좌충우돌 '경희궁자이' 끝나지 않은 논란

2015.10.12 10:02:51 호수 0호

이래도 욕먹고 저래도 욕먹고

[일요시사 경제팀] 양동주 기자 = 최적의 입지 조건을 갖춘 대단위 아파트 단지 조성 공사에 신뢰할 만한 메이저 건설사가 참여했다. 당연히 기대가 클 수밖에 없다. 그런데 예상치 못한 잡음이 연이어 터지고 있다. 처음엔 삶의 터전에서 내몰린 몇몇 사람들이 억울함을 성토하더니 지금은 인근 주민들마저 연신 손가락질하는 양상이다. 분명한 건 이 모든 갈등이 ‘경희궁자이’조성 과정에서 시작됐다는 사실이다.



지난해 11월 견본주택을 개관하고 본격적인 분양에 나선 경희궁자이는 2533가구 규모로 들어서는 도심권 마지막 대단위 아파트 단지라는 특징을 부각시켜 화제를 불러 모았다. 최고청약률 49:1, 평균청약률 3.5:1은 이 같은 기대감이 반영된 결과였고 도심 한 가운데 위치한 직주근접형 단지라는 장점마저 입소문을 탔다.

단체행동 준비

지하철 5호선 서대문역과 지하철 3호선 독립문역을 양 옆에 둔 더블역세권도 후한 평가를 이끌어냈다. 비록 3.3㎡ 당 평균 분양가는 약 2300만원으로 다른 지역에 비해 상대적으로 높았지만 이마저도 합리적이라는 평가가 지배적이었다.

분양과 함께 시공사인 GS건설 관계자는 “대형 랜드마크 단지라는 점을 감안하면 분양가는 충분히 수긍할만하다”며 “강북권에 직장을 둔 실수요자 위주로 수요자들이 몰릴 것이라 예상한다”고 밝힌 바 있다.

그러나 첫 삽을 뜨기 전부터 생각지 못한 잡음에 휩싸이게 된 경희궁자이는 1년이 다 되도록 구설수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그 시작은 철거민과의 갈등에서 비롯됐다.


경희궁자이 견본주택 개관일은 공교롭게도 철거민들이 본격적으로 단체행동에 나선 시발점이기도 하다. 당시 돈의문 1구역 상가세입자들이 주축이 된 전국철거민협의회는 권리금 보장 및 대체 상가 마련 등을 요구하며 견본주택 앞에서 사태 해결을 촉구하기에 이른다. 조합의 충분치 못한 보상금액과 쫒기듯 내몰린 철거민의 현실에 대한 부당함을 토로하고자 나선 것이다.

당시 박순이 대책위원장은 “개발악법에 의해 개발지역 지주나 세입자는 물론이고 지정 구역 내 대다수 상가 세입자들은 세입자간에 음성적으로 거래되는 상가 권리금을 인정받지 못하고 있다”며 “겨우 이사비용 정도의 보상금을 지불받고 강제로 길거리에 내몰리는 철거민 신세가 되는 것이 현실”이라고 말했다.
 

반면 조합과 시공사는 철거로 인한 피해 금액과 향후 손실 등을 공사 시작 전부터 명확히 처리했기 때문에 아무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게다가 GS건설은 조합이 의뢰한 공사를 자신들은 대행 할 뿐이기에 철거민 문제는 재개발조합과 세입자들 간 해결해야 할 일이라고 거듭 표명하고 있다.

해를 넘기도록 계속된 양측의 갈등은 아직까지 뾰족한 해결의 실마리를 찾지 못하고 있다. 그 사이 수차례에 걸쳐 철거민, 서울시, 종로구, GS건설은 4자 협의체를 구성해 해결방도를 논의했지만 뚜렷한 대안은 나오지 않았다.

첫삽 뜨기 전부터 철거민들과 마찰
지금도…공해문제로 주민들과 갈등

더욱이 재개발로 강제 철거된 기존 대로변 상가 세입자들은 현행 개발 관련법 자체를 악법으로 규정하고 오는 20일 대규모 집회를 계획 중이어서 사태 해결은 더욱 요원한 상황이다. 철거민 문제로 충분히 머리 아픈 판국에 최근에는 철거민보다 더 신경 쓰이는 일이 시공사를 곤혹스럽게 만들고 있다. 인근 주민들과의 갈등이다.

