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규선 게이트’ 최규선 씹히는 이유

2015.12.14 11:46:35 호수 0호

DJ정부 최대 스캔들 주인공 또?

[일요시사 취재팀] 박민우 기자 = DJ정부 당시 세상을 떠들썩하게 했던 최규선씨. ‘최규선 게이트’의 장본인인 그의 이름이 다시 회자되고 있다. 또 돈 문제로 얽히고설킨 모양이다.



유아이에너지·썬코어 회장을 맡고 있는 최규선씨가 또 검찰에 불려 다닐 처지에 놓였다. 그를 둘러싼 의혹은 두 가지다. 각 사업장의 다른 동업자가 제기한 사기와 횡령·배임 건이다. 

“음해다” 반박 

먼저 사기 혐의는 전북 전주에 있는 J건설이 ‘썬코어 회장’에게 당했다는 내용이다. J건설은 14억원대 사기 혐의로 최씨를 고소했고, 서울중앙지검 조사1부(부장 조종태)는 지난 8일 수사에 착수했다고 밝혔다. 

J건설은 고소장에서 “지난해 5월∼올해 3월 사우디아라비아 항만터널 공사 수행 도중 잦은 설계변경으로 어려움에 처했다”며 “그때 최씨가 사우디아라비아 왕자 등에게 로비해 공사가 원활하게 진행되도록 해주겠다면서 5억7000여만원을 받아 가로챘다”고 주장했다. 

뿐만 아니라 J건설은 “최씨가 2014년 7∼9월 사우디 영사관 신축공사를 수주하도록 로비해 주겠다며 9억원을 편취해 갔다”고도 했다. 결국 최씨가 로비 자금으로 가져간 돈이 14억원대에 이른다는 게 J건설의 전언이다. 검찰은 조만간 고소인을 불러 사실 관계를 확인할 방침이다. 


J건설이 진행한 사우디 항만터널 공사 규모는 430억원대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2007년 사우디 현지법인을 설립한 J건설은 2012년 사우디아라비아전력청(SEC)으로부터 화력발전소 연료공급 항만 프로젝트 공사를 수주했다. 

최 회장은 언론 등을 통해 사우디 알 왈리드 빈 탈랄 왕자와의 친분을 과시해 왔다. 수차례 왈리드 왕자를 만났다는 보도가 있었을 정도. 두 사람은 1995년 팝스타 마이클 잭슨의 소개로 미국 로스앤젤레스에서 처음 만났다고 한다. 1997년 외환위기 당시 현대차와 대우에 대한 왕자의 투자를 그가 주선하면서 두 사람은 가까워졌다는 후문이다. 

최씨는 발끈했다. 사기 혐의에 대해 전혀 사실무근이란 입장을 내놨다. 썬코어 측은 지난 8일 보도자료를 통해 “엄연한 무고”라고 일축했다. 

최씨는 “수주를 대가로 단돈 1원도 J건설로부터 받은 적이 없다”며 “다만 2년 전 J건설이 도움을 청해 J건설 회장 신분으로 월급과 출장비를 받고 사우디 전력청과 기존 공사계약을 변경하는 내용의 계약을 체결해 준적은 있다”고 해명했다. 이어 “공사대금이 상당부분 전용된 점을 확인하고 지난 1월 J건설과의 관계를 청산했다”며 “이에 앙심을 품고 J건설은 사실무근의 고소를 하기에 이르렀다”고 덧붙였다. 
 

최씨는 횡령·배임 의혹도 받고 있다. 이 혐의는 동업자가 ‘유아이에너지 회장’에게 당했다는 내용이다. 서울 강남경찰서는 지난 9일 유령회사를 통해 27억원 상당의 신주인수권부사채(BW)를 빼돌리려 한 혐의(횡령·업무상배임 등)가 담긴 최씨에 대한 고소장을 접수해 조사에 나섰다고 밝혔다. 

‘사우디 로비’ 14억대 사기혐의 피소
유령회사로 27억 횡령·배임 의혹도
 

고소인은 사업 파트너인 신모씨. 두 사람은 DJ정부 시절부터 친분을 유지한 것으로 알려졌다. DJ정부 시절 청와대 행정관을 지낸 신씨는 “최씨가 자신의 명의로 페이퍼컴퍼니를 만든 뒤 저축은행에서 신주인수권부사채(BW)를 발행했다”며 “최씨가 운영하는 다른 회사에서 저축은행 상환금 27억원을 마련했으나, 이를 갚지 않고 빼돌려 나를 포함해 보증인들이 18억원의 빚을 지게 됐다”고 주장했다. 

