욕먹는 조원기 조아제약 회장, 왜?

2015.09.14 10:05:29 호수 0호

“누구 때문에 컸는데…배신했다”

[일요시사 경제팀] 김성수 기자 = 조아제약이란 회사가 있다. 상장사긴 하지만 그리 유명하지 않다. 오너나 경영진도 생소하다. 그나마 강장제 바이오톤으로 알려진 조아제약이 요즘 진땀을 흘리고 있다. 조원기 회장 때문. 유독 한 지역에서 난리다. 왜 일까.
 
 


조원기 조아제약 회장이 대형 메디컬센터를 세운다. 개인 사재를 털어 부지를 사들였다. 업계에 따르면 조 회장은 올초 경상북도 상주시 중심상권의 대지 약 500평(1500㎡가량)을 매입하고, 이 자리에 4층 규모의 메디컬센터 건물 공사를 추진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뿔난 약사들
 
얼마 전 상주시로부터 건축허가를 받았다고 한다. 정확한 장소는 확인되지 않지만 남성동 상주시청이나 상주시민문화회관 부근으로 추정된다. 아직 첫 삽을 뜨지 않은 메디컬센터는 약국과 의원 등이 들어서는 의료복합타운으로 조성된다. 문제는 1층에 준비 중인 100평대 대형약국. 약국 체인점 ‘메디팜’을 운영 중인 조 회장이 직접 구상한 것으로 전해진다. 조 회장이 욕먹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조 회장의 대형약국 계획 소식이 상주에 돌자 지역 약사들이 들고 일어났다. ‘생존권 위협’ ‘골목상권 죽이기’ ‘밥그릇 빼앗기’라며 즉각 백지화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인구 10만의 중소도시인 상주시엔 현재 40여개(시내 20여개)의 약국이 있다. 이미 약국은 포화 상태로, 지역 약계는 메디컬센터에 대형약국이 입점하면 나머지 작은 약국들의 몰락이 불보듯 뻔하다고 입을 모은다.
 
상주시약사회는 최근 성명서를 내고 “조아제약이 상주 관내 중심상권 대지를 매입해 메디컬센터 신축 및 약국 운영을 추진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특히 “조아제약은 그간 다양한 일반약개발과 양병학 등의 학술연구활동, 메디팜큰사랑약국이라는 체인을 통해 약사들과의 상생으로 성장해왔다”며 “설립 이후 오랫동안 약사들의 도움으로 성장해 온 사실을 잊은 채 자리잡아가고 있는 의약분업의 근간을 흔들고 있다”고 꼬집었다.
 
약사회는 “전국의 모든 약사의 생존권을 침탈하려는 행위의 시작으로밖에 보이지 않는다”며 “제약사 및 의약품 유통업체의 대자본이 약국시장을 넘보거나 진출할 경우 절대 좌시하지 않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상주시약사회는 결사항쟁으로 대처할 뜻을 밝혔다. 모든 수단을 동원해 막겠다는 것. 여기에 경북약사회도 힘을 보탰다.
 
경북약사회 역시 성명을 통해 조아제약 압박에 나섰다. 이 단체는 “조아제약이 의약분업 시행 15년을 맞이한 현 시점에서 관내 상주지역에 메디컬센터를 세워 지역의료시장을 석권하려는 작태에 큰 우려를 금할 수가 없다”며 “신약개발과 양질의 의약품을 생산해 인류의 건강한 삶을 도모하는 숭고한 사명과 목적을 기업 이념으로 삼아야 하는 제약사가 본연의 임무를 뒤로한 채 눈앞의 이익과 손쉬운 방법으로 영리를 추구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사태는 대한약사회까지 확산된 상황이다. 대한약사회는 토지매입 경위와 향후 계획을 조사하는 등 메디컬센터 신축 의혹을 직접 조사할 방침이다. 약사회 관계자는 “만약 사실이라면 중앙회 차원에서 대책을 마련할 것”이라며 “약사들의 도움으로 성장한 제약회사가 약사들을 짓밟으면 되겠냐”고 말했다.
 
