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이병호 국정원장 내정 속내

2015.03.16 10:21:35 호수 0호

‘병기’ 가니 ‘병호’ 오고 ‘공안정국’ 따라 오나?

[일요시사 정치팀] 최현목 기자 = 박정희. 대한민국 헌정 사상 가장 국민들의 입에 자주 오르내린 대통령 중 한명임에 분명하다. 그러나 누군가는 박 전 대통령을 떠올리며 그 당시 눈부신 경제성장에 대한 향수에 젖는가 하면 누군가는 박 전 대통령을 ‘반공’을 앞세운 ‘공안통치’, 그로 인한 독재의 상징으로 바라본다. 어느 쪽 시선이든 박 전 대통령은 이미 지나간 과거다. 그러나 최근 박근혜 대통령의 인사를 살펴보면 그때 당시 공안통치에 대한 우려를 다시금 상기시킨다.



박근혜 대통령의 국정수행 지지율은 지난달 20%대까지 떨어졌다. 정치평론가들로부터 가장 큰 이유로 지적 받은 ‘불통’의 이미지 때문이다. 결국 박 대통령은 “소폭 개각을 통해 새롭게 출발하는 계기로 삼고자 한다”고 밝혔다. 그러나 일련의 인사를 보면 박 대통령이 생각하는 새로운 출발과 국민이 생각하는 것과는 차이가 있어 보인다.

국정원 강화

지난 1일 김기춘 비서실장의 후임으로 이병기 당시 국정원장이 임명됐다. 전문가들의 예상을 뒤엎는 파격인사였다. 그도 그럴 것이 박 대통령은 이 원장에 대한 인사청문요청안에서 “국가정보원의 개혁을 안정적으로 추진하는 등 국민의 신뢰를 받는 세계 일류 선진정보기관으로 도약시킬 ‘적임자’로 판단된다”고 밝혔기 때문이다. 대통령의 말대로라면 적임자를 불과 6개월 만에 교체한 것이다.

그러나 국정원장에서 비서실장으로 자리를 옮긴 이 실장에 대한 의혹은 그리 오래가지 않았다. 일부 언론을 통해 잡음은 들려왔지만 대통령이 가장 신임하는 사람을 비서실장으로 임명하는 것은 역대 정권을 봐도 지극히 자연스러운 현상이었기 때문이다.

여야 지도부를 향해 보여준 태도에 이 실장 개인에 대한 만족도 또한 높은 수준이었다. 이 실장은 임명과 동시에 줄곧 겸손한 자세를 유지했다. 그는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를 만나 “앞으로 저희(청와대)가 더 낮은 자세로 당·청간 조화가 잘 되도록 내 나름대로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새정치민주연합(이하 새정치연합) 문재인 대표에게는 “낮은 자세로 대통령을 보필하고 국민 여론을 들어 소통하겠다”며 “야당에 자주 연락을 드리겠다. 마지막 자리라고 생각하고 사심 없이 최선을 다하겠다”고 소감을 밝혔다.


그러나 문제는 다른 곳에서 터져 나왔다. 박 대통령은 새로운 국정원장 자리에 이병호 전 안기부 2차장을 내정한 것이다. 야당과 언론을 중심으로 ‘공안통치’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높아지기 시작했다.

이 국정원장 내정자는 육사19기로 지난 박정희 대통령 시절 중앙정보부에서 일을 시작한 이력을 가지고 있다. 정보기관 시절 주로 미국에서 근무했을 만큼 영어에 능통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김영삼정부 시절에는 안기부 2차장으로 승진해 해외업무를 주로 담당했다. 그는 국외 관련 업적이 많아 안기부 출신으로는 이례적으로 외무부 본부대사, 주말레이시아대사 등을 역임했다.

16일 국회 인사청문회를 앞둔 이 내정자는 자질 면에서는 이견이 없다는 것이 중론이다. 그동안 정보요원들의 역량 강화를 최우선 과제로 여겨왔다는 점, 다년간의 해외근무 경험을 가지고 있다는 점에서 적임자라는 목소리도 높다.

그러나 국민들이 우려하는 부분은 그가 지금껏 보여준 정치적 편향성 때문이다. 그가 쓴 칼럼이나 기타 기고문, 그리고 발언 등을 종합해보면 결코 공안통치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허언이 아님을 알 수 있다고 전문가들은 전한다.

