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정원 VS 정보사 대북 정보전쟁 내막

2016.04.11 10:51:26 호수 0호

2중3중 스파이와 긴밀한 커넥션

[일요시사 취재1팀] 신상미 기자 =  북중접경지역에서 국정원 등 국내 정보기관이 다양한 대북정보를 수집하는 것은 익히 알려진 사실이다. 이들은 현지사정에 밝은 정보원을 이용해 북한 관련 정보를 수집한다. 이 과정에서 탈북자, 조선족, 한국인 등 민간인이 희생되는 경우도 자주 발생한다.     



북한 측도 인민군 보위사령부, 통일전선부, 정찰총국 등 대남공작기관들이 있다. 이들은 과거 김일성정권 시절처럼 활발하게 공작활동을 하지 않는다는 후문이다. 남한과의 체제경쟁에서 뒤쳐진 것을 스스로 잘 인지하고 있고 대남활동보다는 ‘내부 단속’이 더 시급하기 때문이다. 북중관계가 좋지 않아 중국에 나와 활동하는 것도 조심스럽다. 최대한 공안과의 마찰을 피해야 하기 때문이다. 공작활동에 필요한 자금도 부족한 상황이다.

포섭 정보원
자주 속는다

북한 정보기관들은 공작활동보다는 북한을 떠난 탈북자들이 남한에 입국했는지 여부를 상시적으로 추적하는 것에 더 무게를 둔다. 이들은 화교나 조선족 정보원을 이용하기도 하고 보위부 장교를 직접 중국이나 동남아로 파견해 탈북자를 체포하거나 탈북자가 한국이나 제3국에 입국했는지 여부를 정탐한다. 이러한 활동을 통해 보위부가 남한에 입국한 탈북자의 대략적인 명단을 갖고 있는 것으로 남한 정보당국은 파악하고 있다.   

그에 비하면 남한 정보당국은 비교적 활발하게 북한 관련 정보를 수집하는 편이다. 대북소식통에 의하면 국가정보원, 국군정보사령부, 기무사령부 등의 정보기관이 자기들이 포섭한 탈북자와 조선족 출신의 정보원에게 속는 일이 자주 발생한다고 한다.

정보기관 측이 “2중 스파이여도 상관없다. 정보만 가져와라”라고 요구하면서 돈을 매개로 한 ‘오염된’ 정보가 판치게 되는 것이다. 정보원들이 사례를 받기 위해 부정확하고 의심스러운 첩보를 넘기는 일이 일어날 수도 있고, 위험한 일에 뛰어들어 희생되는 경우도 많다. 그래서 청와대가 여러 개의 기관으로부터 같은 주제로 보고를 받아 교차확인 하는 방식으로 첩보를 검증하기도 한다.    


국정원 등이 요구하는 정보는 주로 관리소(수용소)나 교화소(교도소) 내부 영상, 군부 등 권력집단의 추악한 유흥생활, 북한 내부 지하교회의 실상을 알 수 있는 예배 영상, 공개처형 영상 등이지만 이러한 것들은 촬영하기가 현실적으로 어렵다.

정보원들이 실제로 구해오는 것은 장마당 거리 영상이나 물가, 자신이 사는 지역의 국가안전보위부나 인민보안부 동향 정도다. 이밖에도 북한의 달력, 교과서, 대학교재, 개정법률책, 마약, 위조 달러 지폐 등을 구해온다고 알려졌다.

해외방첩활동을 하는 국정원의 소위 ‘블랙요원’은 보통 정보원을 최대 12명까지 쓸 수 있다고 한다. 각각의 정보원은 또 자신의 망원을 거느린다. 국정원이 망원에게 직접 자금을 대거나 접선하진 않지만 이들의 신상은 대체적으로 파악하고 있다. 이런 식으로 블랙요원 한 명이 대체적으로 100명이 넘는 정보원을 거느린다. 이들은 선교사·목사 등의 종교인, 한국교민, 보따리 무역상(다이궁), 화교, 탈북자, 조선족 등으로 국적과 직업도 다양하다.  

