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천우의 시사펀치> 김무성, 노원병으로 오시라

2016.01.04 10:15:52 호수 0호

작금에 정치판, 한마디로 난장(亂場)이다. 박근혜 대통령의 ‘진실한 사람’ 논란을 포함하여 여야 가리지 않고 밥그릇 싸움, 총선에서의 공천 지분 확보와 관련하여 그야말로 진흙탕 싸움을 벌이고 있다.



이를 바라보면서 묘한 생각이 떠오른다. 혹여 대통령을 포함한 정치권 모두가 약속한 게 아닌가 하는, 즉 곤궁하기 이를 데 없는 현 상황에 국민들이 불평불만을 늘어놓지 못하도록 일부러 저들이 난장을 만든 게 아닌가 하는 생각 말이다.

여하튼 이 난장 중에 필자의 시각으로 보아 돋보이는 인간은 당연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다. 최근 김 대표는 자신의 지역구인 부산 영도 출마 사수를 주장하면서 유사시 대권후보군으로 등장할 수 있는 인사들에 대해 우리 사회가 표방하는 대의정치를 정면으로 부정하며 아무런 연고도 없는 험지로 출마하도록 유도하고 있다.

그의 강권에 따라 부산 해운대 출마를 희망했던 안대희 전 대법관은 김 대표의 제안을 전격 수용하였고 종로에 출마 결심을 굳혔던 오세훈 전 서울시장도 일정 부분 양보한 것으로 보도되었다.

김 대표가 주장하는 험지는 서울을 포함한 수도권에 새누리당 약세지역을 의미한다 할 수 있다. 그들이 지니고 있는 유명세를 바탕으로 새누리당 바람을 확산시키겠다는 의도로 명분은 그럴싸해 보인다.

그런데 김 대표가 아주 치졸한 단서를 깔고 있다. 험지에도 전략 공천은 없다는, 즉 험지에서 일단 당내 경선을 통과하여 본선에 진출하여야 한다고 강변했다. 이 무슨 귀신 씨나락 까먹는 소리인가.


왜 그런지 실례를, 안대희 전 대법관이 서울 노원병 지역을 선택한다 가정하고 어떤 결과가 도출될지를 살펴보자. 참고로 노원병 지역은 새누리당이 절대 약세지역이고 그런 연유로 지금까지 출마를 희망하는 사람은 현 당협위원장 한 사람뿐이다.

그러나 안철수의 탈당으로 안철수, 더불어민주당 후보 그리고 노회찬 전 의원이 출마한다는 가정 하에 이제는 영남에 못지않은 그야말로 뒷짐 지고 선거에 임해도 무난한 지역으로 바뀌었음을 밝힌다.

그런데 정작 문제는 본선이 아닌 당내 경선이다. 김 대표의 말대로 100% 오픈프라이머리로 결정한다면 안 전 대법관은 본선에는 근처도 가보지 못하는 즉, 당내 경선에서 참혹하게 패배할 것이란 점이다. 아니 100%가 아니라 50%만 오픈프라이머리를 적용하더라도 마찬가지다.

왜 그렇게 될 수밖에 없는지 현실에 접근해보자. 먼저 야권의 반응이다. 안 전 대법관이 노원병에 출마를 선언하는 즉시 야권에 비상이 걸린다. 하여 야권 후보들은 상대적으로 약체로 평가되는 당협위원장과의 본선을 위해 지지자들에게 문자메시지를 날리는 등 치열하게 대처한다.

이번에는 현지 새누리당 지지자들의 반응이다. 이들은 약 반반 정도로 갈릴 수 있다. 짧지 않은 기간 지역주민들과 함께했던 현 당협위원장을 지지하는 세력들과 오로지 새누리당만을 바라보는 두 세력으로 말이다.

이런 경우 안 전 대법관이 득할 수 있는 지지표는 결국 새누리당 순수 당원으로 그 숫자는 극히 제한적이 될 수밖에 없다. 이 득표율이 결코 응답자의 50%를 초과할 수는 없다.

이와 관련해 혹여 중도 성향 즉, 무당파들의 지지가 있을 수 있다는 구실을 댈 수 있다. 이는 그저 가설에 불과하다. 이미 정치에 무관심한 무당파들은 아무리 대단한 인간이라도 정치판에 발을 들이면 속된 말로 ‘그 놈이 그놈’이라 인식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그들에게 새누리당 경선 관련 여론조사 전화가 걸려오면 그저 끊어버리기에 급급하고 오로지 이해관계가 있는 사람만 응답할 뿐이다.

결과는 이렇듯 불 보듯 뻔한데다, 이미 이 결과를 김 대표도 알고 있을 터인데 왜 치졸한 꼼수를 쓰는 걸까. 결론은 자기다. 오로지 ‘천상천하 유아독존’인 그에게 성가신 존재는 일찌감치 싹을 잘라버리겠다는 의도에 불과하다.

혹시라도 필자의 판단이 그르다면, 김 대표의 의도가 그게 아니라면 그를 입증하기 위해 자신의 지역구인 영도는 자신의 의중을 선선히 따라준 안 전 대법관에게 물려주고 본인이 직접 노원병 지역으로 나와 보란 이야기다.


※ 본 칼럼은 일요시사 편집방향과 다를 수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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