용산참사는 ‘폭동’, 햇볕정책은 ‘종북’?
‘제대로 된 정보기관 만들겠다’ 예고

2009년 <동아일보>를 통해 기고된 이 내정자의 칼럼에는 “용산 사건과 유사한 ‘폭동’이 선진국 도심에서 발생했다고 가정하자. 책임 있는 정부는 결코 진압을 미루는 여유를 가질 수 없다”고 적혀 있다. 용산 참사를 ‘폭동’이라 규정한 것이다.

‘방심을 먹고 자란 여간첩’ 칼럼에선 “햇볕정책은 북한이 더는 안보를 위협하는 존재가 아니라는 환상을 지난 10년간 우리 사회 구석구석에 퍼뜨렸다”고 썼다. 이를 두고 진보단체에서는 ‘햇볕정책을 쓰면 종북이냐’며 반박하고 있다.

2012년 18대 대선을 앞두고는 “젊은 세대 표를 미혹하기 위해 종북세력과 손잡기를 마다하지 않는 후보와 세력에 국가 경영을 맡겨선 안 된다”며 당시 민주당 문재인 후보를 비판했다.


정치적 편향성 이외에도 그는 정보기관에 대한 확고한 신념을 가진 것으로 알려졌다. 2012년 한 언론에 기고한 ‘국가 공안기능 재구축 시급하다’는 제하의 글에서는 “강력한 공안기능이 올바른 대북정책의 출발점”이라고 주장했다.

2013년 기고문에선 국내정보파트 해체와 대공수사권 박탈 등을 요지로 한 야당 개혁안을 두고 “빈대 잡으려고 초가삼간 태우는 격인 무책임한 발상”이라고 말했다. 또한 2014년 <문화일보> 기고문에서는 국정원 증거 위조 사건에 대해 “국정원을 몹쓸 기관으로 일방적으로 매도하는 것은 국정원의 개혁 의지를 약하게 만들고 우리 안보 체계의 근간을 흔드는 위험한 자해 행위”라고 말했다.

편향된 시선

이 내정자는 2000년부터 공직생활을 떠나 울산대학교에서 초빙교수로 활동한 것으로 조사됐다. 그러나 강단에서도 그의 편향된 시각은 변하지 않았다. 오히려 교육자라는 특수한 위치에 있음에도 지나치게 편중된 언행을 멈추지 않은 것으로 나타나 비난 여론이 더욱 큰 상황이다.

새정치연합 김광진 의원은 울산대로부터 제출 받은 ‘이병호 교수 강의 관련 자료’를 분석한 결과 학생들이 불만을 토로했다고 밝혔다. 강의평가에는 ‘교수님 정치색이 너무 강해 레포트를 쓸 때 정치성향을 고려해야 하는지 갈등이 생겼다’ ‘수업시간에 정치적인 색깔을 너무 많이 드러내 자신의 색깔로 수업을 주도해 나갔다’고 평가한 것으로 전해진다.

민경욱 청와대 대변인은 이 내정자에 대해 “강직하고 국가관이 투철하며 조직 내에 신망이 두터워 국가정보원을 이끌 적임으로 (박 대통령이) 판단했다”고 말했다. 이 내정자 자신도 내정 받은 이후 한 언론사와의 전화인터뷰에서 “정치 관여는 없다”고 못 박았다. 또한 “제대로 된 정보기관을 만들겠다”고 다짐했다. ‘제대로’라는 것이 과연 박 대통령의 인사 개편 사례처럼 국민이 원하는 방향일지 아닐지 지켜볼 일이다.

 

<chm@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그 외 걸릴만한 것들
아들 병역 면제, 8년간 건보료 0원

새정치민주연합은 이병호 국정원장 내정자의 세 아들 중 장남이 병역을 면제 받은 것에 의혹을 제기했다. 그는 당시 신체검사 기록을 보면 ‘만성사구체신염’을 사유로 5급 면제 판정을 받았는데, 이것은 그동안 연예인이나 운동선수들이 병역 면제를 받기 위한 수단으로 악용돼 온 질환이라는 점에서 의심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이에 대해 이 내정자는 <채널A>와의 전화인터뷰에서 “치료받은 기록이 그때부터 지금까지(다 있고) 아들이 10살부터 신장염을 앓아서…”라고 해명했다.

이 내정자의 장·차남이 해외에서 억대 연봉을 받음에도 불구하고 8년간 건강보험료(건보료)를 내지 않은 점이 드러났다. 이들이 내지 않은 보험료를 추산하면 모두 1억5000만원에 달할 것으로 보인다. 이에 대해 이 내정자 측은 “해외로 나갈 당시 행정적인 부분을 잘 몰라 조치를 취하지 않았던 것 같다”고 해명했다. <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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