두 기관 북중접경지역서 정보수집 활동
북 사정 밝은 정보원들 돌려 소스 모아

지난 김대중정권 시절 중국에서 활동하던 고위급 국정원 요원이 중국의 국가안전부(정보기관)에 체포됐다. 당시 우리 정부는 동북 3성에 있는 국정원의 블랙요원을 모두 철수시키는 조건으로 해당 요원의 석방을 성사시켰다. 당시 120여명이 추방 형식으로 중국을 나와야 했다. 이들 블랙요원 중엔 모 항공사의 센양지사장도 포함돼 있어 세간을 놀라게 했다. 이 지사장은 국정원에게 포섭돼 여러 해 동안 비밀리에 주요 인사들의 한국 입국을 도왔다.

국정원 측은 정보원을 이용해 북한에서 중국으로 파견 나온 고위인사의 일거수일투족을 미행하는 일을 하기도 한다. 특기할 만한 것은 사진 촬영을 하면 발각될 염려가 있기 때문에 ‘초상화’를 그리도록 해 인상착의를 파악한다고 한다. 이런 일엔 중국 현지사정에 밝은 탈북자 등이 동원된다.

국정원 정보원이 북한 위조지폐를 중국과 국내에서 쓰다가 처벌을 받은 사례도 있다. 지난해 한 정보원은 국정원 측의 요구로 북한에서 제작된 위조지폐 1만달러를 구해 국정원에 전달했다. 그는 약간의 달러를 남겨 중국의 유흥가에서 썼다. 국내에도 가져와 지인에게 기념으로 약간의 달러를 줬는데 이것이 강남 유흥가에서 떠돌다가 술집 종업원의 신고로 덜미를 잡혔다. 재판에 넘겨진 이 정보원은 최근 재판에서 집행유예를 선고받았지만 당시 언론엔 보도되지 않았다.

블랙요원은
12명까지 둔다

북한 달력이나 서적, 장마당 영상 등은 단둥 등의 북중접경도시에서도 쉽게 구할 수 있지만 때로 정보기관 측이 푼돈을 미끼로 어렵고 위험한 임무에 이들 민간인을 끌어들여 희생되는 경우도 발견된다. 

가장 유명한 것이 ‘동까모(동상을 까부시는 모임)’에 연루된 전영철씨 사건이다. 지난 2012년 함경북도의 국경도시 회령(북한명칭 김정숙시)에 한 탈북자가 북한 내부 영상 촬영을 목적으로 잠입하려다 체포된 사건이 발생했다. 탈북자 전영철씨가 청진에 사는 친척에게 돈과 카메라를 전달하기 위해 북한주민인 밀수업자 김모씨에게 부탁을 했는데 그 와중에 보위부에 발각되면서 중국서 납치됐다.   
 


당시 전씨는 중국 공안에게 한화 2000만원을 지불하고 다이너마이트 격발기 5개를 구했는데 이 정보가 북한 당국에 들어가 중국 용정시 삼합에서 붙잡혔다. 2012년 7월 조선중앙TV에 출연한 전씨는 남한 정보당국과 <조선일보> 기자의 제안으로 동까모에 참여해 김정숙 동상을 폭파하려고 북한에 잠입하려 했다고 주장했다.

그는 또 북한주민들이 남한 종편방송을 시청하는 모습을 촬영하려 한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전씨를 포함해 관련자 3명이 사형을 당했다. 전씨가 정보당국으로부터 약속 받은 돈은 20만달러였으며, 실제로 착수금조로 800만원을 건네받았다고 한다. 

단둥에서 탈북자들을 돌보던 김모 선교사도 지난 2011년 독극물 중독으로 사망했다. 그는 점심식사를 하고 나오다가 독극물이 든 주사에 찔려 즉사했다. 중국인으로 가장한 허위 여권을 발급받아 신의주로 들어가기 일주일 전이었다.

