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생결단' 야권 자객공천 시나리오

2016.01.11 11:50:46 호수 0호

차라리 여당 당선이 낫다?

[일요시사 정치팀] 김명일 기자 =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당 간의 신경전이 극에 달하고 있다. 더민주 문재인 대표가 탈당파 의원 지역구에 새 인물을 투입하겠다고 언급하자 국민의당 안철수 의원 측도 친노 의원 지역구 표적 공천론으로 맞불을 놨다. 양측의 사생결단 자객공천 시나리오를 <일요시사>가 미리 살펴봤다.



한때 한솥밥을 먹었던 더불어민주당(이하 더민주)과 국민의당 인사들이 사실상 전면전을 준비하고 있는 모양새다. 더민주 문재인 대표는 김한길 의원이 탈당한 지난 3일 “탈당으로 비게 되는 지역에 과감하게 새로운 인물을 내세워 정치를 물갈이 하겠다”고 선언했다. 탈당파 인사들에 대한 일종의 보복 공천을 하겠다는 뜻이다.

맞불 작전?

그러자 안철수 의원 측도 친노 의원 지역구 표적 공천론으로 맞불을 놨다.

안 의원 측 문병호 의원은 “올해 총선은 친박과 친노를 심판하는 선거가 될 것”이라며 “친박, 친노 의원 지역구에 특별 공천을 할 생각”이라고 말했다. 어느 지역이냐는 질문에는 “패권적인 친노 역할을 한 의원들 지역”이라고만 밝혔다. 이처럼 더민주와 국민의당이 서로 상대편 핵심 인사 지역구에 전략공천을 시사함에 따라 올해 총선은 양대 야권 세력 간 대충돌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가장 먼저 더민주는 탈당파인 유성엽 의원을 겨냥하고 있다는 이야기가 나온다. 더민주가 최근 영입한 김병관 웹젠 이사회 의장과 이수혁 전 독일대사가 모두 유 의원의 지역구인 전북 정읍 출신이기 때문이다. 김 의장은 전북 이리고와 서울대 경영학과를 졸업한 뒤 KAIST에서 석사를 취득한 IT 전문가다.


김 의장은 2000년 벤처기업 솔루션홀딩스를 공동 창업한 뒤 ㈜NHN게임스 대표 이사, ㈜웹젠 대표 이사를 역임했다. 게임 전문기업인 웹젠의 시가 총액은 지난 12월21일 기준 7980억원으로 김 의장은 웹젠의 최대 주주(26.72%)다. 보유한 주식 평가액만 2200억원대에 달한다.

정치권은 자연스레 유 의원의 맞수로 김 의장을 지목하고 있다. 유 의원도 이 같은 상황을 의식한 듯 김 의장을 겨냥해 견제구를 날렸다. 지난 4일, 안철수 의원의 이희호 여사 예방에 동행한 유 의원은 “걱정이 돼 어제 저녁에 잠을 못 잤다. 잘 나가는 사업가를 한 순간에 망하게 하면 안 된다”고 했다. 김 의장은 더민주의 정읍 출마 카드뿐 아니라 안철수 의원의 대항마로도 언급된다.

현재 안 의원의 지역구인 노원병에 정의당 노회찬 전 의원이 출마를 준비하고 있는 상황에서 더민주까지 후보 공천을 하게 되면 안 의원의 재선 가능성은 매우 희박해질 수밖에 없다. 이수혁 전 독일대사 역시 강력한 유성엽 대항마다.

이 전 대사는 참여정부 시절에 초대 6자 회담 수석대표를 지내고 외교부 차관보와 국정원 1차장을 거친 외교안보 전문가로 손꼽히는 인물이다. 하지만 전북 정읍은 유 의원이 무소속 시절에도 압도적인 지지율로 연거푸 총선에서 승리를 거둘 정도로 지지기반이 확고한 지역이어서 더민주의 자객 공천이 성공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탈당한 권은희 의원의 지역구인 광주 광산을에는 이용섭 전 의원을 복당시켜 출마시킬 것이라는 말도 나온다. 이 전 의원은 2014년 지방선거 당시 광주시장에 도전했지만 김한길·안철수 공동대표가 윤장현 현 시장을 전략 공천하면서 탈당했던 인사다. 광주 광산을은 원래 이 전 의원의 지역구였다. 지역에서는 문 대표가 이 전 의원을 복당시키려 했기 때문에 권 의원이 탈당을 결심한 것 아니냐는 이야기도 나온다.

