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양식품 ‘솜방망이 처벌’ 논란

2015.10.06 13:20:35 호수 0호

진짜 몸통 나누고 깃털만 살짝

[일요시사 경제팀] 박호민 기자 = 지난 4년간 실체가 없는 지주사라는 의혹을 꾸준히 받고 있는 회사가 있다. 삼양라면으로 유명한 삼양그룹 실질적 지주사인 ‘비글스’다. 페이퍼컴퍼니 논란까지 있는 비글스지만 관계 당국의 감독을 피해가는 모습이다. 감독당국은 하위 계열사에 변죽만 울리는 모양새다. 
 



공정거래위원회는 삼양식품이 계열사에 부당지원한 사실을 확인하고 과징금 총 3억200만원을 지난달 20일 부과했다. 부당지원을 받은 회사 에코그린캠퍼 역시 100만원의 과징금을 맞았다.
 
과징금 3억 부과
 
공정위에 따르면 에코그린캠퍼스는 삼양식품과 총수일가 등 내부 지분율이 100%에 달하는 비상장 계열사다. 원유 생산 및 목장 관광업을 하는 사업체로 강원도에서 대관령 삼양목장을 운영하고 있다.
 
삼양식품은 1995년 1월부터 올해 3월까지 20여년 회사 임직원 총 13명에게 에코그린캠퍼스 업무를 맡기고 인건비를 대신 지급했다. 또 에코그린캠퍼스의 관광사업을 위해 삼양식품은 자사 셔틀버스를 2007년 4월부터 지난해 11월까지 연평균 450대 이상 무상 대여했다.
 
삼양식품의 지원금액은 총 20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최근 10년간 자본잠식에 빠지는 등 재무적으로 열악했던 에코그린캠퍼스는 삼양식품의 지원으로 경쟁 사업자에 비해 유리한 여건을 유지할 수 있었다.
 

공정위가 지난해 2월 모기업에서 부당지원 받은 계열사도 제재할 수 있도록 근거조항을 도입한 이후 모기업과 계열사를 함께 제재한 첫 사례다. 공정위는 “중견그룹의 부당지원 행위도 공정위의 감시 대상”이라며 “에코그린은 법 시행 유예기간(1년) 경과 이후 행위에 대해서만 제재를 받아 과징금액이 많지 않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삼양식품에 대한 제재를 두고 업계에서는 뒷말이 나온다. 삼양식품 지주사의 각종 의혹이 지속적으로 제기되고 있는 가운데 계열사에 내린 제재가 ‘변죽만 울리는 꼴’이라는 지적이다.
 
삼양그룹은 불투명한 지배구조 탓에 많은 의혹의 시선을 받아왔다. 당장 삼양그룹은 중견 그룹임에도 불구하고 삼양식품을 제외한 모든 지주사와 계열사가 비상장사로 이뤄져 있어 내부 비리를 파악하는 데 어려움이 있었다. 실제 최근 삼양그룹이 공정위로부터 제재를 받은 대다수의 사례를 살펴보면 상장사에 이름을 올린 삼양식품에서부터 사정이 시작되는 것을 확인 할 수 있다.
 
감독당국의 한 관계자는 “상장사에 비해 비상장사는 상대적으로 관리 감독이 소홀해 질 수 있다”고 설명했다.
 
 
삼양그룹의 불투명한 지배구조의 정점에 있는 ‘비글스’에 대한 많은 의혹에 대해 감독 당국의 무관심을 보이고 있는 모습이다. 비글스는 2011년 세상에 존재를 처음 드러내면서 많은 논란을 낳았다.
 
전인장 삼양식품 회장의 아들 병우씨가 지분 100%를 쥐고 계열사에 실질적인 지주사로서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는 점과 법인 목적에 맞지 않는다는 의혹이 나오고 있다. 이는 오너일가의 편법 자산 증식 수단으로 작용할 수 있기 때문에 당국의 감시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오지만 검찰·국세청·공정위를 비롯한 관계 당국은 외면하는 모양새다.
 
비글스는 설립부터 의뭉스러운 모습이다. 비글스는 2007년 자본금 5000만원으로 설립됐는데 당시 13세였던 병우씨가 지분을 100%를 쥐고 있어 설립 자본금 출처 논란이 일었다. 특히, 2012년에는 삼양그룹의 지주사 내츄럴삼양의 지분 26.9%를 매입해 어떤 돈으로 지분을 사들였는지에 대한 의혹의 증폭됐다. 이 과정에서 내츄럴삼양의 지분을 정당한 가격에 매입했는 지에 대한 의혹도 동시에 불거졌다.
 