최근 종로구 교남동 일대 경희궁자이 공사 현장 주변은 GS건설과 인근 주민 간 마찰로 한창 시끄럽다. 주민들은 얼마 전부터 아찔한 장면을 연이어 목격하기 시작했다. 자신들의 거주지에서 잇단 균열의 흔적이 나타나기 시작한 것이다. 이들은 공사 현장에서 발생한 진동이 자신들의 보금자리에 중차대한 균열을 초래했다고 보고 있다.

공사 현장 인근 주민은 “피해대책위원회에서 나온 말에 따르면 교남동 일대는 지반이 하나로 연결되어 있어 공사 현장의 충격이 다른 곳까지 전이된다더라”며 “지금껏 살고 있는 곳에 아무런 문제가 없었는데 공사가 진행된 이후 균열이 발생했다. 충분히 의심할만 하다”고 언급했다.

실제로 경희궁자이 공사현장이 진동규제기준법 위반으로 이미 해당구청으로부터 두 번에 걸쳐 과태료 처분을 받은 전례는 주민들의 주장에 신빙성을 더한다. 현행 진동규제법은 각종 공사장의 진동범위를 주간(오전 7시∼오후 6시)은 65dB 이하, 야간(오후 10시∼오전 5시)은 50dB 이하로 규정하고 있다.

시공사 역시 이 문제를 인지하긴 마찬가지다. GS건설 관계자는 “진동에 따른 주민 피해 정도는 정밀검사를 해봐야 알겠지만 일단 균열로 발생할 수 있는 안전문제에 대해선 공감한다”며 “문제가 발생한 부분은 언제든지 보수하겠다”고 밝혔다.


공사현장에서 발생하는 소음과 분진도 심각한 수준이다. 교남동 ‘동아아파트’의 경우 길가를 제외한 나머지 면이 사실상 공사 현장으로 둘러싸여 있기 때문에 소음과 분진 문제가 더 크게 느껴질 수밖에 없다.

한발 더 나아가 과도한 분진은 동아아파트 뿐만 아니라 서대문역 부근에 위치한 강북삼성병원과 적십자병원까지 영향을 미치고 있다. 두 병원에 입원해 있는 환자의 가족이 소음 및 분진 문제로 민원을 제기한 것만 해도 상당수에 이른다.
 

적십자병원 관계자는 “내의병실에는 중증 장애인 환자들이 많은데 경희궁자이 공사로 병실에 벽파 진동 무너지는 소리가 날 뿐만 아니라 미세 먼지가 들어올까봐 여간 걱정되는게 아니다”라며 “문을 열어 환기를 하고 싶어도 할 수 없고 환자들 건강이 더 나빠질까봐 염려될 수준”이라고 말했다.

이렇듯 공사 현장에서 초래된 갖가지 불편사항이 수면위로 부각되는 사이 주민들도 서서히 단체 행동을 준비하기 시작했다. 경희궁자이 피해대책위원회를 통해 의견수렴을 거치고자 하는 모습 역시 비슷한 맥락이다.

아직까지 주민들과 시공사 사이에는 피해보상액 기준에 대한 좁히기 힘든 간극이 존재한다. 만약 피해보상액을 두고 양측의 의견이 엇갈릴 경우 대책위는 피해사례를 모아 법원에 공사중지 가처분신청을 접수할 생각도 하고 있다. 이 경우 법적공방은 불가피하다.

골치아픈 GS건설

한편 경희궁자이를 둘러싼 골치 아픈 일들과 별개로 오는 2017년 2월로 예정된 입주는 별 탈 없이 진행될 것으로 전망된다. 잔여세대가 남아있지만 프리미엄은 여전하고 인접한 마포구 서대문구의 아파트시세가 평당 2400만원대로 치솟고 있어 상대적으로 가격경쟁력마저 돋보이기 때문이다. 10월 중 견본주택 폐관이 예상되는 수순이다.

경희궁 자이 조성과정에서 야기된 여러 문제들의 엉킨 실타래는 좀처럼 풀릴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한쪽이 부러져야만 끝나는 대결로 치닫는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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