최씨는 횡령·배임 혐의에 대해서도 발끈했다. 그는 “유아이에너지가 상폐된 후 사실이 아닌 것으로 음해하며 계속 고소하고 있다”며 “이미 검찰에서 무혐의 처분을 받은 사실을 또 다른 형태로 경찰에 고소했다”고 반박했다. 

최씨는 검찰과 악연이 깊다. 그동안 수십 번도 더 들락거렸다. 전남 나주 출신의 최씨는 제15대 대통령직 인수위원회 김대중 당선자 보좌역을 지냈다. 당시 국내외 유명 인사들과 인맥을 쌓았다. 고 김대중 전 대통령의 3남 홍걸씨도 그중 한명이었다. 

최씨는 2002년 홍걸씨에게 로비해 각종 이권사업에 개입, 기업체 등으로부터 금품을 받아 챙겼다. 권력형 비리 사건으로 확대되면서 ‘최규선 게이트’로 불렸다. 결국 최씨는 알선수재 등의 혐의로 구속 기소돼 징역 2년6월이 확정됐다. 


그는 형을 살고 출감한 뒤에도 검찰에서 크고 작은 조사를 여러 차례 받았다. 출소 후 에너지 사업에 뛰어들었으나, 2008년 해외 유전개발 사업 과정에서 금품로비를 벌인 정황이 포착돼 검찰 수사를 받았다. 

2013년 회삿돈 416억원을 유용한 혐의로 불구속 기소된 데 이어 지난해엔 주식변동 상황을 금융당국에 보고하지 않은 혐의로 추가 기소돼 현재 재판 중이다. 
 

최씨가 2006년 설립한 유아이에너지는 원유 및 천연가스를 포함한 국외자원의 탐사, 채취와 그 개발사업에 참여하는 업무가 주된 사업이다. 지난해 매출 24억원에 영업이익 10억원, 순이익 14억원을 냈다. 

검찰과 악연 

최씨가 지난 6월 인수한 썬코어는 무급유 베어링류의 제조 판매 및 기계부품과 기계류 수입판매업이 주요사업. 최근 전기차 수입 사업과 차세대 지능형 방위산업에 주력하고 있다. 지난해 40억원에 이르는 적자를 냈다. 


<pmw@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역대 게이트 사건 

권력형 비리를 일컫는 ‘게이트’사건엔 항상 문제 인물의 이름이 달렸다. DJ 정권 내내 나라를 뒤흔들었던 정현준 게이트(2000년), 진승현 게이트(2000년), 이용호 게이트(2001년), 윤태식 게이트(2001년), 최규선 게이트(2002년) 등 이른바 5대 게이트가 대표적이다. 이들 사건엔 청와대와 정치권은 물론 국정원, 검찰 등이 실타래처럼 얽히고설켜 정권의 몰락을 재촉했다. 

2005년 ‘김재록 게이트’가 터졌다. 금융계 마당발로 통한 김씨가 국내 굴지의 대기업들로부터 로비를 받아 정치권에 영향력을 행사한 사건이다. 같은해 ‘윤상림 게이트’가 터지기도 했다. 고졸 출신의 브로커인 윤씨가 검찰과 군은 물론 정치권의 친분을 과시하며 각종 사기, 공갈, 알선수재 등의 범죄를 저지른 사건이었다. 


2007년엔 ‘정윤재·김흥주 게이트’가 열렸다. ‘정윤재 게이트’는 전 청와대 비서관인 정씨가 국세청, 건설업자 등과 얽혀 벌인 세무비리 무마 사건. ‘김흥주 게이트’는 전 그레이스백화점 회장이던 김씨가 정치권 등 각계에 전방위 로비를 벌인 사건이다. 2009년의 경우 ‘박연차 게이트’로 떠들썩했다. 박씨가 참여정부 시절 수많은 정관계 인사들에게 수십억원의 금품을 건네고 수백억원의 세금을 탈루한 사건이다. <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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