웅진 돌쟁이 2000만원 투자 논란

2016.02.22 10:32:24 호수 0호

망해도 금수저는 금수저

[일요시사 취재1팀] 박창민 기자 = 윤석금 웅진그룹 회장이 배임·횡령 혐의로 실형을 선고받았다가 지난해 말 집행유예로 기사회생한 뒤 ‘투명 경영’을 다짐한 지 한 달 만에 다시 구설수에 올랐다. 한 살밖에 안 된 돌쟁이 손자에게 핵심계열사인 웅진씽크빅의 주식을 손에 쥐어줘서다. ‘흙수저’ 출신인 윤 회장이 자녀와 손자에게만큼은 ‘금수저’를 물려주고 있는 것이다.



윤 회장의 손자와 두 아들은 최근 수십억원의 웅진씽크빅 주식을 장내 매입했다. 공교롭게도 10여일 후 웅진씽크빅이 지난해 어닝서프라이즈(시장의 예상치를 훨씬 뛰어넘는 깜짝 실적)를 기록한 것이 발표되면서 주가가 30% 넘게 급등했다. 이 때문에 윤 회장 일가가 미공개 정보를 이용한 것이 아니냐는 의혹이 불거지고 있다. 아울러 어닝서프라이즈 발표 전에 웅진씽크빅 주식을 싼값에 집중 매입, 윤 회장이 두 아들의 경영권 승계를 공고하게 했다는 해석마저 나오고 있다.

주가 연일 급등

윤 회장은 ‘샐러리맨 신화’의 주인공이다. 1980년 한국 브리태니커에 입사한 이래 최고의 영업맨으로 불리던 그는 자본금 7000만원으로 독립해 웅진그룹의 기반을 만들었다. 이후 웅진그룹은 웅진식품, 웅진코웨이 등 15개 계열사를 거느린 거대 기업으로 발돋움했다. 잘나가던 웅진그룹은 미국발 금융위기가 불어닥친 2000년대 후반부터 조금씩 흔들린다. 건설경기 악화, 금융업 부실, 태양광산업 침체 등 연속된 악재로 위기에 봉착한 것도 이 무렵이다.

윤 회장은 지난 2012년 7월부터 9월까지 채무 상환의 능력과 의사가 없는데도 1198억원 상당의 CP를 발행한 혐의로 불구속 기소됐다. 당시 웅진그룹은 CP 발행 전에 이미 회생신청을 내부적으로 결정한 것으로 알려져 ‘CP 발행 사기’ 의혹을 샀다. 2011년 9월부터 2012년 5월까지 웅진홀딩스·웅진식품·웅진패스원 등 우량회사 자금을 임의로 끌어다 부실회사인 웅진캐피탈에 지원해 968억원의 손해를 입힌 의혹도 받았다.

이런 상황에서 지난해 8월 윤 회장의 구속 여부가 본격적으로 부각되기 시작했다. 당시 서울중앙지법 재판부는 윤 회장이 극동건설과 웅진캐피탈 등 그룹내 부실 계열사에 715억원을 부당지원한 배임횡령 혐의에 대해 유죄판결을 내렸다. 다만 윤 회장이 2012년 1000억원 규모의 기업어음을 발행한 사기혐의는 무죄로 판결했다.


피해보전을 위해 노력한 점을 감안해 법정구속은 하지 않아 항소심에서 감형 받을 여지도 남겨뒀다. 이 같은 결정은 웅진그룹이 경영공백을 맞이하면 피해자 구제가 더욱 어려워질 것을 감안한 선택이었다. 재판부는 “피고인이 피해 회사들에 대한 구체적 변제계획을 제출했다”며 “항소심에서 피고인의 방어권 보장을 위해 법정구속을 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기업어음 발행부분이 무죄로 인정받으며 최악의 상황을 모면한 웅진그룹은 형량 감형을 위해 항소했고 예상은 맞아떨어졌다.

지난해 12월14일 열린 항소심에서 결국 윤 회장에게 재판부는 집행유예를 선고했다. 서울고법 형사4부(부장판사 최재형)는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로 기소된 윤 회장에게 징역 4년을 선고한 원심을 깨고 징역 3년과 집행유예 5년을 선고했다. 추가적인 변제 방안을 모색했다는 점을 상당부분 인정해준 셈이다. 윤 회장과 함께 기소된 웅진그룹 전·현직 임직원들에게는 징역 2년6개월과 집행유예 3∼4년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윤 회장의 지원행위 자체가 지원 회사 고유의 이익보다는 극동건설이나 서울상호저축은행을 재정적으로 지원하는 데 주된 목적이 있었다”며 “윤 회장은 CP 발행 당시 웅진코웨이 매각대금으로 CP를 변제할 구체적인 계획을 세운 뒤 웅진코웨이 매각을 진정성 있게 추진했다”고 판시했다.

윤석금 재판 와중에…경영권 세습 준비
1살 손자 웅진씽크빅 주식 1795주 취득

그런데 윤 회장이 집행유예로 풀려난 지 불과 한 달 만에 돌쟁이 손자가 웅진씽크빅 주주가 되면서 다시 도마에 올랐다. 지난달 18일 웅진씽크빅 주식 1795주(0.01%)를 취득해 화제가 된 윤 회장의 첫 손주는 차남인 윤새봄 ㈜웅진 상무보(37)와 배우 유설아씨 사이에서 태어났다. 지난해 1월13일 생으로 이제 막 첫 돌이 지났다. 당시 투자금액은 주당 평균 1만1100원인 1990만원이다.
 

