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고객 ‘봉’ 취급 수입차 백태

2016.03.28 11:09:05 호수 0호

“우리만 차별” 우습게 보고 무시한다

[일요시사 사회팀] 박민우 기자 = 수입차 150만대 시대. 그런데도 수입차 업체들은 아직까지 한국 고객을 ‘봉’으로 취급하고 있다. 얼렁뚱땅 넘어가는 소비자들 스스로가 수입차 업체의 ‘봉’노릇을 자처한다는 지적도 있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지난 2월 말 기준 수입차 등록대수는 140만1512대. 전체 2109만대의 약 6.6%로, 도로 위 15대 중 1대는 수입차다. 브랜드별로는 BMW가 25만5693대(18.2%)로 가장 많다. 이어 메르세데스-벤츠(21만8699대·15.6%), 폭스바겐(16만573대·11.5%), 아우디(14만2449대·10.2%) 순이다.

수입차는 2009년 이후 폭발적으로 늘기 시작했다. 매년 10만대 이상씩 늘어 2014년 100만대를 돌파했다. 작년 한 해 한국에서 팔린 수입차(승용차)만 24만3900대에 이른다. 전체 판매된 승용차(157만676대)의 16%를 차지한다.

수입차 관계자는 “적극적인 마케팅과 신차 효과, 물량 확보 등에 힘입어 수입차 시장이 급성장하고 있다”며 “올해 수입차 판매 대수는 20만∼25만대에 육박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설명했다. 잘 나가는 수입차 시장. 앞으로의 전망이 그리 밝지 않다는 비관론도 고개를 들고 있다. 그동안 당하기만 했던 소비자들이 단단히 벼르고 있기 때문이다. 다음은 한국 고객을 ‘봉’으로 취급하는 수입차 백태다.

[불안한 안전]

“튼튼하잖아.” 자동차의 기본적인 덕목은 ‘안전’이다. 국내 소비자들이 수입차를 선호하는 이유 중 하나는 국산차와 비교되는 탁월한 성능이 꼽힌다. 한 설문에선 수입차 구입계획자 5명 중 3명은 안전성과 성능 면에서 ‘수입차가 낫다’고 답했다.


실제로도 그럴까. ‘수입차가 안전하다’는 얘기는 옛말이 된지 오래다. 국토교통부가 지난해 국내에서 판매되는 12개 차종을 평가한 결과만 봐도 알 수 있다. 쏘울EV·K5·그랜저HEV·아슬란·투싼·티볼리 등 국산차 6종과 폴크스바겐 폴로·미니쿠퍼·아우디 A3·포드 토러스·인피니티 Q50·BMW X3 등 수입차 6종을 평가했다.

국토부는 ‘2015 안전한 차’ 최우수상에 현대차 아슬란을 선정했다. 충돌 안전성, 보행자 안전성, 주행 안전성, 사고예방 안전성 등 4개 분야를 평가한 결과 아슬란이 100점 만점에 97.3점을 받았다. 또 12종 가운데 가격이 가장 저렴한 쌍용차 티볼리가 우수상을 받아 가격 대비 안전성이 우수한 것으로 나타났다.

[계속되는 화재]

최근 잇달아 터지는 화재 사건만 봐도 수입차 안전에 의문이 달린다. 자칫 인명 피해 등 더 큰 사고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지난 19일 오후 2시20분께 경남 창원시 의창구 팔용동 벤츠 차량에서 불이 났다. 차량 뒷부분에서 연기가 발생, 엔진룸 등 일부가 불에 탔다. 지난 1월과 지난달에도 연이어 주행 중이던 벤츠 차량에서 화재가 발생했다. 모두 엔진 룸에서 불이 난 것으로 추정됐다.
 

국내 수입차 점유율 1위인 BMW도 잇단 차량 화재로 곤경에 처했다. 지난달 29일 달리던 BMW 차량에 불이 나는 등 최근 발생한 차량 화재는 10건이나 된다. 자동차 화재의 원인은 밝혀지지 않은 경우가 많다. BMW코리아 발표도 다르지 않다. 국립과학수사연구원 등과 차량 화재 10건에 대해 공동 조사한 결과, 9건에서 명확한 원인을 파악할 수 없었다고 밝혔다.

