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식신화’ 아딸 비리 전말

2015.12.01 09:53:53 호수 0호

역시 독실한 크리스천 교회 헌금으로 돈세탁

[일요시사 취재1팀] 박창민 기자 = 분식계의 신화 ‘아딸’(아빠 튀김 딸 떡볶이) 대표가 철창 신세를 면치 못하게 됐다. 가맹점과 독점계약을 맺게 해주는 대가로 음식재료 공급업체와 인테리어 업자에게 뒷돈 수십억을 받고 회삿돈을 가로챈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이경수 전 아딸 대표에게 실형이 선고됐다. 

 
 


서울남부지법 형사12부(조의연 부장판사)는 배임수재 등의 혐의로 기소된 이경수(46) 아딸 전 대표에게 징역 2년 6월에 추징금 27억3400여만원을 선고했다고 21일 밝혔다. 이 전 대표에게 돈을 준 혐의(배임증재)로 불구속 기소된 식자재업자 박모(47)씨에게는 징역 10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60억씩이나… 

재판부는 “범행이 오랜 기간 계속됐고 받은 금액이 매우 크며, 이씨의 사익 추구로 인한 피해가 가맹점 회원들에게 전가될 수 있는 점을 보면 실형이 불가피하다”면서 “다만 상당수 가맹점 회원들이 선처를 탄원하고, 이씨가 지속적으로 사회공헌활동을 해온 점 등을 고려했다”고 양형 이유를 밝혔다.

프랜차이즈업계에선 그동안 제대로 된 가맹사업 역량을 갖추기보다는 인테리어 등으로 부가수익을 얻는데 골몰해 온 일부 부실 가맹본부의 치부를 드러낸 판결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이 전 대표는 2008년부터 2012년까지 식자재 납품업체와 인테리어 시공 업체 2곳으로부터 인테리어 시공과 음식 재료 공급 독점 권한을 주는 대가로 인테리어 업자와 음식재료 공급업체로부터 61억원의 돈을 받은 혐의로 구속기소 됐다. 


이 전 대표는 이 과정에서 세무당국의 의심을 피하기 위해 업자들에게 30여억원은 교회에 헌금으로 송금하도록 지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외에도 이 전 대표는 식자재를 납품하고 받은 대금 8억8000여만원을 횡령한 혐의도 있다. 

뒷돈을 받은 업체들에게 아딸 전국 가맹점에 실내 인테리어 공사 등을 담당하도록 특혜를 줬다. 이 전 대표가 받은 돈은 고스란히 가맹점주 부담으로 전가됐을 것이라는 게 검찰의 기소이유였다. 전형적인 프랜차이즈 가맹본부의 ‘갑질’인 셈이다. 

박씨에 대해서는 “부정한 청탁을 하며 금품을 준 기간과 액수로 볼 때 죄질이 가볍지 않으나, 우월적 위치에 있는 이씨(이 전 대표)의 요구를 거절하지 못해 범행에 이르게 된 점 등을 참작했다”고 말했다. 

반면 이번 판결에 대해 아딸 측은 “검찰은 징역 5년을 구형했지만, 1심 재판부는 배임수재 금액이 잘못되었다고 판단해 그 중 27억만 유죄 인정하고, 나머지는 배임죄가 성립되지 않는다고 무죄 판결내렸다”며 “그 결과 1심 판결은 2년6개월로 감형됐다. 또 배임판정 받은 27억 중 20억은 이미 2010년 상대방 식자재 업체 대표에게 되돌려줬다. 고등법원에 항소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덧붙여 “나머지 금액 역시 배임과 무관한 금액이기 때문에, 무죄를 입증하기 위해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 전 대표는 언론과 자서전을 통해 착한 경영을 강조해 와 이번 사건은 충격적이다. 

이경수 대표 뒷돈 받고 회삿돈 횡령
상생 강조하더니…결국 갑질로 성장
 

한때 이 전 대표는 아내와 자녀가 함께 누울 수 없을 정도로 좁은 방에서 살만큼 가난했다. 이 전 대표는 2000년 겨울 3000만원을 빌려 8평짜리 떡볶이 가게를 창업했다. 당시 이 전 대표는 간판을 새로 달 여력이 안 돼 걸려있던 ‘자유시간 호프’ 간판에 ‘자유시간 분식’이라고 덧썼을 정도였다.

