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합전략, 비어 페어링이 뜬다!

2016.06.07 09:31:19 호수 0호

혼술 열풍이 불러온 전략은?

외식가에 비어 페어링(beer pairing)이 뜨고 있다. 도시락 전문점과 카페 등 기존에 주류를 판매하지 않던 곳에서 맥주를 판매하고 나선 것이다. 일종의 복합 판매 전략이다.



가벼운 한 잔 문화 영향, 점포 매출 증대 효과
도시락+맥주, 점심~저녁까지 매장가동률 높여

비어 페어링이 늘고 있는 이유는 크게 두 가지다. 첫째, 가볍게 한 잔하는 음주문화가 확산되고 있기 때문이다. 높은 청년실업률, 고용불안 등의 경기 불황으로 과거보다 벌어들이는 실제 소득은 줄고 있는데, 소득이 줄어드는 것보다 씀씀이를 더 줄이고 있다. 식료품과 외식 등에 돈을 점차 아끼면서 밥을 먹을 때 맥주를 한 잔 가볍게 하고 집에 들어가는 경향이 강해진 것이다. 또 개인 중심으로 소비가 이동하면서 1~2년 전부터 ‘혼술(혼자 마시는 술)’과 ‘홈술(집에서 마시는 술)’ 문화가 속속 생겨나기 시작한 점도 한 몫한다.

줄어드는 씀씀이

둘째, 수익성을 높이고 신규고객층을 끌어들이기 위한 전략이다. 소비자들이 외식비 지출을 줄임에 따라 점포당 매출이 정체 혹은 감소하고 있는 반면 인건비, 고정비 등은 늘어남에 따라 수익성이 악화되고 있다. 이에 따라 수익성을 높이기 위해 새로운 시간대에 신규 고객층을 끌어들이면서, 객단가도 높일 수가 있는 비어 페어링에 주목하는 것이다.

주류 비 판매업종에서 주류를 판매하는 것은 미국과 일본에서 일찌감치 시작됐다. 미국 ‘스타벅스’는 술과 가벼운 완주를 판매하는 ‘스타벅스 이브닝’ 매장을 2010년 첫 선을 보였다. 병맥주부터 와인 등 술과 치즈플레이트, 팝콘, 맥앤치즈, 라따뚜이, 베이컨 요리 등 음식을 판매한다. 현재 스타벅스 이브닝 매장은 전 세계 250여개 있으며, 아시아에서는 지난 3월 도쿄 미루노우치에 첫 점포를 열었다.


일본에서는 2013년 규동전문점 ‘요시노야’가 500엔(약 5000원) 대의 저렴한 비용으로 맥주와 소고기 안주를 즐길 수 있는 메뉴를 내놓으면서 촉발됐다. 식사만 하던 규동전문점에서 저렴한 가격에 맥주까지 마실 수 있다는 점 때문에 화제를 모으며 인기를 끌었다.

이후 ‘스키야’와 ‘마츠야’ 등 다른 규동전문 브랜드들도 잇따라 맥주 판매를 했다. 스키야는 작년 9월부터 전국 400여개 매장에 판매하던 맥주+소고기 안주 세트의 가격을 580엔으로 낮췄으며, ‘요시노야’와 마츠야도 대상점포를 확대하기 시작했다. 패스트푸드전문점 ‘KFC’ 등 프랜차이즈 업계도 잇따라 맥주를 판매하거나 한정 상품을 내놓는 등 ‘초이노미’ 메뉴 개발 열풍에 동참했다. 이를 계기로 퇴근 후 식사와 음주를 저비용으로 즐기는 소비성향인 초이노미가 확산, 일본 월간지 닛케이 트렌디의 2015 히트상품으로 선정됐다.

전국에 680여개 매장을 두고 있는 ‘한솥도시락’은 5월12일 서울 서대문구에 위치한 연세대학교 건너편 연세로에 뉴타입 플래그십 스토어 1호점을 열었다. 기존 매장 타입에서 판매하는 도시락 50여 종에 생과일 주스와 생맥주, 일본식 치킨 가라아게를 더했다. 

