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철수 '새정치호' 탈출 시나리오

2014.12.29 11:58:07 호수 0호

난파 직전 새정치호…'하선' 명분 쌓기 시작됐다

[일요시사 정치팀] 김명일 기자 = 새정치민주연합(이하 새정치연합) 안철수 의원의 움직임이 심상치 않다. 측근들은 줄줄이 당직에서 물러났고 본인 또한 당과 거리를 두며 자꾸만 외곽에서 겉돌고 있다. 이를 두고 당 내부에서는 안 의원이 당을 떠날 준비를 하고 있는 것 아니냐는 의심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만약 안 의원이 당을 떠나기로 결심했다면 언제, 또 어떤 방식으로 떠나게 될까? 안철수 의원의 ‘새정치호 탈출’ 시나리오를 <일요시사>가 예측해봤다.



“안철수 의원의 마음은 이미 당을 떠난 것 같다. 안 의원이 당을 떠나면 후폭풍이 엄청날 텐데…. 그래서 요즘 당 지도부가 부쩍 안 의원을 주시하고 있다.”

새정치민주연합(이하 새정치연합) 안철수 의원의 움직임이 심상치 않다. 안 의원은 최근 문희상 비대위원장의 비대위 참여 요청을 또 한 번 거절했다. 문 위원장이 “올 때까지 기다리겠다”며 고집을 피워봤으나 소용이 없었다.

마음 떠난 안철수
외곽에서 겉돌다

안 의원은 자신의 측근들도 당직에서 줄줄이 물러나게 했다. 최측근인 송호창 의원이 조강특위 위원직에서 물러났고, 강연재 부대변인도 석연찮은 이유로 부대변인 직에서 사퇴했다. 특히 송 의원의 조강특위 위원 사퇴 기자간담회 발표 초안에는 “밖에서 미래세력을 준비한다”는 의미심장한 문구가 들어 있던 것으로 확인돼 논란이 되기도 했다.

치열한 경쟁이 예상됐던 전국 지역위원장 공모에서도 이른바 친안(친안철수)계 인사들은 대부분 불참했다. 당초 친안계는 지역위원장 공모에 사활을 걸고 있었다. 지역위원장 공모 결과는 차기 당권은 물론이고 총선 공천과 대선까지 영향을 줄 수 있다.

합당 이후 두 번의 선거를 치렀지만 당 내 경선에서 번번이 고배를 마셨던 친안계로서는 지역위원장 공모가 마지막 기회였다. 친안계 내부에서는 “지역위원장 선정 과정에서도 친안계가 소외된다면 더 이상 당에 남아 있을 필요가 없다”는 과격한 발언이 나오기도 했다.

당에 남아 있어봤자 '식물인간'
합당 시 5:5정신 헛구호에 그쳐


그런데 막상 지역위원장 공모가 시작되자 친안계 인사 대부분이 공모에 불참하면서 지역위원장 공모 결과는 구민주당계의 손쉬운 승리로 끝났다. 이를 기점으로 당 내부에서는 안 의원이 곧 탈당할 것이라는 루머가 본격적으로 돌기 시작했다.

새정치연합의 한 관계자는 “만약 안 의원이 정말 차기 대권에 욕심이 있다면 이번 지역위원장 공모는 절대 포기해서는 안 되는 것이었다. 그런데 안철수계 인사들이 너무 쉽게 포기해버리니까 안 의원이 딴 생각을 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의심이 들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정치권 인사들은 안 의원이 새정치연합에 남아 있는다고 해도 더 이상 할 수 있는 일이 없을 것이라고 내다보고 있다. 민주당과 합당 후 약 10개월이 지났지만 지금 안 의원에게 남은 것이라곤 당명에 새겨진 ‘새정치’라는 세 글자뿐이다.

게다가 구민주계 인사들은 새정치라는 그 세 글자마저 떼어버리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유력 당권주자인 박지원 의원은 최근 “부르기 쉽고 당원과 국민이 원하는 ‘민주당’이라는 당명을 찾아와야 한다”며 당명 변경을 공식 제안했다.

