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년특집-굿바이 2010> ①해 넘기는 정치권 의혹

2010.12.21 09:22:33 호수 0호

새 해 떠야 어두운 그림자 걷힐까

한화·태광·C&그룹 정·관계 로비의혹 제자리걸음
시동 건 청목회 입법 로비 수사 결말은 ‘다음편에’
불법사찰 배후엔 누가?…국정조사·특검까지 갈까



2010년이 저물고 있다. 세종시 정국으로 시작된 올 한해는 6월 지방선거와 7월 재보선, 각 당의 전당대회 등 유난히 선거가 많았던 해다. 천안함·연평도 사태로 남북 사이에 찬바람이 불었고, G20 정상회의 개최로 전 세계의 시선을 한몸에 받기도 했다. 정치권은 다사다난했다. 총리실의 민간인 불법사찰 의혹과 정치권과 관련된 각종 검찰 수사로 한시도 편할 날이 없었다. 그리고 이러한 의혹들 중 일부는 해를 넘길 것으로 보인다.

한 해를 마무리하는 시기다. 하지만 잠시 시선에서 멀어졌을 뿐 ‘현재진행형’인 사안들이 상당하다. 그리고 이 중 여의도에서 시작됐거나, 여의도를 향해 몰아치던 의혹들은 해를 넘길 기세다.

정치권을 겨냥한 의혹 중 대부분은 검찰발 사정태풍에서 비롯된 것들이다. 한파보다 한 발 앞서 여의도를 찾은 기업들의 정·관계 로비 의혹 수사가 그것이다.

검찰이 공을 들이고 있는 한화·태광·C&그룹의 비자금 조성 의혹 수사에 정치권이 얽혔다. 수사가 ‘비자금 조성’에서 ‘비자금의 사용처’에 대한 것으로 초점을 옮겨가자 정·관계 로비 의혹이 고개를 내민 것. 재계를 시작점으로 한 사정태풍이 여의도를 향해 몰아치게 된 것이다.

검찰발 사정 칼바람
비자금 살생부 풀릴까


태광그룹의 정·관계 로비 의혹은 케이블TV업체 큐릭스 인수 과정에서 불거져 나왔다. 태광그룹이 큐릭스 인수를 위해 노무현 정부와 이명박 정부에 걸친 3~4년간 방송통신위에 로비를 했다는 것이다. 그리고 이와 관련, 전·현 정권 핵심 인사들이 관련자로 지목되고 있다.

진성호 한나라당 의원은 “(태광그룹 사건은) 박지원 민주당 원내대표가 (김대중 정부의) 문화부 장관을 했던 시절, 또 (노무현 정부의) 양정철 전 청와대 비서관이 방송정책을 관장했을 때 의혹의 싹이 트지 않았느냐”고 전 정권 핵심 인사들의 태광그룹 정·관계 로비 의혹을 제기했다.

실제 정계 일각에서는 이호진 태광그룹 회장이 전 정권 실세와 486 인사들과 두터운 친분을 나눴다는 말이 흘러나오며 민주당을 바짝 긴장케 했다.

반면 박지원 원내대표는 태광 로비의 배후로 ‘밀양라인’을 지목했다. 그는 “태광그룹 사건을 제보한 사람이 ‘방송법 시행령 개정이 태광그룹을 위한 맞춤형 개정’이었다고 하는데, 당시 방송법 시행령 개정에 관계된 사람들이 전부 ‘밀양라인’”이라며 경남 밀양 출신 정·관계 인사들을 정조준했다.

하지만 검찰이 이호진 회장의 자택과 사무실을 압수수색, 태광그룹이 그룹 차원에서 수년 동안 관리해 온 것으로 보이는 정·관계 인사 100여 명의 명단을 확보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여의도에 드리워졌던 ‘살생부 공포’는 제자리에서 주춤거리고 있다. 당장이라도 여의도에 칼끝을 드리울 것 같았지만 검찰이 가시적인 성과를 내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C&그룹 수사도 마찬가지다. 검찰 수사에서 자금력이 취약했던 C&중공업이 전남도 조선업에 진출하게 된 경위와 금융권에서 지원받은 1조3000억원대의 대출이 상당부분 부당하게 이뤄진 점 등 정·관계 로비를 의심할 수 있는 부분들이 여럿 눈에 띄었다.

C&그룹이 정·관계 로비용으로 제공한 법인카드를 받았거나 로비 명단에 포함된 것으로 알려진 전·현 정권 인사들이 이니셜로 전해졌으며, 검찰이 2008년 임병석 회장이 한나라당 의원들을 만나 금융권 대출 청탁을 한 단서를 일부 확보한 것으로 알려지기도 했다.

그러나 검찰 스스로도 C&그룹 수사와 관련, “정거장일 뿐 종착역이 아니다”라고 강조했음에도 ‘종착역’으로 갈 티켓은 얻지 못하고 있다. 임 회장이 검찰 수사에서 완강하게 자신의 혐의를 부인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일각에서는 “검찰이 기업들의 비자금 수사를 넘어 정·관계 로비의혹까지 겨냥하면서 이들과 직·간접적으로 인연을 맺었던 정치인들의 이름이 오르내리는 등 흉흉한 소문이 날로 살을 더해갔지만 개점휴업 상태인 검찰을 보니 결국 ‘용두사미’로 끝나는 거 아니냐”는 말이 나오고 있다. 
 
청목회 입법 로비
후원금의 진실은 무엇?