이 뿐만이 아니다. 윤 회장의 두 아들 윤형덕 웅진씽크빅 상무보(39)와 윤새봄 상무보도 지난달 15∼20일 각 17만9765주, 모두 35만9530주를 장내에서 사들였다. 두 사람의 투자 자금은 40억원 가량으로 주당 평균 1만1100원에 매입한 셈이다. 이번에 주식 매입으로 두 형제의 소유지분은 5.7%(197만주)로 확대됐다. 윤 회장의 손주뿐만 아니라 두 아들까지 지난달 중순 웅진씽크빅 주식을 집중 매수한 것이다.

윤 회장 일가가 주식을 매입한지 10여일 후인 지난 1일 웅진씽크빅은 지난해 매출 6505억원, 영업이익 233억7000만원, 당기순이익 134억원의 실적을 거뒀다고 발표했다. 이는 전년 대비 각각 1.2%, 30.1%, 28.8%씩 증가한 수치다.

이후 웅진씽크빅 주가는 연일 급등하고 있다. 윤 회장 일가가 주식을 매입할 때만 하더라도 1만1000원 안팎에서 횡보하던 주가는 설 연휴전인 지난 5일 1만4900원까지 치솟더니, 전 세계 금융시장의 불안으로 코스피지수가 2.96% 폭락한 지난 11일에도 1만4900원으로 마감하며 보합을 유지했다. 이에 따라 윤 회장 일가는 불과 한 달도 안 돼 30% 이상 시세차익을 얻고 있다.

이에 대해 웅진그룹은 관계자는 “사측에서는 오너 일가가 주식을 산지도 잘 몰랐다. 단지 오너 일가가 매입한 주식이 크게 올랐다는 이유로 ‘계획적으로 주식을 매입했다’는 말은 결과만 갖고 과정을 생각했기 때문인 것 같다”고 말했다. 이어 “오너 일가에서 ‘호재를 사전에 알고, 주식 매입을 했다’는 의혹도 있을 수 없다”며 “이사회에서 보고를 하지, 회사 차원에서 오너에게 직접 정보를 제공하지는 않는다”고 말했다.


윤 회장은 과거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아들이라고 무조건 경영권을 물려주지 않겠다”고 누차 밝힌 바 있다. 하지만, 웅진그룹이 기업회생절차를 밟던 지난 2014년 웅진홀딩스 지분을 두 아들에게 넘겨줬다. 이후 웅진그룹은 형제간 공동경영 체제로 전환해 경영권 승계 절차를 밟아가고 있다.

윤 회장의 두 아들이 30대의 젊은 나이고 입사 10년이 채 되지 않았다는 점에서 주변의 우려는 여전하다. 2008년 웅진코웨이 대리로 입사한 장남 윤형덕 상무보와 2009년 웅진씽크빅에 입사한 차남 윤새봄 상무보는 초고속 승진을 거듭해왔다.

내부정보 의혹

과거 윤 회장은 한 인터뷰에서 “요즘 젊은이들은 배짱이 약하다. 그러니 벤처도 적게 만들고 돈이 안 되는 것은 안한다. 창업을 해야 자수성가도 할 수 있다”고 밝힌 바 있다. 다시 말해 젊은 ‘흙수저’도 열심히 살면 성공할 수 있다고 밝힌 것이다.

하지만 최근 윤 회장의 행보는 정반대로 가는 것처럼 보인다. 이를 본 취업 한 취업 준비생은 “수저 계급 논란이 확산되고 있는데, ‘샐러리맨 신화’로 불리는 사람이 두 아들과 손자를 위해 경영권을 공고히 하는 모습이 씁쓸하다”고 말했다.
 

 

<min1330@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윤석금 금수저 아들 스펙

윤석금 웅진그룹 회장의 장남인 윤형덕 웅진씽크빅 상무보와 차남인 윤새봄 웅진상무보는 아직 경영능력을 검증받지 못한 데다 나이도 각각 39세, 37세로 경영권을 이어받기에는 이른 감이 있다.

이들은 2014년 3월 지주사 웅진이 법정관리를 졸업하고 얼마 지나지 않아 각각 웅진씽크빅과 웅진홀딩스 사내이사로 선임되며 본격적으로 경영에 참여하기 시작했다.


윤형덕 상무보는 미국 워싱턴대를 졸업하고 2008년 웅진코웨이에 대리로 입사한 후 2009년 과장(신상품팀장), 2010년 차장(경영전략팀장)을 거쳐 2011년 2월 부장(경영기획실장)으로 1년에 한 번씩 고속승진을 거듭했다. 그는 적극적인 업무 스타일로 아버지 윤 회장을 많이 닮았다는 평가를 받는다.

윤새봄 상무보는 미국 미시간주립대학을 졸업하고 2009년 6월 웅진씽크빅 기획팀에 입사 했다. 2010년 웅진케미칼 경영관리팀장(과장) 등을 지냈는데 업무처리에서 합리적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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