홈플러스 ‘4조 먹튀’ 논란

2015.09.07 10:21:24 호수 0호

국민 돈으로 외국본사 배 불렸다

[일요시사 경제팀] 박호민 기자 = 홈플러스가 ‘먹튀’논란에 휘말렸다. 현금성 자산이 260억원 수준에 불과한 회사가 1조 넘는 돈을 배당할 것이라는 말이 나왔기 때문이다. 배당액은 홈플러스의 지분 100%를 쥐고 있는 영국 테스코로 흘러 들어간다. 이 같은 소식이 알려지기 무섭게 홈플러스의 주인 테스코는 지난 2일 매각 우선협상대상자로 MBK파트너스를 선정했다. ‘먹튀설’에 힘이 실리는 대목이다. 
 



테스코는 최근 자금난에 시달려 왔다. 지난해 대규모 분식회계 사실이 드러나면서 각종 제재를 받고 있기 때문이다. 이런 사정 탓에 테스코는 소위 ‘급전’에 목마른 상황이다. 여론의 뭇매에도 불구하고 자금 회수에 나서고 있는 배경이다. 노조와 시민단체는 반발했다. 테스코가 먹튀를 하고 있다는 것이다.
 
배당까지 챙겨 
 
그동안 끊임없이 매각설이 흘러나온 홈플러스는 재계의 관심 대상이었다. 매각 예상가가 6조5000억원에서 최대 10조원까지로 평가돼 왔기 때문이다. 매각에 성공하면 국내 M&A(인수합병) 역사상 최대 규모로 기록될 수 있다. 종전 최고가는 2007년 신한금융지주의 옛 LG카드 인수가격인 6조6765억원이다.
 
그동안 홈플러스의 매각은 쉽지 않았다. 매각가가 너무 커서다. 군침을 흘린 기업들은 많았지만 현실적으로 홈플러스를 통째로 삼키기엔 ‘승자의 저주’가 우려됐다.
 
테스코는 몇차례 M&A 협상에 실패하자 전략을 바꾸는 모습이었다. 대규모 배당을 통해 기업의 자산 규모를 줄여 인수가를 낮추는 전략으로 선회한 것이다. 홈플러스가 계획하고 있는 배당규모는 1조3000억원 규모. 홈플러스가 쥐고 있는 현금은 264억원에 불과하다. 이 외의 유동자산을 전부 합해도 7204억원에 그친다. 사실상 배당을 실시하려면 자금을 조달해야 할 상황이다.
 

홈플러스의 배당계획이 알려지자 여론은 급격히 악화됐다. 배당에 대한 세금(14%)이 매각 대금에 붙는 법인세(22%)보다 8% 가량 낮다.  배당을 실시하기 위해 빚을 지고, 세금까지 덜 내게 된다는 사실은 먹튀 논란에 불을 지폈다.
 
테스코의 ‘먹튀’ 논란은 2013년 분식회계가 드러난 시기를 전후로 꾸준히 제기됐다. 일례로 테스코의 경영상황이 악화되기 시작했던 시기 테스코는 홈플러스에서 대규모로 자금을 로열티 명목으로 빼갔다. 규모는 616억원 수준. 통상 30억원 수준으로 지불하던 로열티 비용을 갑자기 늘린 것이다.
 
로열티는 비용으로 처리되기 때문에 과세대상에서 빠져나가 법인세를 크게 줄일 수 있어 국부유출 논란이 일었다. 결과적으로 그동안 테스코가 홈플러스에서 회사채 이자수익, 배당금과 로열티 명목으로 빼간 자금은 1조원 내외로 업계는 추산하고 있다.
 
매각 우선협상대상자 MBK파트너스 선정
2조3000억 투자하고 7조5000억 거둬가
 
고배당을 통해 매각가를 낮추는 전략은 유효했던 것으로 보인다. 오랜 시간 매각에 애를 먹던 홈플러스의 인수자가 드디어 나타난 것이다. 그 주인공은 MBK파트너스다. MBK파트너스는 인수가로 7조5000억원을 쓴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7조5000억원 가운데 이번에 실시하는 배당금도 포함돼 있어 테스코의 매각 전략은 유효했던 것으로 풀이된다.
 
홈플러스 노조와 시민단체는 테스코의 홈플러스 매각을 ‘먹튀’로 규정하면서 관심을 촉구했다. 홈플러스 노동조합은 2일 MBK파트너스가 홈플러스 매각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된 것에 대해 “매각과정에서 보여준 테스코 측의 먹튀 행각과 홈플러스 경영진의 무책임한 행태는 용납할 수 없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어 “7조원에 팔린다고 했을 때 매각 이익이 4조7000억원 정도로, 먹튀논란이 거셌던 론스터 외환은행 4조6000억원을 넘는 수준”이라며 “여기에다가 영국 테스코가 매각 전에 이익잉여금으로 1조3000억을 배당금으로 가져가겠다고 해서 더 먹튀 논란이 거세지고 있는 상황”이라고 덧붙였다.
 
시민단체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등은 “테스코는 대주주로서 한국 시민·소비자단체들의 문제제기에는 무대응으로 일관하며, 자신들의 잇속을 채우기 위해 1조원대 거액의 배당금을 받아가는 꼼수를 부리고 있어 경악을 금치 않을 수 없다”고 지적했다.
 
테스코는 홈플러스에 얼마의 자본을 투자했을까. 홈플러스는 지난 1997년 삼성물산이 세웠다. 1997년 테스코가 홈플러스의 주식 지분 50%를 매입해 처음으로 투자에 참여했다. 이후 삼성물산이 구조조정을 단행하는 과정에서 대부분의 주식을 테스코에 넘겼다. 2011년 삼성물산이 잔여지분 5.32%를 넘기면서 테스코는 홈플러스의 지분을 전량 취득했다.
 
지난 15년간 테스코가 홈플러스의 지분을 매입한 가격은 약 2조3000억원 규모로 업계는 추산하고 있다. MBK 파트너스는 인수 금액으로 7조원 안팎을 제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국내는 물론 아시아 최대규모의 M&A 사례다. 이로써 테스코는 4조원이 넘는 차익을 남기게 됐다. 하지만 인수자인 MBK 파트너스가 사모펀드이기 때문에 분할매각이 예상되면서 향후 또 다른 논란을 낳을 전망이다. 사모펀드의 특성상 회사 인수 후 강도 높은 구조조정을 감행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팔고 줄행랑
 

노조도 이같은 사모펀드의 성격을 우려하는 모습이다. 김진숙 홈플러스 노조 서울본부장은 MBK파트너스의 인수와 관련 “사모펀드라는 게 결국은 최대한 많은 시세 차익을 남겨서 다시 파는 것이 기본속성”이라며 “기업의 지속성장이나 경영이 주 관심사가 아니기 때문에 비용절감을 하는 방법으로는 강도높은 인력 감축이나 구조조정, 점포 폐쇄를 우려하지 않을 수 없는 것”이라고 밝혔다.
 
<donkyi@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홈플 먹튀’ 국민연금 책임론
 
홈플러스 매각 과정에서 국민연금이 테스코의 먹튀를 도왔다는 비판이 나왔다. 투기자본 성격인 사모펀드에 자금을 대줘 노동자들의 고용을 불안케 한 것 아니냐는 지적이다. 금융권에 따르면 국민연금은 MBK파트너스와 손잡고 홈플러스 인수전에 뛰어들었다. 국민연금은 사모펀드(PEF) 운용사인 MBK파트너스와 메자닌 투자 방식으로 약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투자 규모는 1조원 수준. 국민연금이 사모펀드와 공동 투자에 나서는 것은 처음이다. <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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