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판 바지소송’ 황당한 세탁소 양복소송 전말

2015.06.22 10:06:01 호수 0호

17년전 맞춤옷 수선 맡기고 “물어줘”

[일요시사 취재1팀] 박창민 기자 = 양복 수선을 맡긴 손님이 세탁소 주인을 상대로 손해 배상 소송을 청구했다. 이 손님은 지난해부터 해당 세탁소에 종종 옷 수선을 맡기러 오는 등 자주 이용한 편이었다. 이 세탁소를 한두 번 이용한 것도 아닌 손님은 왜 세탁소 주인에게 손해 배상을 청구했을까. 

 


지난 2일 손님 박모씨는 세탁소 주인 김모씨를 상대로 법원에 손해 배상을 청구했다. 박씨는 세탁소에 맡긴 맞춤 양복과 반팔 티셔츠를 김씨가 잘못 수선해 입을 수 없게 됐다며 350만원의 손해배상금을 청구했다. 박씨는 수선 맡긴 맞춤 양복이 고급 이탈리아 원단으로 만들어 300만원에 달하는 가격이며, 티셔츠는 50만원 상당의 명품이라고 밝혔다.
 
“잘못됐다, 돈달라”
 
지난해 박씨는 분당에 있는 김씨의 세탁소에 맞춤 양복과 반팔 티셔츠 수선을 맡겼다. 하지만 수선 맡긴 옷들은 박씨에게 맞지 않았다. 양복 재킷의 경우 양쪽 주머니 밑까지 길이를 줄여 상의 아랫단이 짧아졌다. 김씨는 재킷 길이를 늘이기 위해 천을 덧대 다시 수선했다. 덧댄 부분은 박음질 자국이 남았다. 
 
박씨는 “도저히 입을 수가 없는 양복을 만들었다”고 토로했다. 맡긴 반팔 티셔츠도 상의 아랫단을 짧게 수선해 입을 수 없게 됐다. 박씨는 “김씨에게 다시 반팔 티셔츠 수선을 맡겼는데, 아직 옷을 돌려받지 못했다”고 주장했다. 결국 박씨는 소송을 걸었다. 김씨가 옷 수선 전문가로서 그 의무를 제대로 이행하지 않았다는 게 그 이유였다.
 
김씨는 “문제가 된 양복을 이미 4∼5번 정도 수선해줬으며,  박씨의 양복 두 벌을 무료로 수선까지 해줬다”며 “그동안 외상으로 여러 차례 옷을 수선한 박씨에게 외상값조차도 받지 못했다”고 황당해 하고 있다.
 

박씨는 지난해 초 처음으로 김씨의 세탁소를 찾아와 양복을 맡겼다. 김씨는 “수선 맡긴 양복이 마음에 안 든다며 몇 번을 무료로 수선해줬다”고 말했다. 그러다 박씨는 재킷 밑단을 짧게 해달라고까지 주문했다.
김씨는 재킷 밑단까지 줄이면 안 된다며 극구 반대했다. 그러자 박씨는 “자기 스타일이 있는데 무슨 상관이냐”며 버럭 화를 낸 것으로 전해진다. 
 
김씨는 “손님을 이겨 먹고 어떻게 장사하나. 그래서 원하는 데로 해줬을 뿐이다”고 말했다. 장사하는 입장이라면 누구나 김씨처럼 손님 입맛에 맞추는 게 당연지사. 김씨가 우려한 데로 재킷은 박씨에게 맞지 않았다. 박씨는 수선한 양복에 대해 불평불만을 쏟아냈다. 그러자 김씨는 양복 두 벌을 무료로 수선까지 해주며 그를 다독였다. 
 
김씨는 “진상 손님이지만 그래도 종종 와서 옷을 맡기니깐”이라며 “요즘 같은 어려운 시기에 단골 한 명이라도 더 붙잡고 싶은 마음에 해줬다”고 전했다. 박씨가 돌려받지 못하고 있다는 반팔 티셔츠에 대해선 “나한테 수선 맡겼다가 마음에 들지 않는다며 대신 버려달라고 부탁했던 것”이라고 반박했다. 
 