다행이 장사가 잘 돼 2년 만에 이화여자대학교 앞으로 가게를 이전할 수 있었다. 가게를 옮긴 이 전 대표는 상호를 아딸로 바꿨다. 이때부터 그는 성공가도를 달렸다.

아딸이 본격적으로 체인사업을 시작한 2005년부터 회사가 급성장했다. 3년 차인 2008년에는, 기존 250개 가맹점의 재계약률 98%를 달성하며 중장기적인 성장을 준비했다. 아딸은 이를 바탕으로 체인사업 7년 만인 2012년에 1000호점을 돌파했다. 현재 아딸은 연 매출 1200억원이 넘는 성공적인 프랜차이즈 업체로 성장했다. 


아딸의 성공은 ‘착한 이미지’였다. 이 전 대표는 언론을 통해 가맹점주들과의 상생을 강조하는 모습을 보여왔다.

이 전 대표는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아딸의 경영철학에 대해 “한 때의 유행아이템을 벤치마킹해 대박을 기대한다면 나 혼자 잘 살겠다고 전 재산을 걸고 창업전선에 뛰어드는 절박한 창업자를 외면하는 행위다”며 “함께 상생하는 것이 결국 성공이란 배에 도달하게 해줄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직원·협력업체·가맹점주 모두가 함께 잘 살 방법을 끊임없이 고민하고 제시해야 한다는 걸 알고 있다”며 “진정성 있는 착한 경영을 바탕으로 혼자가 아닌 함께 성장해 나갈 수 있도록 할 계획이다”라며 착한 이미지를 내세웠다. 

이후 이 전 대표는 <착한 성공>이라는 자서전을 통해 이미지 굳히기에 나섰다. 2012년 말 발표된 이 자서전을 살펴보면 이 대표는 “기업가는 도덕적이어야 하고 상식과 도리를 알아야 한다. 내가 정한 원칙에 따라 정직하게 음식을 만들어 판다. 인격적으로 존경받는 기업가가 돼야 한다”며 도덕성을 강조했다. 

하청업체 특혜 

이 전 대표는 독실한 기독교 신자임을 밝히며, 신앙 중심 사업이 아딸의 성공비결이라고 말해왔다. 이 전 대표는 어려울 때 마다 “하나님에 대한 믿음과 강한의지로 이겨낼 수 있었다”고 말하기도 했다. 하지만 신앙 중심적인 비즈니스를 전면에 내세우며, 이 전 대표는 뒤로 갖은 불법, 탈법 등을 자행해 온 것으로 드러났다. 


<min1330@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아딸은? 

아딸은 2002년 가맹사업을 시작한 이후 2007년 8월 100호점, 2010년 800호점, 2014년 5월 1000호점을 돌파하는 등 비약적으로 성장했다. 그러나 공정거래위원회 가맹정보시스템에 공개된 정보공개서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아딸의 매장 수는 직영점을 제외한 642개로 줄었다. 1000호점 돌파이후 300여개 이상 매장이 줄은 것이다.  


가맹점 수익성도 떨어지는 추세다. 아딸의 가맹점 당 연간 평균 매출액은 지난해 말 기준 7818만원이며 이는 전년도 말(8071만원)보다 253만원 가량 떨어진 수치다. 이를 월간 매출액으로 환산한다면 672만원 가량으로 순수익률 25%로 가정했을 때 점주가 한달 평균 손에 쥐는 돈은 168만원 남짓이다. 반면 경쟁업체인 죠스떡볶이의 지난해 기준 가맹점 당 연 평균 매출액은 3억7420만원에 달한다.  

프랜차이즈 업계 관계자는 “이 전 대표가 실형을 선고 받으면서 브랜드 이미지에 타격을 입게 됐다. 이는 곧 가맹점 피해로 직결될 것”이라며 아딸이 가맹점과 상생을 위해 진지한 고민해야 할 때”라고 말했다. <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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