더민주-안철수당 정면충돌 구도 형성
진흙탕 싸움 돌입…미소 짓는 새누리

이와 함께 김동철 의원 지역구(광산 갑)엔 운동권 출신 인사의 공천설이 꾸준히 거론되고 있다. 일각에서는 더민주 지도부가 탈당 가능성이 높은 광주·전남 현역 국회의원들의 지역구에 투입할 대체 카드를 이미 확보한 상황이라는 관측도 제기되고 있다. 더민주 지도부는 탈당파를 구세대로 몰아붙이고, 그 자리에 신세대를 공천하겠다는 구상이다. 더민주는 비공개 최고위원회의에서 탈당한 의원들의 지역구를 사고 지역위원회로 결정하고, 지역위원장 직무대행을 세울지 검토하기로 했다.
 

이에 맞서 안 의원 측 진영에서도 광주·전남지역 친노 주류 진영의 강기정(광주 북갑), 우윤근(광양·구례), 신정훈(나주·화순) 의원 등을 공략하기 위한 참신한 인재 영입을 적극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미 더민주 박남춘, 윤관석 의원 지역구에는 이현웅 변호사가 대항마로 거론되고 있으며, 서울대 법대를 나와 판사를 지낸 홍훈희 변호사는 김태년(경기 성남 수정) 의원 지역구 출마가 점쳐진다.

또 안 의원 측 김기완 전 안산시의회 의장은 전해철(경기 안산 상록갑) 의원, 정두환 극동대 겸임교수는 이목희(서울 금천) 의원 지역구에서 이미 총선을 준비해왔던 인사다.

이밖에도 친노 인사와 안 의원 측 인사 간 정면 대결 구도가 진행될 지역구는 여러 곳이다. 서울 관악을의 경우 문 대표 측근인 정태호 전 청와대 대변인과 안 의원 측근인 박왕규 메트릭스 여론분석센터 전 소장이 뛰고 있다. 경기 고양 덕양을에서는 지난 대선 때 문재인 후보 시민캠프 공동대표를 지낸 문용식 더민주 지역위원장이 뛰고 있는데, 안 의원 측근인 이태규 신당 창당실무준비단장의 출마 가능성이 거론된다.


양측의 분위기가 이처럼 과열되자 야권에서는 이를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정치권의 한 관계자는 “우리의 진짜 적은 (더민주나 국민의당이 아니라) 새누리당인데 서로 자객공천을 하겠다고 으르렁 거리면 야권 모두 공멸할 수밖에 없다”며 “(정동영 전 의원이 신당에 합류에 출마한) 관악을 재보선 때처럼 분열하면 패배만 기다리고 있을 뿐”이라고 지적했다.

야권의 한 중진인사 역시 “지금 호남에서 문 대표의 지지도가 바닥이다. 더구나 그들은 선거 경험도 없는데 힘들게 영입한 인사들을 호남에 투입시킨다는 것은 나가서 죽으란 말밖에 안 된다”며 “게다가 지역발전도 아니고 누구를 떨어뜨리기 위해 공천을 한다면 유권자들도 가만히 있지 않을 것이다. 자객공천은 야권이 공멸하는 길”이라고 말했다.

때문에 더민주 일각에선 두 세력이 선거연대를 해야 한다는 절박한 목소리도 나온다. 더민주 지도부 핵심 의원은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시간상 신당이 전국에 후보를 낼 수도 없고, 최소한 후보 단위의 야권연대는 이뤄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공멸 작전?

하지만 안 의원은 물러서지 않고 있다. 안 의원은 “구태세력과의 연대는 없다”며 “신당에 참여하실 분들은 3자구도 하에서 싸울 각오를 가지고 들어오셔야 한다”고 말했다. 더민주와 정면승부를 펼치겠다는 각오를 재차 피력한 것이다. 과연 더민주와 국민의당 간의 사생결단 자객공천 대결은 누구의 승리로 끝나게 될까?


<mi737@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안철수 합류한 김한길 속내는?

더불어민주당을 탈당한 김한길 의원이 지난 7일, 무소속 안철수 의원이 추진하는 신당 합류를 선언했다. 두 사람은 국회 의원회관에서 오찬 회동을 갖고 이날부터 신당 창당에 협력하기로 했다. 동시에 최고의 인재 영입에 주력하고, 민생에 모든 정치의 중심을 맞추는 정당을 만들기로 합의했다.


신당 창당에 대해 안 의원은 “이 당은 안철수 개인의 당이 아니다. 정말 대한민국 최고의 인재를 찾는 데 열심히 노력하고자 한다”고 말했다.

김 의원은 “인재 영입에 신당의 명운이 걸렸다. 인재 영입이 아니라 인재 징집이라도 해야할 판”이라고 말했다. 두 의원은 아직 각자의 직책이나 역할은 정해지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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