아울러 대표를 제외하고 종업원이 없는 회사로 알려진 비글스가 2010년 기준 6억원의 매출을 올린 상황도 의혹을 증폭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하는 모습이다. 논란에도 불구하고 비글스는 내츄럴삼양의 지분을 매입해 실질적인 그룹 지주사의 영향을 행사했다. 문제는 비글스가 실체가 없는 ‘유령회사’라는 의혹이 나오고 있다는 점이다. 2012년 내츄럴삼양의 최대주주로 이름을 올렸을 당시 비글스가 법인에 올린 사무실 주소가 서울 양천구 목동의 한 찜질방으로 알려지면서 페이퍼컴퍼니 논란에 휩싸였다.
 
공정위 대관령목장 부당지원 사실 적발
이상한 지주사 모르쇠 “변죽만 울렸다”
 
논란이 거세지자 비글스는 회사의 주소를 오피스텔로 옮겼지만 실체가 없다는 의혹을 불식시키지 못했다. 옮긴 주소지 역시 실체가 불분명한 사무실로 확인됐기 때문이다. 법인 등기에 등록된 주소지의 사무실이 실질적으로 직원들이 운영하는 회사인지 확인할 수 없었다는 의혹이 재차 제기된 것이다. 설립목적이 불분명하다는 지적도 있다.
 

비글스의 설립목적은 농산물 도소매업, 수출입업, 경영컨설팅 및 기업 투자관리업과 해외기술알선-보급 및 이를 추진하기 위한 해외투자업 등이지만 실체가 불분명하기는 마찬가지다. 삼양그룹 측은 비글스의 존재가 처음 언론에 나올 당시 관계를 부정하는 모양새였다.
 
 
이후 비글스가 내츄럴삼양의 최대주주이자 오너3세의 개인회사라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삼양그룹은 비글스의 존재를 인정했지만 “협력사일 뿐”이라며 비글스에 대한 언급 자체를 꺼리는 분위기었다. 지난 4년간 많은 의혹에도 불구하고 비글스와의 관계 설명에 소극적인 태도로 일관한 것.
 
비글스는 설립 과정부터 삼양그룹의 실질적인 지주사가 되기까지 많은 의혹을 들을 만들어내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지금까지 드러난 사실만으로도 관리당국이 조사에 착수해야 할 이유가 충분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감독 당국은 비글스에 대한 의혹 제기가 시작된지 4년이 지나고 있는데 사실상 손을 놓고 있는 모양새다. 비글스가 문제가 되고 있는 부분은 미성년자인 병우씨가 어떤 자금으로 비글스를 설립하고 내츄럴삼양의 지분(26.9%) 인수했는지에 대한 의혹과, 정당한 대가로 내츄럴삼양의 지분을 인수 했는지에 대한 의혹이다.
 
자금 출처에 대한 의심은 국세청(증여)이, 또한 정당한 대가로 내츄럴삼양의 지분을 사들였는가에 대한 의혹은 검찰(배임)이, 수상한 매출과 관련해서는 공정위(일감몰아주기)가 각각 조사를 진행하는 것이 통상적인 것으로 보여지지만 비글스에 대한 의혹이 지난 4년동안 언론보도를 통해 지속되고 있는 가운데도 관련 당국의 어떠한 움직임도 감지되고 있지 않고 있다.
 
국세청은 “미성년자인 병우 씨가 설립한 자금의 출처와 관련한 내용은 국세청 소관 업무가 맞다”면서도 “해당 사안에 대해 사실 관계를 확인해 줄 수 없다”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감독 당국의 공식적인 확인이 불가능한 상황에서 삼양그룹이 각종 의혹 제기에 좀더 적극적으로 해명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감독당국 무관심
 
감독당국 관계자는 삼양그룹과 관련된 논란이 지속된 데 대해 “비글스의 경우 제기된 의혹이 많아 감독 당국 간 책임소재가 불분명하다”면서 “삼양그룹이 자산 5조원 이상의 대기업 집단이 아닌 중견기업이기 때문에 감독당국의 시선에서 상대적으로 자유로웠던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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