[부실한 A/S]

수입차 업체들의 A/S도 항상 제기되는 문제다. 비싼 돈을 주고 차량을 구입했다면 그에 걸맞은 A/S가 주어져야 맞지만 실상은 정반대다. 한국소비자원에 따르면 수입차 관련 소비자 피해 신고는 2011년 172건에서 2014년 210건으로 늘어났다. 210건 가운데 정비 관련 민원은 176건이나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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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는 부족한 정비시설과도 직결된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지난해 7월 기준 22개 수입차 업체가 등록한 공식정비센터는 모두 376개. 이 중 사고 처리가 가능한 정비센터는 174개밖에 안된다. 당시 수입차 등록대수(127만여대)를 감안하면 1개 센터당 7000대를 담당하는 셈이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수리 기간이 오래 걸리는 게 다반사다. 보험개발원에 따르면 수입차의 평균 수리기간은 8.8일로, 국산차(4.9일)보다 1.8배 긴 것으로 조사됐다. 여기에 긴급출동서비스 차량을 보유하지 않은 수입차 업체도 상당수다.


[개소세 버티기]

정부는 지난해 말 종료된 개소세 인하 조치를 오는 6월까지 연장하고, 올해 판매한 자동차에 대해서도 소급 적용한다고 밝혔다. 현대차, 기아차 등 국내 완성차 업체들은 1월 구매로 개별소비세 인하 적용을 받지 못한 고객에게 차액을 환급해 주고 있다. 고객들은 20여만∼210여만원을 돌려받는 등 지금까지 자동차 개별소비세 인하에 따라 차주에 돌려준 환급액은 총 250억원에 달한다.
 

이와 달리 대부분의 수입차 업체들은 대조적인 모습을 보이고 있다. 벤츠, BMW, 포드, 아우디, 인피니티, 랜드로버 등은 환급이 불가하다는 입장을 고수 중이다. 결국 검찰이 나섰다. 한국자동차소비자연맹은 수입차 업체들이 개별소비세 환급을 거부한다는 이유로 6개 업체를 사기 혐의로 고발했다. 검찰은 연맹 관계자를 불러 고발인 조사를 시작했다.

[배출조작 외면]

배출가스 조작 파문을 빚은 폭스바겐은 유독 한국에만 무성의한 태도를 보여 논란이 되고 있다. 지난해 9월 미국 환경청(EPA)이 폭스바겐 디젤차의 배출가스가 조작됐다고 발표한 이후 폭스바겐은 해당 차량 소유주에게 보상금을 약속했다. 폭스바겐은 배기가스 조작 파문이 전세계로 확산되자 미국과 유럽 등에서 발 빠르게 수습에 나섰지만, 국내에선 무성의한 태도로 일관하고 있다.

리콜도 뭉그적거리고 있다. 국내 소비자들은 뒷전으로 밀렸다. 폭스바겐은 미국, 독일, 중국, 브라질 등 다른 나라에선 대대적으로 리콜 조치했지만, 국내엔 “해당 차량이 없다”고 버티다 정부에 제출한 시정계획서로 거짓말이 들통 났다.

[정부까지 농락]

폭스바겐은 배출가스 조작과 관련 정부까지 농락하는 모양새다. 환경부는 지난해 11월 폭스바겐 15개 차종 12만5500대가 임의 조작을 통해 배기가스의 배출량을 속인 사실을 확인했다. 이에 따라 리콜 계획서를 제출하도록 했다. 폭스바겐이 제출한 결함시정계획서는 단 한 줄.

‘배기가스 저감장치의 동작을 저해하는 소프트웨어 장치로 인해 일부 환경에서 도로 주행시 질소산화물(NOx)의 배출량이 증가될 가능성이 있다.’


부실한 리콜 계획서는 여론은 물론 정부의 심기도 건드렸다. 환경부는 보완을 요구했고, 폭스바겐은 다시 제출했지만 이 역시 “핵심사항이 없다”고 판단한 환경부는 퇴짜를 놨다. 환경부는 “다음번에도 무성의한 계획서를 내면 아예 리콜 자체를 불승인할 것”이라고 경고한 상태다.

[비용 부풀리기]

뻥튀기 된 각종 비용도 도마에 오르내린다. 먼저 수리비. 보험개발원에 따르면 2014년 기준 사고 수입차 1대당 지급된 미수선 수리비는 평균 279만원이었다. 이는 국산차(83만원)의 3.4배에 달하는 금액이다. 부품값 역시 외제차를 독점 수입하는 업체들이 마음대로 정하기 때문에 거품이 잔뜩 끼어 있다.

