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약품 대박 주식 스캔들

2015.12.07 09:56:46 호수 0호

새나간 비밀…증권가 후폭풍

[일요시사 경제팀] 양동주 기자 = 증권업계 종사자 다수가 연루된 불법 거래 의혹이 연이어 불거지고 있다. 검찰이 조사에 나선 증권사만 해도 수십 곳이 넘는 것으로 파악되고 있으며 수사 진척 속도에 따라 검은 돈에 대한 의혹은 더욱 커질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한미약품 역시 곤란한 상황에 놓인 건 마찬가지다.



최근 한미약품은 잇단 호재로 함박웃음을 지는 모습이었다. 지난달 9일 글로벌 제약회사 얀센과 총액 9억1500만달러에 수출 계약을 체결하면서 이 같은 분위기는 한층 무르익었다. 프랑스 제약회사 사노피에 당뇨 치료제 포트폴리오 ‘퀀텀프로젝트’ 기술을 5조원 규모에 수출한 데 이어 나흘 간격을 두고 초대형 수출 계약을 연거푸 성사시킨 까닭이다.

역시 잔칫집

한미약품이 보여준 성과는 분명 국내 제약업계에서 유래를 찾기 힘든 일이었다. 기술이전과 함께 생산 제품에 대한 로열티도 받는다는 점에서 기술수출의 새로운 방향을 제시했다는 평가가 이어진 건 당연했다. 

연일 낭보가 계속되는 사이 한미약품은 명실상부한 시장 주도주로 등극했다. 수출 계약 소식이 전해진 지난달 9일 한미약품 주가는 전일대비 11만3000원(15.89%) 상승한 82만4000원을 기록했고 장중 한때 87만4000원까지 오르며 신고가마저 경신했다.

하지만 한미약품을 휘감은 호재가 조금씩 빛을 바랠 무렵, 생각지 못한 불법 주식거래 의혹이 수면위로 부각되기 시작했다. 수사가 진행될수록 한미약품 주가 정보 유출 스캔들은 한층 명확해지는 양상이다.


지난 1일 서울남부지검 금융조사2부(부장검사 이진동)는 한미약품의 수출 계약 사실을 미리 알고 주식을 사들여 8000만원의 시세차익을 거둔 혐의로 연구원 노모씨를 구속했다고 밝혔다.

검찰은 지난달 초부터 본격적으로 한미약품의 호재성 미공개정보를 듣고 한미약품 주식을 대거 매입한 혐의로 서울 여의도의 한국투자신탁운용과 교보악사자산운용 사무실 등 자산운용사 여러 곳을 압수수색하는 등 수사를 벌여왔다.

검찰은 증권사 애널리스트가 수출 계약 정보를 한미약품 직원으로부터 입수해 주식을 대거 사들이도록 한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사실상 한미약품 직원과 증권업계의 애널리스트 및 펀드매니저로 이어지는 부정한 공생관계가 드러난 셈이다.
 

금융위원회 자본시장조사단 역시 지난 3월19일 미국 제약사 일라이릴리와 7800억원에 달하는 대규모 기술 수출계약을 체결했다고 발표하기 전부터 한미약품을 예의주시했다. 그사이 주가는 고공행진을 거듭했고 3월13일 10만3500원이던 주가는 보름 후인 18일에 18만2000원까지 치솟았다. 이후 한미약품 직원과 증권사 애널리스트 등의 불법 혐의의 정황을 파악하고 10월 검찰에 수사를 의뢰했다.

문제는 수사가 거듭될수록 연구원 노씨 이외에도 추가적으로 내부인들이 줄줄이 엮일 가능성이 있다는 점이다. 이미 불공정거래 의혹 사건에 관계된 사람이 한미약품 회사 내부자와 기관 투자가뿐 아니라 개인투자자까지 수백명에 이를 것이라는 전망마저 나오는 형국이다. 실제로 검찰은 노씨 외에도 노씨의 지인들이 관련 정보를 입수해 주식매매를 통해 수억원의 부당이득을 취한 정황을 포착하고 수사를 확대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미공개 정보로 차익 직원 구속
부당거래 수사 증권업계 확산

증권업계 역시 사태를 예의주시하긴 마찬가지다. 무엇보다 검찰이 수사를 진행하는 과정에서 무리한 수사를 진행할까봐 노심초사하는 분위기다. 증권사 관계자는 “검찰이 수사에 나서는 건 뭐라 할 수 없지만 아무 연관 없는 곳까지 수사가 확대될 수 있다는 부정적인 이야기마저 나돌고 있다” 며 “업계 전체가 바짝 긴장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렇게 되자 제대로 작동하지 않고 있는 증권사와 자산운용사의 내부통제시스템을 강화해야 한다는 지적이 계속되고 있다. 미공개 정보를 입수해 주식을 산 것은 명백한 불법 행위인 만큼 증권업계의 자정작용이 필요하다는 주장이다. 현행법에 따르면 미공개 정보를 이용해 이득을 거둔 회사 임직원은 10년 이하 징역 또는 위반 행위로 얻은 이익의 1∼3배에 상당하는 벌금의 처벌을 받는다.

이처럼 주식 스캔들로 떠들썩한 사이 한미약품 주가는 다시 내림세로 돌아섰다. 한미약품의 주가는 지난달 26일부터 4거래일 연속 하락해 이 기간 동안 8.72% 떨어졌다. 추가 주가 상승 가능성마저 낮아지는 상황이다.

칼바람 부나


씨티그룹글로벌마켓증권은 최근 연구개발 파이프라인(신약 후보물질)의 가치가 시장 평가보다 낮다며 투자의견을 ‘매수’에서 ‘매도’로 하향 조정했다. 목표주가는 39만4000원을 제시했다. 지난 1일 종가 기준가가 76만4000원임을 고려하면 절반 수준의 목표가다. 불과 몇 주 전까지 국내 증권사 대부분이 한미약품 목표가를 90만원 이상으로 상향 조정했던 것과 정반대되는 의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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