생과일주스는 바나나, 초코바나나, 파인애플, 파인오렌지, 오렌지 총 5종으로 시럽을 넣지 않은 100% 순수 생과일로 고객이 주문하면 매장에서 직접 만든다. 맥주는 유럽산 최고급 홉으로 꼽히는 노블홉류를 사용해 정통 독일식으로 만든 롯데주류 프리미엄 클라우드 생맥주다. 가라아게는 국내산 닭다리살을 한솥 만의 특수와인 양념으로 하루저녁 숙성 후 튀김옷을 얇게 입혀 매장에서 즉시 튀겨내는 일본 정통식 순살 닭튀김이다.

가격은 생과일주스 1900원, 생맥주 2500원, 치킨가라아게 5000원. 매장 내부도 도시락과 치맥 등을 편하게 즐길 수 있도록 우드계열을 주요 컬러로 캐주얼한 느낌을 살렸다. 오픈한 지 한 달 남짓이지만 인근 대학교에 식사와 음료, 간단한 치맥까지 부담 없이 즐길 수 있다는 소문이 퍼지면서 20~30대 젊은층의 발길이 끊임없이 이어지고 있다는 것이 회사 측의 설명이다. 특히 일본의 쌀 소주 비잔클리어와 위스키 산토리 등을 활용한 ‘츄하이’와 ‘하이볼’ 한 잔을 도시락이나 치킨가라아게와 함께 곁들일 수 있어 대학생들로부터 뜨거운 호응을 얻고 있다.

주 메뉴 외에 부메뉴 경쟁이 치열한 카페 업계에서도 맥주를 내놓고 있다. 유업체 ‘매일유업’이 운영하는 커피 전문점 ‘폴바셋’이 3월 말부터 73개 매장 중 8개 매장에 생맥주를 팔기 시작 한 것. 시장 포화로 적자 매장이 늘면서 2~3년 전부터 커피 전문점은 수익성을 높이기 위해 베이커리와 디저트, 브런치, 식사메뉴 등 커피 외 메뉴로 치열한 경쟁을 해왔다. 커피 판매가 줄어드는 밤 시간에 손님을 끌어들이기 위한 것으로 풀이된다.

다양한 수요 충족

맥주 파는 카페는 골목가 개인 점포를 중심으로 속속 생겨나는 추세다. 책과 술을 함께 즐길 수 있어 ‘책맥’이라는 신조어로 통한다. 홍대 인근 합정동 골목에 위치한 북카페 ‘비플러스’와 서울 마포구 ‘퇴근길 책한잔’ 서대문구 연희맛로 ‘책바’ 강남 학동로 ‘북티크’ 등은 생맥주와 와인, 위스키 등을 함께 맛볼 수 있다.

‘맥도날드’도 지난 2월 판교 테크노밸리점에 자사의 수제 버거 브랜드인 ‘시그니처 버거’ 매장을 오픈하면서 맥주를 함께 선보였다. 아시아 최초로 맥도날드 매장에 맥주를 내놓은 것. 다양한 음식과 함께 맥주를 즐기는 문화가 유행한 점을 고려해 시도된 것으로 알려졌다.

불황기에는 한 가지 아이템만으로 수익을 보장할 수 없기 때문에 다양한 고객 수요를 이끌어 낼 수 있는 복합화 전략이 큰 효과를 낸다. 복합화 전략은 각각의 아이템이 전문점 수준의 경쟁력을 갖춰야 매출의 시너지 효과를 극대화할 수 있다.


상호 연관성이 부족한 기능을 결합할 경우 시너지 효과를 얻기는커녕 점포의 정체성이 흐려져 경쟁력을 잃을 수 있다는 점도 명심해야 한다. 점포의 복합화는 소비자의 기호나 시장 트렌드를 정확히 파악하고 이에 맞게 기능 구성을 해야 효과를 볼 수 있다. 또 다양한 기능성을 유지하기 위해 드는 비용이 매출 증대 효과보다 커지지 않도록 주의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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