렌트비와 보험료도 차이가 있다. 보험사들이 수입차 사고 1건에 지급하는 평균 렌트비는 134만원으로, 국산차(37만원)에 비해 3.6배 비쌌다. 반면 수입차 보험료는 비슷한 가격대의 국산차에 비해 2배도 채 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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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입원가 논란도 그대로다. 정부는 수입차 업체들에게 수입원가를 공개하도록 했지만 여전히 베일에 가려져 있다. 업체들은 영업상 비밀이란 이유로 공개하지 않고 있다. 관세법에 따라 관세청장이 대신 수입가격을 공개할 수 있지만, 수입업체의 사익을 보호해야 한다는 이유가 길목을 막고 있다. 수입원가를 공개한 한 업체의 경우 마진율이 무려 50%에 달해 바가지 논란이 일기도 했다.

[무조건 풀옵션]

수입차는 판매 가격에도 거품이 끼어 있다는 지적이 많다. 왜 그럴까. 바로 옵션 때문이다. 국내에서 팔리는 수입차는 대부분 ‘풀옵션’이다. 소비자는 가솔린·디젤, 2륜·4륜 중 하나를 고르는 것 외엔 선택할 수 있는 게 없다. 물론 고객이 원할 경우 세부 옵션을 고를 수 있지만, 출고가 6개월 이상 걸린다는 단서에 대부분 포기하게 된다.
 

미국 시장은 다르다. 소위 ‘깡통차’라고 불리는 옵션 없는 차량부터 세세한 옵션 가격을 모두 공개, 선택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BMW 528i를 놓고 보면 한국에선 6740만원이라는 한 가격으로 정해져 있는 반면, 미국에선 4만9245달러(5365만원)부터 선택해 구매할 수 있다.

[속보이는 할부]

수입차들은 파격적인 할부금융 프로그램으로 소비자들을 유혹한다. 유독 20∼30대 젊은 사람들이 몰리는 것도 이 때문이다. 자동차 가격이 비싸기 때문에 소비자들은 현금(일시불)보다는 할부·대출 등 파이낸싱을 이용해 수입차를 구입하는 경우가 많다. 주요 수입차 업체들이 할부금융사를 자회사로 두고 있는 이유다. 문제는 경제력이 시원치 않은 사람들이 할부금융의 유혹에 넘어가 ‘카푸어’(무리하게 비싼 차를 구입해 신용에 문제가 생기는 사람)로 전락하는 경우가 많다는 점이다.

할부기간 원금과 이자를 매월 상환하는 일반적인 형태의 할부금융과 달리 수입차 할부금융사는 원금유예할부 프로그램으로 큰 재미를 보고 있다. 원금유예할부는 차량구입과 동시에 차값의 30%를 먼저 지불하고, 나머지 원금 중 10% 가량을 할부기간 이자와 함께 상환한 뒤 할부기간이 끝나면 60%에 이르는 원금을 한꺼번에 갚는 식이다. 차량을 구입하고 3년 후 차를 되팔아 또 다른 차량을 살 수 있는 능력이 되는 사람들에게 걸맞은 프로그램이지, 돈이 없는 사람이 고가의 차를 사기 위한 프로그램이 아니다.

[쥐꼬리 기부]

메르세데스-벤츠코리아, BMW코리아, 아우디폭스바겐코리아 등 3대 수입차 업체는 2014년 매출액이 모두 2조원을 돌파했다. 영업이익은 메르세데스-벤츠코리아 1221억원, BMW코리아 571억원, 아우디폭스바겐코리아 546억원을 올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회공헌엔 인색하다. 그해 메르세데스-벤츠코리아는 11억원, BMW코리아는 17억, 아우디폭스바겐코리아는 2억원만 기부했다.

이를 포함해 전체 수입차 업체들이 낸 기부금은 매출의 0.03%에 불과한 36억원밖에 되지 않는다. 혼다가 66만원, 푸조가 500만원의 ‘쥐꼬리’ 기부를 했다. 피아트 크라이슬러, 볼보, 캐딜락은 한 푼도 내지 않았다. 반면 이들 업체들은 하나같이 매년 해외 본사로 뭉칫돈을 배당금으로 보내고 있는 실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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