그렇다면 많은 도시 중에 왜 하필 상주일까. 일반 사람들은 물론 상주지역 약사들이 가장 궁금해 하는 대목이다. 조 회장의 고향은 부산이다. 부산에서 사업을 시작해 지금의 조아제약을 일궜다. 공장도 함안에 있다. 조 회장이 자신과 인연이 있는 경남이 아닌 경북, 그중에서도 상주를 택한 것은 단순히 부인 때문으로 전해진다. 상주는 조 회장의 처가가 있는 지역이다. 
올해 75세인 조 회장은 지난해 두 아들(성환-성배)의 공동대표 체제를 갖춰놓고 사실상 경영일선에서 물러났다. 형은 국내 시장을, 동생은 해외 시장을 담당하는 구도다.
 
상주시에 대형 메디컬센터 추진
대형약국 입점…지역 약계 반발
 
조 회장은 2004년 일신상의 사유로 대표이사에서 물러나면서 대신 장남 성환씨를 앉혔다. 성환씨가 1970년생인 점을 감안하면 34세 때 ‘지휘봉’을 잡은 셈이다. 성환씨는 고려대 경제학과를 졸업하고 드림아이인터내셔날 기획본부, 조아제약 기획담당 등을 거쳤다. 차남 성배씨는 지난해 11월 대표이사 사장으로 선임됐다. 한양대 경영학과를 나와 메디팜 부사장, 조아제약 상무 등을 역임했다.
 
업계 관계자는 “조 회장은 2세들에게 경영을 맡겨두고 외부 강의 등 그동안 못했던 개인활동을 하면서 시간을 보내고 있다”며 “노후를 보낼 자택도 준비했다. 다름 아닌 상주시에 거처를 마련한 것으로 안다”고 전했다.
 

조아제약 측은 난감한 표정이다. 회사와 연관이 없다는 이유에서다. 한 관계자는 “메디컬센터는 회사와 아무런 관계가 없다”며 “조 회장이 오너이긴 하지만 개인이 사비로 진행하는 것이라 뭐라 할 말이 없다”고 잘라 말했다. 그는 “더 이상 묻지 마라. 회사를 끌어들이는 것은 맞지 않다”고 일축했다.
 
 
다만 회사 측은 혹시나 불똥이 튈까 긴장을 늦추지 못하고 있다. 약계가 워낙 조직적으로 움직여서다. 게다가 약사회 차원에서 조아제약 제품 불매운동까지 감지돼 더욱 그렇다.
 
일각에선 회사 측의 안일한 대응과 무성의한 해명이 오히려 사태를 키우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실제 조아제약은 상주 메디컬센터에 대해 언급 자체를 극도로 꺼리고 있다. "공식적으로도 아직 입장을 밝히지 않은 상태다. 모른다”는 말만 되풀이하고 있다.
 
회사는 모르쇠
 
조 회장은 20여년 동안 약국을 직접 운영한 약사 출신이다. 그래서 더 약사들이 느끼는 배신감이 클지 모른다. 이제 막 갈등의 불씨가 타오르기 시작한 상주 메디컬센터 논란. 조 회장이 원망의 목소리를 무시하고 그냥 문을 열지는 좀 더 지켜볼 일이다.
 
<kimss@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조아제약은?


조원기 회장은 부산대 약학과를 졸업하고 1970년 부산 대신동에서 약국을 개업해 운영했다. 1988년 부산지역 삼강제약사를 인수하면서 시작된 조아제약은 업계에서 보기 드문 일반의약품 중심 제약사다.
 
창립 이후 가파른 실적을 바탕으로 부산·경남지역 대표 제약사로 자리매김했다. 2000년 서울로 본사를 이전하면서 ‘전국구’제약사로 발돋움하게 됐다. 1994년 준공된 경남 함안 공장은 현재 대지면적 9762㎡, 건물면적 5216㎡ 규모다. 대표 제품은 강장제 ‘바이오톤’과 간장활성화제 ‘헤포스’등이 있다. 전국 1100여개의 체인약국을 가진 ‘메디팜’을 자회사로 두고 있다.
 

조아제약은 지난해 6월 영국 프리미어리그 축구단인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와 공식 파트너 계약을 체결해 화제가 됐다. 지난해 매출 416억원을 올렸지만, 40억원의 순손실이 발생했다. <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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