검찰은 기업의 정·관계 로비 의혹 뿐 아니라 ‘청목회’의 국회 입법 로비 의혹에도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이는 정치권도 예의주시하고 있는 사건이다. 청목회가 청원경찰법 개정과 관련, 여야 의원 수십명에게 후원금 로비를 벌였다는 것이 주된 내용인 만큼 검찰 조사에 따라 파장이 ‘찻잔 속 태풍’으로 끝나느냐 ‘태풍이 찻잔을 벗어나느냐’가 판가름 나기 때문이다.


검찰은 차근차근 단계를 밟아간 기업 관련 수사와는 달리 청목회 사건에서는 초고강도 수사를 진행하고 있다. 검찰은 수사 대상에 오른 국회의원들에 대한 계좌 추적을 완료한데 이어 국회의원 10여 명의 후원회 사무실을 압수수색했다. 검찰이 국회 회기 중 대대적으로 현역 국회의원의 후원회 사무실 등을 동시에 압수수색한 것은 이례적인 일이다.

그러나 정치권을 의식한 듯 압수수색 후 브리핑까지 열어 “압수수색을 했다고 해서 반드시 수사 대상이라는 뜻은 아니”라며 “이미 많은 사람이 클리어됐다”고 밝혔다. 그러면서도 검찰은 후원금 수수에 대가성이 뚜렷할 경우 정치자금법 위반 말고도 뇌물죄 적용을 검토하는 등 강력한 처벌 의지를 보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의 초고강도 수사에 대해 정치권의 불만이 팽배하다. “국회의원 턱밑에 칼이 들어왔다” “검찰이 사법권을 함부로 휘두른다면 그 칼은 국민에게 무서운 무기가 된다”며 검찰 수사를 비판하고 있는 것.

청목회 사건도 사건이지만 ‘후속탄’을 염려한 탓이다. 지난 2004년 ‘오세훈 선거법’으로 소액 후원금 제도가 생긴 후 이번 사건과 같이 기업, 협회 인사들이 개인 명의로 후원금을 낸 사례가 적지 않다. 부인, 친지, 친척 등 측근들을 통해 소액 후원금을 전달해 그 출처를 명확히 알 수 없는 경우도 상당하다.

결국, 청목회 사건이 어떻게 흘러가느냐에 따라 농협 불법 정치 후원금 수사 등 후속 사건의 방향도 정해지게 된다는 것이다.

검찰은 이달이 가기 전 청목회로부터 후원금을 받은 의원들을 피의자 신분으로 조사한다는 계획이다. 13일 한나라당 권경석 의원을 시작으로 유정현·조진형 의원과 자유선진당 이명수 의원, 민주당 최규식·강기정 의원 등에 대해 소환 조사를 끝낸다는 것.

불법사찰 배후
빅브라더를 찾아라

그러나 청목회 입법 로비에 대한 논란 속에 해를 넘겨서야 사건이 마무리될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이 밖에 이제 걸음마를 시작한 이명박 대통령의 ‘후원자’ 천신일 세중나모 회장에 대한 수사도 남아있다.


정치권이 이를 갈고 있는 의혹도 있다. 국무총리실 산하 공직윤리지원관실의 민간인 불법사찰 의혹이다.

이 사건에 대한 검찰 조사는 이미 마무리됐다. 서울중앙지검 특별수사팀은 지난 8월 이인규 전 공직윤리지원관과 김충곤 점검 1팀장을 구속 기소하고, 원충연 전 조사관을 불구속 기소했으며 이들의 불법 사찰을 ‘이 전 지원관의 과잉 충성에 의한 독단적 행동’으로 결론지었다.

서울중앙지법은 이 전 지원관에게 징역 1년6월, 김 팀장에게 징역 1년2월, 원 전 사무관에게 징역 10월을 선고, 민간인 불법사찰과 관련된 공소사실 모두를 유죄로 인정했다. 그러나 청와대 등 윗선의 개입 여부에 대해서는 밝혀지지 않은 상태다.

정치권이 주목하는 것은 이 부분이다. ‘청와대 대포폰’ ‘BH 지시사항’ 등으로 의혹을 키우며 청와대를 겨냥하고 있는 것.

정치권에 대한 전방위 사찰 의혹도 몸집을 키우고 있다. 폭로가 터져 나올 때마다 불법사찰 대상이 늘어 야권 인사들은 물론 친이계 핵심 인사나 친박계 관계자들, 심지어 박근혜 전 대표에 대한 사찰 의혹까지 제기된 상태다.

민주당은 청와대 불법사찰, 대포폰에 대한 국정조사와 특검을 요구하고 있다. 손학규 민주당 대표는 “민간인을 사찰하고, 정적을 감시하고 양심적인 민주인사를 탄압하는 것은 그 어떤 논리로도 정당화 될 수가 없다”며 “청와대 불법사찰 전모를 밝히기 위한 국정조사를 수용하라”고 촉구했다.

당내에서는 이 대통령이 불법사찰에 직·간접적으로 연루돼 있다면 대통령직을 걸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차영 대변인은 “미국의 닉슨 대통령은 도청 사건을 은폐하려다가 결국 대통령직에서 물러나야 했다. 도청도 도청이지만 대통령이 사실을 은폐하고 불법을 저지르는 것은 결코 용서할 수 없다. 그런데 청와대는 한 달이 지나도록 이에 대해 침묵하고 있다”며 한껏 날을 세웠다.

정치권에 대한 전방위 사찰이 진행됐는지, 그 배후에 선 것이 정말 청와대인지…. 의혹은 해를 넘겨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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