를 벗어나 홀 공략이 어려운 지점으로 공이 날아간다. 티잉그라운드에서 드라이버보다 우드와 2번 아이언을 자주 꺼내는 이유다.
물론 당대 최고의 ‘송곳 아이언 샷’을 보유했다. 최경주(46·SK텔레콤)는 “1야드 단위로 타깃을 설정해 아이언 샷을 구사할 정도”라며 “저탄도 샷은 바람을 돌파할 정도의 정교함을 장착했다”고 분석했다. 여기에 눈부신 쇼트게임과 결정적인 순간 반드시 집어넣는 클러치 퍼팅을 더했다. 2005년 마스터스 16번홀(파3)의 90도로 꺾이는 신기의 샷과 2012년 메모리얼토너먼트 16번홀(파3)의 환상적인 플롭 샷 등 셀 수 없는 명장면이 출발점이다.
데이가 우즈 못지않은 아이언 샷을 완성하고 있다는 대목이 그래서 더욱 관심사다. 지난해 그린적중률을 70.83%(7위)까지 끌어 올려 5승 사냥에 성공했다. 안정적인 플레이에 주력하다보니 상대적으로 임팩트가 떨어진다는 게 오히려 약점이다. 미국선수가 아니라는 점은 매킬로이와 동병상련이다. 두 선수 모두 차세대 골프황제에 등극하기 위해서는 스피스에 비해 더욱 화려한 성적표가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