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시사 정치팀] 허주렬 기자 = 최근 박근혜정부가 '2014년 핵심국정과제(브랜드과제) 점검회의'를 열고 지난 1년간의 과제 추진상황과 성과를 점검했다. 국무조정실과 각 정부부처의 자체평가는 한마디로 '38개 브랜드과제 모두 가시적 성과가 있었다'로 요약된다. 그러나 국민의 일반적 시각과 괴리된 정부의 '자화자찬'이라는 비판이 만만찮다. 그 이유는 무엇일까.
"아주 지독하게 파고들어서 이 부분 만큼은 '내가 직을 걸고 해결하겠다'는 마음으로 브랜드과제를 선정하고 해결을 위해서 노력하라."
박근혜 대통령이 지난해 3월 국무회의에서 이 같은 지시를 내린 이후 각 정부부처들은 박근혜정부 140개 국정과제 가운데 우선순위가 높은 브랜드과제 38개를 선정하고 중점적으로 추진해왔다.
황당한 자평
그리고 지난달 29일 청와대에서 박 대통령 주재로 그간의 브랜드과제 추진상황과 성과를 점검하는 '2014년 핵심국정과제 점검회의'가 열렸다. 이 자리에서 정부 각 부처는 ▲공공기관 개혁 ▲창조경제 혁신역량 강화 ▲통상협력 강화 ▲국민의료비 부담 경감 ▲노후생활보장 ▲맞춤형 고용복지통합전달체계 구축 ▲4대 사회악 근절 등 7대 핵심과제와 38개 주요과제에서 모두 가시적인 성과를 거뒀다고 자평했다.
그러나 정부의 자체평가와 국민의 일반적 시각과는 괴리감이 있다. 정부가 이날 회의에서 성과라고 꼽은 과제 중에는 그동안 제대로 추진되지 않고 있다는 비판을 받았던 과제들이 다수 포함됐기 때문이다. 우선 국무조정실은 경제혁신·국민행복·통일준비·국가혁신 등 4대 국정기조 속의 주요 국정과제가 상당한 성과를 거뒀다고 평가했다.
세부적으로는 '고용률 70% 달성 효과(2012년 64.4%→2014년 65.4%)가 서서히 나타나고 있다'고 보고했다. 또 불합리한 규제 개혁, 기업투자환경 개선을 통한 투자활성화, 대·중소기업이 상생하는 경제민주화 토대 마련 등을 성과로 꼽았다.
하지만 국민들이 실제로 느끼는 고용률 상승 체감도는 미미하다는 지적이 많다. 규제 개혁도 노동, 서비스업 등 핵심 분야 규제 개혁 작업이 별 진전이 없어 체감도가 낮다. 투자활성화와 관련해서는 기업이 유보금을 쌓아두며 여전히 투자를 꺼리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특히 경제민주화는 여권 내부에서도 사실상 '용도 폐기'됐다는 얘기가 나올 정도로 사실상 물 건너갔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현실과 괴리된 '칭찬 일색' 자평
국민 10명 중 7명 '정부 잘 못해'
야 "꿈·희망 사라진 상실의 시대"
기획재정부는 공공기관 개혁과 관련해 41개 중장기재무관리계획 대상 공공기관 부채비율이 2012년 235%에서 지난해 220% 수준으로 떨어지고, 방만 경영 사례 개선이 이뤄졌다고 자평했다.
하지만 개선이 시급한 적폐인 '낙하산 기관장 투입' 등은 전혀 해결되지 않은 채 역대 정부가 꾸준히 추진해왔던 수준의 개혁 조치가 되풀이 되는 수준에서 그쳤다는 평가가 많다.
압권은 국방부다. 국방부는 지난해 군에서 총기난사사건, 가혹행위로 인한 병사 사망, 여군에 대한 성추행·성폭행 등 각종 사건·사고가 끊이지 않았다. 심지어 천문학적 규모의 방위산업 비리가 포착돼 검찰 수사까지 받게 됐음에도 불구하고 '국민이 신뢰하는 확고한 국방태세를 확립했다'는 황당한 평가를 내놨다.
이외에도 박 대통령의 대선 공약이었다가 후퇴한 채 시행된 '4대 중증질환 100% 정부보장' '노인 기초연금 전원 지급' 등도 주요성과 목록에 이름을 올렸다.
정부의 판단과 달리 국민들이 성과를 느끼기 어려운 과제가 많았던 셈이다. 실제로 정부에 대한 국민들의 평가도 바닥에 가깝다. <중앙일보>가 지난달 22~24일 성인남녀 1000명을 대상으로 여론조사를 실시한 결과 응답자의 73.4%가 정부가 '잘 못한다'고 평가했고, '잘한다'는 평가는 24.1%에 그쳤다.
이와 같은 정부의 자화자찬에 대한 지적에 대해 청와대 유봉 국정기획수석은 "소중한 연말에 결코 우리가 잘했다는 시간을 가질 상황도, 여건도, 분위기도 아니었다"라며 "실제 회의는 기존 성과를 냉정하게 평가했고, 어떻게 개선할지를 점검했다"고 해명했다.
덧붙여 유 수석은 "대통령이 부족한 부분을 하나하나 점검하면서 말씀하셔서 전체적으로는 각 부처 장관이나 기관장들이 잘된 부분에 대한 격려와 함께 무거운 다짐을 하고 청와대를 떠나셨을 것이라 생각된다"고 말했다.
그러나 박 대통령은 회의에서 청년 일자리, 가계부채, 전월세 문제 등을 미해결 과제로 꼽으면서도 "대내외의 어려움을 극복하고 4대 국정기조를 실현하기 위한 혼신의 노력을 다해왔다"며 비교적 긍정적 평가를 내렸다.
냉정한 평가?
이에 대해 새정치민주연합 문희상 비상대책위원장은 "지난 2년은 꿈과 희망이 사라진 '상실의 2년'이었다"라며 "국민경제는 꽁꽁 얼어붙고, 민주주의는 후퇴됐고 남북관계는 6·25 이후 최악으로 치닫고 있다. 국민이 선택한 시대정신인 경제민주화는 온데간데없고, 복지는 지방정부와 국민에게 떠넘겼다"고 비판했다.
문 위원장은 또 "몇몇 비선실세들의 국정농단으로 국정운영의 공적시스템이 완전히 붕괴됐다. 위기관리가 전혀 되지 않고 있다"며 "지난 2년처럼 앞으로 3년을 보낼 수는 없다. 전면적 국정쇄신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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