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시사 사회팀] 강현석 기자 = 조각가로 유명한 나점수 작가가 이미지 작업으로 관객을 만난다. 지난달 26일부터 서울 삼청로 갤러리도스에서는 'The Korean(이하 더 코리안)'이란 제목의 전시가 열리고 있다. 나 작가는 더 코리안 프로젝트를 "우리를 구성하고 있는 개인들의 기억에 대한 '표피적 보고서' 형태의 작업"이라고 정의했다. 재기 넘치는 작품에 감춰진 날카로운 메시지가 흥미롭다.
조각가이자 '자유인'인 나점수 작가는 그간 여행을 소재로 한 작품을 여럿 선보였다. 과거 도록 등을 참고하면 한비야씨 못지않은 여행 경력이 탄성을 자아낸다. 아프리카를 세 차례나 종단했고, 중앙아시아와 유럽 다시 몽골에 이르기까지 지구촌 곳곳을 누볐다. 러시이와 중국의 오지를 탐험한 기억은 나 작가의 예술세계에 깊은 영감을 주었다.
세계 누리는 방랑자
이번 더 코리안 전시에서 나 작가는 '세계인과 구별된 한국인만의 정체성'에 대해 주목했다. 마치 순례자처럼 세계를 방랑한 그는 낯선 풍경을 지켜보며 침묵할 수밖에 없었다. 그는 어디에서건 이방인으로 머물렀다.
작가는 본인의 작업노트에서 "개인을 서술하는 기억이 교육의 산물이거나 사회적 현상읽기 등을 통해 형성된다"고 설명했다. 이렇게 만들어진 정체성은 지역과 지역의 관계를 통해 혈족, 민족, 국가의 경계를 이루고 나아가 아(我)와 타자(他者)를 구분하는 잣대가 된다.
나 작가는 여기서 질문을 던졌다. 한민족이라는 의식을 뒷받침하고 있는 것은 무엇이며, 그 지향점은 어디인가. 또 교육이나 사회적 현상을 내면화하는 것이 인간이라면 이 같은 기억이 주입되지 않은 '한국인'은 어떤 모습일까.
더 코리안 프로젝트는 나 작가가 세계를 경험하면서 느낀 한국에 대한 의문을 풀어내는 '사회 침투형 작업'이다. 나 작가는 한국 사회의 구성원들이 공유하고 있는 정서적, 감정적 상태를 수집했다. 이를 토대로 개인의 가치관이나 심성을 억누르고 있는 이데올로기를 조명했다. 더불어 한국이라는 특수한 집단의 근저를 지지하고 있는 인식이 어디부터 비롯됐는지 '읽기'를 시도했다.
재기 넘치는 작품에 날선 메시지
서울 갤러리도스서 'The Korean' 전시
세계인과 구별된 한국인 정체성에 주목
나 작가에 따르면 읽기는 보기에서 시작된다. 나 작가는 "무엇인가 볼 때 유보의 태도가 전제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유보'란 대상과 한 걸음 떨어져 객관적으로 관찰하려는 마음가짐이다. 유보적인 시선이 없다면 지난 세기 한국에 가해졌던 분리와 배제의 시선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다. 그동안 우리는 우리를 억눌렀던 경험의 빈곤함과 단선적인 방식의 현상 읽기 때문에 스스로를 반성하거나 심도 깊게 접근할 수 있는 기회를 차단당했다. 혹은 방관했다.
나 작가는 "시대적 상황 때문에 유보됐던 특정 사회현상을 '다시'라는 관점에서 재 읽기 해야한다"고 제안했다. 이 같은 작업이 시대의 요구라는 것이다. 우리 사회에서 '다시'라는 말은 부조리함으로 대변된 지난 세기가 수반한 '시민의식'으로부터 파생된 단어다. 단 하나의 목표를 강요했던 사회 공기는 시민들 스스로가 다른 돌파구를 찾기 위해 부딪혀 현재에 이르렀다.
나 작가는 부조리했던 지난 세기와 나름의 발전을 이룬 지금이 어떻게 다른지 질문했다. 이를 알기 위해 우리가 드러낼 수 없었거나 숨겨야만 했던 것들을 밖으로 표출하는 작업이 필요하다고 했다. 즉 우리 자신의 밑바닥까지 들여다봐야만 창조적인 재 읽기가 가능하다는 입장이다.
창조적 재 읽기
성조기, 군복, 탱크, 인공기, 미사일 등은 마치 암호처럼 직렬 또는 병렬로 배치돼있다. 태극기를 들고 있는 '유관순'은 같은 모습으로 반복 나열됐다. 나 작가는 누구나 쉽게 알 수 있는 이미지를 보여주며 우리가 진짜 누구인지 묻고 있다.
[나점수 작가는?]
▲중앙대 예술대 조소과 및 동대학원 조소과 졸업
▲개인전 식적생명(김종영미술관·2009), 표면의 깊이(현대16번지·2010), 식물적 사유(갤러리3·2014) 등 12회
▲토탈미술관, 정동 경향갤러리, 쿠오리아 갤러리, 예술의전당 등 단체전 다수
▲중앙미술대전 특선, 송은 문화재단 지원상, 상암 DMC 상징조형물 등 경력 다수
▲중앙대 강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