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잘할게요" 여당 지도부의 '공천사죄' 약 될까?

2016.04.08 14:39:34 호수 0호

"죄송합니다. 잘하겠습니다."



집권 여당 우두머리인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가 지난 7일 "공천 과정에서 국민 눈 밖에 나는 잘못을 저지르고 실망시켰다"며 머리를 조아렸다. 최근 4·13총선을 앞두고 각종 여론조사에서 특정지역에서 자당 후보가 공천 탈락에 반발하며 무소속으로 출마한 이들에게 속수무책으로 밀리자 '사죄 코스프레'로 전략을 급수정한 것이다.

김 대표는 이날 '죄송합니다, 잘하겠습니다'라는 피켓을 들고 "용서하고 다시 한 번 기회를 달라"고 머리를 숙였다. 그러면서도 어떤 부분이, 어떻게 잘못됐는지에 대해서는 일언반구조차 없었다. 유권자들 입장에서는 새누리당이 무슨 잘못을 했는지, 공천 과정에서 어떤 잘못을 저질렀는지 궁금할 수밖에 없다. 그런데도 김 대표는 핵심은 간과한 채 당장 눈앞의 표에 연연했다.

왜 그랬을까? 공천관리위원회(위원장 이한구)의 공천과정에 드러난 치부를 알리고 싶지 않았던 것 같다. 당장 선거가 코앞인 상황에서 당 대표가 흑역사를 다시 언급하는 것도 쉬운 일은 아닐 것이다.

무엇보다 '당장 표부터 만회하고 보자'는 속셈이 간절했던 것 같다.

전날인 6일에는 최경환 대구·경북 선거대책위원장이 대구 달서구 두류공원 거리에서 무릎을 꿇었다. 최 선대위원장과 김문수, 정종섭, 조원진 후보 등 대구권 공천자들 11명 모두가 함께 동참해 한 번만 봐 달라며 읍소했다.


최 선대위원장은 이날 "대구를 먹고 살게 해달라는 시민들의 절규를 제대로 뒷받침 하지 못했다. 화합하고 단합해 대구를 발전시키라는 명령도 못 지켰다"며 "이 자리를 빌어 대구 시민들께 사죄의 말씀을 드린다. 저희들에게 회초리를 때려달라"고 했다. 그러면서 "오늘 저희가 반성과 사죄를 드리니, 대구 시민 여러분들께서 저희에게 마음의 문을 열어달라. 제발 부탁드린다. 이번에 엄선해 내놨지만 후보자가 마음에 안 들더라도 우리 박 대통령을 위해 이번에 다시 한 번 기회를 달라"고 호소했다.

이날 그도 끝내 공천 파동의 핵심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았다. 이들은 호소문을 낭독한 뒤 사죄의 큰절을 올렸는데, 과연 이를 지켜본 유권자들의 마음을 돌려세웠을지 의문이다.

오히려 유권자들 사이에서는 '정치쇼' '여론조사에서 불리하니 급하긴 급한 모양'이라는 등의 역효과 분위기가 감지된다. 실제 각종 포털사이트에서도 이 같은 새누리당 지도부의 사죄를 탐탁지 않게 여기는 댓글들이 달리고 있다.

새누리당(더불어민주당도 크게 다를 건 없었다)은 공천과정에서 진박(진짜 친박근혜) 이한구 공천관리위원장이 친박(친 박근혜) 현역 의원들을 뚜렷한 이유 없이 대놓고 탈락시키는 등 '기준과 원칙'은 실종된 모습을 보였다. 이 과정에서 김무성 대표와 공천관리위원회 간 이른바 ‘옥새파동’으로 지지자들은 물론 유권자들에게 실망만 안겼다. 이한구 공천위원장도 유승민 공천을 두고 잡음을 일으키는 등 ‘시스템의 부재’를 고스란히 드러냈다.

잘한 일에는 칭찬을, 잘못한 일에는 벌을 받는 게 인지상정이다. 자당 후보를 선정하는 데 있어 공정하지 못했던 정당에서 제대로 된 정치력을 기대하기는 어렵다. 여야는 개인의 감정이나 계파를 넘어선 초당적 판단이 얼마나 중요한 일인지 이번 파동을 통해 뼈저리게 깨달았을 것이라 본다.

또 일부 특정지역에서 매번 선거 때마다 들렸던 "우리가 남이가"라는 지역 정치색을 이번 선거에서는 보기 힘들지 않겠냐는 전망도 나온다.

실제로 유승민, 이재오, 류성걸, 권은희 의원 등이 집단 반발하면서 탈당해 무소속으로 출마, 무소속 돌풍을 일으키며 일부 새누리당 후보들을 앞서고 있는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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