“이태리 고급원단” 300만원 배상 주장
문제 양복 이미 여러차례 수선해 논란
 
박씨는 지금까지 김씨에게 옷 다섯 벌을 외상으로 수선해갔다. 점퍼 1벌, 바지 1벌, 양복 재킷 3벌을 맡겼다. 수선비는 총 50만원으로 김씨는 수선비를 받지 못했다. 김씨는 아직까지 박씨가 찾아가지 않은 옷이 있다고 밝혔다. 김씨는 “자기가 입었던 양복을 후배 몸에 맞게 수선해 달라고 했던 것인데, 아직 옷을 찾아가지 않았다”며 “작년 9월 정도 이 양복 찾아가면서 외상값을 달라고 했는데 그 이후 한 번도 안 왔다”고 말했다. 김씨는 지속적으로 문자와 통화를 시도했지만 박씨와 연락이 닿지 않았다.
 
 
세탁소는 옷을 맡겨 놓고 찾아가지 않는 손님이 많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런 손님은 문자나 전화를 해도 안 찾아간다는 게 김씨의 말이다. 그러다 보니 김씨도 박씨가 어차피 찾아가지 않을 손님이라 생각하고 외상값 받는 걸 포기했다. 박씨에게 외상값 받는 걸 잊고 지내던 중 김씨에게 손해배상소장이 날아온 것이다.
 
김씨는 손해배상금액에 대해서도 이해 못 하겠다는 반응이다. 박씨는 수선하기에 앞서 이 양복이 17년 전에 맞춘 것이라고 말했다. 김씨는 “오래 전에 맞춘 양복 중에 300만원짜리가 어디 있느냐”며 “양복 소재가 이탈리아 것이라고 하는데 내가 봤을 때는 국산 소재다. 나중에 법정에서 진짜인지 증거자료를 제시하라고 할 것”이라고 말했다. 
 
혹시 외상값 때문?
 

김씨는 박씨가 유별나다는 걸 알고 그 앞에서 말과 행동을 조심했다. 김씨는 박씨가 “평소 자신이 왕년에 잘나갔다며 후배들이 자기 앞에서 꼼짝도 못 한다는 등 험한 이야기를 했다”며 “우리 같은 사람들은 이런 사람 무섭다”고 증언했다. 김씨는 20년간 세탁소 운영하면서 이런 일을 처음 겪었다. 그는 “단골손님 만들려고 했다가 외상값도 못 받고 손해 배상을 청구 당하는 게 흔한 일인가”라며 한탄했다. 
 
<min1330@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미국서 벌어진 한인 세탁소 바지 소송은?
 
지난 2007년 4월28일 미국의 한 판사가 자신의 바지 한 벌을 분실한 한국 세탁소 주인을 상대로 약 6500만달러(약 600억원)의 손해배상금을 요구하는 소송을 제기해 비난 여론이 들끓었다.
 
이 소송은 지난 2005년 피어슨 판사가 한인 세탁소에 바지 수선을 맡겼다가 분실되자 1000달러가 넘는 바지에 대해 손해 배상을 요구하며 시작됐다. 한인 세탁소 측은 일주일 후 바지를 찾아 되돌려 주려했으나 피어슨 판사는 자신의 바지가 아니라며 소송을 제기했다. 이 과정에서 정씨는 여러 차례에 걸쳐 3천 달러와 4600달러, 1만2000달러를 합의금으로 제시했지만 피어슨 판사는 합의를 거부하고 6500달러의 손해 배상을 요구했다.
 
당시 피어슨 판사는 소장에서 바지를 돌려받지 못하게 된 손실과 소송비용, 정신적인 고통과 불편, 소송을 위해 들인 시간에 대한 비용, 10년간 매주일 다른 세탁소에 가는데 드는 렌터카 비용 등을 손해 배상 청구금액 산정의 근거로 제시했다. 이 때문에 미국 내에서는 소송권을 남용한다는 이유로 판사 재임명에서 제외해야 한다는 비판여론이 쇄도했다.
 
하지만 법원은 한인 세탁소에게 원고인 피어슨 판사에게 한 푼도 보상할 필요가 없으며 아울러 피어슨 판사의 소송비용도 부담하지 말 것을 판결했다. 법원은 대신 원고인 피어슨 판사 측에게 한인 세탁소의 소송비용 중 1000달러를 부담하라고 결정했다. 횡포를 저지른 피어슨 판사에게 모든 책임을 물은 판결이었다. <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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