그가 신의주에 들어가려고 했던 것은 북한 내부 영상을 찍기 위해서였다고 알려졌으나 진위는 알 수 없다. 다만 김 선교사는 북한 지하교회의 예배 모습을 찍은 영상을 미국 전역을 돌아다니면서 상영했다. 이 일로 큰 주목을 받았고 기부도 받았다.

그러나 해당 영상을 본 한 조선족이 “저긴 북한이 아니라 우리 마을”이라고 알리면서 단둥 근처 마을에서 연출된 가짜 영상이라는 것이 밝혀졌다. 그가 사망하고 검찰은 북한 공작원이 사용하는 브롬화스티그민 중독으로 사망했다는 내용의 국정원 보고서를 서울중앙지법 재판부에 제출해 그의 사망원인을 공식화한 바 있다. 김 선교사의 사망 후 관련 영상들이 정보당국의 요구로 촬영된 것이라는 설이 떠돌았으나 정확한 것은 밝혀진 바가 없다.

최근 <일요시사>가 만난 A씨도 남한 정보당국의 정보원으로 일했다고 자신을 소개했다. 김대중정권 시절인 1990년대 말, 김씨는 우연한 기회에 같은 탈북자인 김모(67)씨의 소개로 대성공사(국정원의 옛 명칭) 일을 해주게 됐다. 그는 자신의 역할에 대해 “대성공사와 북한사람을 연결해 주는 안전판”이라고 설명했다.

자신이 아는 북한주민 중 고급정보에 접근이 가능한 사람들을 설득해 대성공사에 연결해 주는 일이었다. 목숨을 걸만큼 위험한 일이었지만 이씨는 이 일을 3년 동안이나 지속했다. 보수에 대한 욕심보다 통일을 앞당기는 데 기여한다는 자부심이 컸다고 했다.

하지만 정권이 바뀌면서 갑작스럽게 모든 연결고리가 끊어졌다. 그는 “자신을 감추는 법, 1분 이상 통화하면 추적 당하는 것, 은어로 말하는 것 등을 대성공사에서 배웠다”고 밝혔다.

현재 유럽에 머무르며 망명신청 중인 탈북자 B씨도 정보당국의 협조 요구를 거절하자, 여러 가지 원인을 알 수 없는 불이익을 겪으면서 한국을 떠날 수밖에 없었다. 그를 잘 아는 한 지인은 “B씨는 한국에서 살 수가 없어서 유럽으로 건너갔다”면서 “탈북자들은 국정원이 시키는 일을 하지 않으면 남한에서 살기가 어렵다”고 귀띔했다. 


목숨 걸고
위험한 일

B씨는 북한에서 소위 말하는 ‘출신성분’이 좋은 엘리트 계급이었다. 그 자신도 핵심기관에서 일했고 친인척들도 중요정보에 접근할 수 있는 요직에 배치돼 있었다. 국정원 측은 B씨에게 지속적으로 북한의 친인척에게 연락해 정보를 달라고 요청하라고 요구했다.

그러나 자신의 탈북으로 인해 친인척들이 요직에서 밀려나는 등 곤란을 겪었음을 잘 아는 B씨로서는 그러한 요구에 응할 수 없었다. 그는 웬일인지 각종 수당에서도 배제됐고 한국을 떠나기 위해 신청한 여권도 어렵게 발급 받아 겨우 한국을 떠날 수 있었다.    

탈북자나 조선족 정보원을 거느리는 이들 정보기관의 ‘기강 해이’도 큰 문제로 지적되고 있다. 지난해 5월 <뉴스타파> 보도에 따르면 인천지방경찰청 보안수사대 소속 보안경찰 4명이 3박4일 일정으로 단둥으로 출장을 나왔다. <뉴스타파>는 이들이 단둥에서 지낸 3일 내내 KTV(중국식 단란주점)에 갔다고 폭로했다.

