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공포 시장님, 사장님에 ‘SOS’…‘해결사’ 급파해 진화

2010.08.31 09:15:00 호수 0호

[재계뒷담화]대기업-지자체 ‘수상한 교감’

시장, 비판기사 쏟아지자 A그룹에 도움 요청
사장, 홍보의 달인들 보내 단 하루만에 처리



대기업과 지자체의 수상한 교감을 두고 말들이 많다. 궁지에 몰린 지자체가 대기업에 ‘SOS’를 쳤고, 이를 수신한 대기업이 ‘해결사’들을 급파해 깨끗이 사건(?)을 처리했다. 지역에선 의심의 눈초리를 보내고 있다. 대기업에 도움을 요청한 지자체도 그렇고, 군소리 없이 받아들인 대기업도 도통 이해할 수 없다는 분위기다.

대기업 A그룹은 지난 8월 지방 도시에 사업장을 오픈했다. 면적 수천㎡에 달하는 대규모 쇼핑몰이다. A그룹은 이 사업장이 지역민 일자리 창출 등 지역경제 활성화에 크게 기여할 것으로 내다봤다. 해당 지자체도 이런 이유로 까다로운 인·허가부터 완공까지 순순히 협조했다.

결과는 대박이었다. 개점 첫날 매출액이 10억원대를 넘긴 것으로 집계됐다. 이날 고객만 5만여명이 몰렸다. 주변 대형 쇼핑몰의 하루 평균 매출액이 5억원이 채 되지 않는다는 점에서 상당한 수준으로 평가됐다.

특혜 의혹 불거져

A그룹은 “주말이나 공휴일이 아닌 평일에 오픈한 점을 고려하면 그야말로 대박”이라고 으스댔다.
그러나 곧 문제가 터졌다. 지역 언론들의 파상공세가 이어진 것. 언론들은 수일에 걸쳐 쇼핑몰의 문제점들을 조목조목 꼬집었다.


우선 쇼핑몰의 도로 무단 점유 등 꽉 막힌 주변의 교통 상황이 도마에 올랐다. 또 교통평가가 엉터리로 이뤄졌다는 지적도 나왔다. 여기에 행인들을 억지로 잡아끄는 삐끼 영업과 인근 아파트 단지에 홍보용 전단지가 무차별 살포돼 주민들이 불편을 겪고 있다는 내용도 포함됐다. 무엇보다 A그룹이 엄청난 돈을 역외로 유출시키는 반면 지역 기여도가 빈약하고, 약속한 기증건도 제대로 진행하지 않는다는 비난 여론이 조성됐다.

언론들의 화살은 A그룹 뿐만 아니라 지자체에도 빗발쳤다. 전형적인 뒷북·뒷짐행정, 탁상·전시행정에 대한 질타가 쏟아졌다.

특히 A그룹과 지자체간 특혜 의혹이 불거졌다. 지자체는 몇년 전 “고용효과가 미미하고 지역자금의 역외유출이 우려된다”며 지역 상권 보호를 위해 대형 쇼핑몰 등의 신규진입을 원칙적으로 불허하는 도시계획조례 개정 등의 대책을 마련했지만, A그룹이 무사통과하면서 커넥션 의혹이 커졌다. 시는 “법으로 막을 수 없다”는 변명만 늘어놨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A그룹은 전국 각지에서 사업을 하며 생긴 ‘언론 내성’탓에 꿈쩍도 하지 않았다. 당연한 수순으로 받아들였다.

반면 시는 사정이 달랐다. 민선 5기가 출범한지 얼마 지나지 않은 와중에 언론과 여론이 악화되자 정신을 차리지 못했다. 시장도 크게 당황했다. 이번 지방선거에서 연임에 성공한 자신이 주도해 벌인 사업이라 긴장이 더했다.

시는 일단 언론들의 입부터 막기로 하고 공무원들이 맨투맨 방식으로 방어에 나섰지만 역부족이었다. 오히려 쓴소리의 강도가 세졌다.

결국 언론의 집중 포화로 궁지에 몰린 시장이 꺼낸 카드가 A그룹에 도움을 요청하는 것이었다. 시장은 평소 친분이 깊은 A그룹 전문경영인(CEO)에게 ‘SOS’를 쳤다. 대언론 전문가들을 내려 보내 사태를 진화해 달라고 했다.
그냥 그러려니 했던 A그룹이 움직인 것이 이때부터다. 시장의 다급한 목소리를 들은 CEO는 해당 지역에 ‘해결사’들을 급파했고, 상사의 지시를 받은 이들은 단 하루 만에 깨끗이 사건(?)을 처리했다.

해결사들은 주요 계열사의 홍보실 팀장과 실장이었다. 그 밑으로 ‘행동대원’들도 따라붙었다. A그룹 홍보의 달인들은 각 언론사들을 찾아가 능수능란하게 구슬렸고, 더 이상 비판 기사가 나오지 않았다. 한 시민단체 관계자는 “A그룹 인사들이 돈을 싸들고 와 기사를 막았다”고 의심했다.

이런 정황은 시 고위 공무원이 주변 지인들에게 자랑삼아 털어놨고, 곧바로 호사가들의 레이더망에 포착된 데 이어 증권맨들의 입방아에 오르내리면서 재계에 퍼졌다.

A그룹과 시 측은 전혀 사실무근이라고 발뺌했다.


돈으로 막았나

회사 관계자는 “대기업이 무슨 구멍가게냐. 지자체가 오라면 오고 가라면 가는 게 말이 되냐”며 “사장과 시장도 알긴 알지만 사적으로 통화를 할 정도로 그렇게 친분이 있는 건 아니다”라고 일축했다. 시도 “한마디로 소설 같은 얘기”라고 잘라 말했다.

당사자들은 사업장이 있는 지역에 내려간 것은 시인했으나 출장 배경과 목적이 다르다고 둘러댔다.

당시 지역에 내려간 한 간부는 “당일치기로 사업장이 있는 지역에 내려간 것은 맞지만 지역 분위기가 심상치 않자 사업차질이 우려돼 지역 언론에 충분히 설명한 것 밖에 없다”며 “홍보맨 본연의 임무를 수행하려고 간 것으로 특정인의 지시가 아닌 회사 차원의 결정에 따른 출장이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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