당명 변경
마지막 자존심

정치권의 한 관계자는 “(합당 당시 민주당이 약속한) 5대5정신은커녕 100대1정신도 지켜지지 않았다. 민주당 인사들은 처음부터 친안계 인사들에게 조금도 양보할 생각이 없었던 것”이라며 “지금 안 의원을 보면 흡사 새정치연합에 인질로 잡혀있는 느낌”이라고 말했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안 의원이 결국 새정치연합을 떠날 것이라는 이야기가 정치권 안팎에서 회자되고 있는 것이다.

만약 안 의원이 새정치연합을 떠나기로 결심한다면 언제, 또 어떤 방식으로 떠나게 될까? 안 의원의 새정치 탈출 시나리오 중 가장 많이 거론되고 있는 것은 바로 탈당 후 신당창당 시나리오다. 사실 안 의원에게 ‘탈당’이란 선택지는 정치생명을 건 모험이다. 안 의원은 탈당설이 제기될 때마다 “내가 (새정치연합) 창업자 중 한 사람인데 어떻게 당을 떠날 수 있겠느냐”고 말해왔다.

안 의원의 말대로 새정치연합의 창업자 중 한 사람인 안 의원이 당을 떠난다면 그 후폭풍이 만만치 않을 것으로 보인다. 게다가 안 의원은 정치권에 입문한 후 이미 대선출마 포기, 신당창당 포기, 무공천 포기 등 여러 차례 말을 바꾸며 신뢰도에 치명적인 상처를 입은 상태다. 그런데 이번에 또 한 번 탈당을 선택해 이른바 ‘철수 정치’를 한다면 정치 생명까지 위협을 받을 수 있다.

따라서 안 의원이 탈당을 선택하기 위해서는 몇 가지 조건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먼저 명분이 있어야 한다. 정치전문가들은 “안 의원이 당내 상황이 자신에게 불리해졌다고 해서 난데없이 당을 떠난다면 역풍을 맞을 수밖에 없다”며 “당을 떠나려면 명분이 있어야 하는데 가장 좋은 명분은 새정치연합이 좀처럼 정상궤도를 찾지 못하고 지리멸렬해 오히려 국민들이 신당의 출현을 바라는 상황까지 가야한다”고 내다보고 있다.

두 번째는 지지세력이 있어야 한다. 명분이 생겼다고 해서 안 의원과 측근 몇 명이 무작정 탈당을 감행한다면 정치권에 아무런 바람도 일으킬 수 없을 것이다. 정치권에서 주목하고 있는 것은 비노계의 움직임이다. 현재 새정치연합 내부에서 비노계의 불만은 폭발 직전이다. 비노계 인사들은 당 안팎에서 공공연히 분당, 신당론을 언급하며 친노계를 위협하고 있는 실정이다.

만약 안 의원이 이들을 하나로 뭉쳐 세력화할 수 있다면 안 의원의 새정치 탈출 시나리오는 한층 더 힘을 받을 수 있게 된다. 지난 21일 이른바 빅3(문재인, 박지원, 정세균) 전당대회 불출마를 요구한 의원 30명 명단에 비노계 의원들과 함께 친안계로 분류되는 송호창, 문병호 의원 등이 포함된 것은 의미심장하다.


정치권의 한 관계자는 “이들의 빅3 불출마 요구로 정세균 의원이 실제로 불출마를 선언하기는 했지만 이들의 진짜 목표는 문재인 의원”이라며 “결국 이번 요구는 비노계가 탈당을 위한 명분쌓기 차원에서 집단행동을 한 것은 아닌가 의심스럽다”고 말했다.

특히 안 의원의 당 대표시절 초대 비서실장을 맡았던 문병호 의원은 빅3 불출마 요구에 동참한데 이어 당 안팎에서 신당창당을 노골적으로 언급하고 있는 구당구국모임에도 참여하고 있어 눈길을 끈다.