이들은 이외에도 마사지를 받거나 짝퉁 명품시장을 방문하는 등 수사 이외의 유흥으로 시간을 보냈다고 한다. 뿐만 아니라 출장비 내 통역 및 가이드, 렌트 비용 등으로 책정된 400달러를 해당 비용에 지출하지 않고 조선족 가이드를 개인적으로 고용해 50달러를 주고 나머지를 유용했다. 이들을 따라다닌 조선족 정보원에겐 사례도 하지 않고 한국으로 와 버렸다. 정보원의 눈에 이들이 어떻게 보였을 지는 불 보듯 뻔한 일이다.
 

뿐만 아니라 정보당국이 이들 정보원에게 어렵고 위험한 임무를 맡기고 보수도 제대로 지불하지 않는다는 제보도 심심찮게 들려온다. 지난해 탈북자 C씨는 기자에게 “국정원에 정보를 넘겼는데 ‘국가에 봉사한 셈 치라’며 돈을 안줬다”고 분통을 터뜨렸다.

C씨에 의하면, 해당 정보는 원래 일본 언론이 눈독을 들여서 2개의 일간지와 1개의 방송사가 경쟁이 붙어서 가격이 5000만원까지 올라갔다고 한다. 그럼에도 외국 언론보다 국가에 먼저 연결하는 것이 옳다고 생각한 C씨가 국정원에 연결했는데도 국정원 측이 아무런 사례도 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C씨는 또 “탈북한 지 얼마 안됐을 때 보위부에 들어가 어렵게 구한 고급정보를 국정원에 넘겼는데 60만원을 받았다”면서 “목숨을 걸고 구한 정보인데 너무한 것 아니냐”고 하소연하기도 했다.

“달면 삼키고 쓰면 뱉는다” 
탈북자 등 이용하고 나몰라

한 북한전문가에 의하면, 탈북자 D씨가 보위부 내부정보를 국정원에 넘겼으나 D씨 역시 아무런 보수를 받지 못했다. 풀이 죽고 실망한 D씨가 이 북한전문가에게 “당신에게 정보를 넘겼더라면 사례는 받지 못했어도 북한정권의 비리를 폭로하는 데 일조한다는 자부심을 가졌을 것”이라고 말했다.

정보당국 입장에선 해당 첩보의 가치가 낮다고 판단됐을 수도 있으나 이 북한전문가 입장에선 꼭 구하고 싶은 귀중한 자료였고, 입수했다면 국제사회에 널리 알릴만한 자료였다고 아쉬워했다.

그러나 국정원 측이 높은 가치가 있다고 판단되면 국내 방송사 등 언론사에 넘겨 보도될 수 있도록 한다고 알려져 있다. 이 때 해당 방송사는 정보원에게 따로 금품 제공이 아닌 여타의 방식으로 사례를 한다고 알려졌다.  

또 다른 북한전문가는 “국정원 측이 적으나마 사례는 했을 것”이라며 “보수를 안 줬다기보다는 막상 현장에서 공작에 착수했을 때 예상했던 것보다 금액이 더 많이 들어 추가분을 재청구했는데 주지 않은 것이 아닐까 싶다”고 밝혔다.

물어다 준
정보로만 보고

이렇듯 정보기관과 탈북자 등이 서로 간의 커넥션이 긴밀한 것이 확인되는 가운데 정보기관이 탈북동포를 길들이고 이용하려고 하기보다 그들이 험한 남한사회에 잘 적응하고 ‘자립’해 살아갈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익명을 원한 북한전문가는 “국정원 일을 해주고 말로가 좋은 사람은 본 일이 없다”며 “북한 내부 영상도 기껏해야 회령, 온성 등의 장마당 정도가 촬영된다. 남한사람들은 아무리 보수를 많이 준다고 해도 이런 일에 나서지 않지만 북한사람들은 목숨을 걸고 뛰어든다. 그들에겐 적은 돈이 아니기 때문이다. 성공률은 낮다. 정보기관이 탈북자를 이용하려고 하지 말고 그들이 남한사회에서 자립해서 잘 살아갈 수 있도록 지원을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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