새정치 끝?
부활할까?

이 모임의 좌장격인 정대철 상임고문은 최근 “당을 끝까지 고치려고 노력하다가 안 되면 신당창당의 모습을 띤 개혁을 해야 한다”고 ‘신당 창당’을 직접적으로 언급한 바 있다. 안 의원이 직접 창당에 나서기보단 외부 신생정당에 합류하는 방식으로 당을 떠나게 될 가능성도 있다.

안 의원이 이런 방식을 택한다면 새정치연합 정동영 상임고문이 ‘키맨’이 될 수 있다. 정 고문은 최근 야권 인사들 중 가장 구체적이고 적극적으로 신당 창당 움직임을 보이고 있는 인사다. 정 고문은 통합진보당 해산 이후 이를 대체할 건전한 진보정당을 원하는 국민들의 요구가 분출되고 있는 상황에서 진보 노선의 신당 창당에 동참할 가능성이 큰 것으로 알려졌다. 진보노선 신당 참여설이 불거져 나온 이후에 정 고문은 “고민하고 있다”며 참여 가능성을 인정하기도 했다.

만약 정 고문이 주도하는 진보노선 신당에 안 의원까지 참여한다면 새정치연합 내 진보적인 성향을 가진 인사들과 정의당 등도 한데 뭉쳐 새로운 거대 진보정당이 탄생하게 될 가능성도 있다. 이는 야권 전체의 판도 변화로 이어질 것이다.

새정치 당명도 떼어내기 일보 직전
새해 안철수발 야권 재개편 임박?


이외에도 중도노선 신당, 호남신당론이 거론되지만 영남신당론도 눈길을 끈다. 영남은 야권의 불모지다. 그래서 영남신당론은 가장 가능성이 낮은 시나리오로 평가되지만 정치권의 한 관계자는 이미 야권의 신진세력들이 영남신당론을 내세워 여러 인사들과 접촉하고 있다고 귀띔했다. 


정치권에서는 내년 2월 열릴 새정치연합 전당대회 이후 본격적인 분당 움직임이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전당대회에서 친노계 문재인 의원이 선출되고, 당이 별다른 혁신을 하지 못하고 지리멸렬한다면 그동안 불만이 쌓여있던 비노계에서 결국 당을 깨자는 이야기가 본격적으로 분출되기 시작할 것이란 예측이다.

일각에선 이번 전당대회가 유독 과열되어 있는 만큼 전당대회 과정에서 진행의 공정성 등을 이유로 갈등을 겪다 전당대회 중간에 일부 세력이 탈당을 선언하고 신당 창당에 나설 수도 있다는 시나리오도 나온다.

정동영이 키맨
선택만 남았다

물론 안 의원이 당내에서 지분 정리를 하고 당과 거리두기를 하고 있다고 해서 무조건 탈당할 것이라고 몰고 가는 것은 다소 억측이라는 주장도 있다. 안 의원이 차기 대권에 대한 욕심은 일단 접어두고 내실 다지기에 들어간 것이라는 분석이다. 실제로 안 의원은 최근 자신의 싱크탱크인 정책네트워크 내일의 조직을 재편하고 정책 개발에 몰두하고 있는 모습이다.

안 의원이 민주당과 합당 후 4개월간 제1야당의 대표를 역임하며 정치적 역량의 부족함을 노출한 것이 사실이다. 당장 다음 대선에만 집착하며 허둥대다가는 같은 실수를 반복할 수밖에 없다. 안 의원이 정치에 입문한지 아직 2년이 채 안 된 정치초보라는 사실을 스스로 인정하고 새정치의 내용을 좀 더 구체성 있게 정립하고 자신과 정말 뜻이 맞는 사람들을 차근차근 모아 내실을 다져야 한다는 것이다.

안 의원은 향후 어떤 선택을 하게 될까? 안 의원이 선택에 따라 야권은 심한 부침을 겪게 될 수밖에 없을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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