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래방 재벌’ 위기 내막

2014.10.06 11:04:04 호수 0호

한때 돈다발 자루에 쓸어담았는데…

[일요시사 사회팀] 이광호 기자 = 전국 노래방 기기 시장점유율 70%를 자랑하는 금영에 빨간불이 들어왔다. 노래방 기기 사업 실적 부진에 자회사 아이디에스와 르네코를 잇따라 헐값에 처분키로 한 것이다. 종속회사들의 부진에 본래 사업에 전념하기로 한 것으로 분석된다. 노래방 기기로 업계를 호령하던 금영의 앞날은 과연 어떻게 될까. 
 


국내 노래방 기기 제조업체 1위 금영의 표정이 좋지 않다. 실적부진에 코스닥 자회사 아이디에스와 르네코를 잇따라 처분키로 해서다. 사업다각화의 일환으로 통신업 등으로 사업을 확장하기 위해 2년 전 두 회사 지분을 인수했지만 적자를 감당하지 못하고 매각을 결정한 것으로 보인다.

사업다각화 실패
 
지난달 26일 금영은 방송·무선통신장비 자회사 아이디에스 지분 460만여주(22.96%)를 김길수씨에게 주당 매매가격 695원으로 넘기기로 계약했다. 이번 매각가격은 금영이 지난해 12월30일 사들였던 가격(주당 6227원)의 10분의 1수준이다. 경영권 매각의 경우 일반적으로 시장가에 프리미엄을 붙여서 파는 경우가 많은데 오히려 시장가보다 낮은 헐값에 계약이 체결된 것이다. 지난해 금영은 영상·음향 및 통신장비 제조업체인 자회사 르네코가 보유하고 있던 아이디에스 지분 337만여주(17.78%)를 채무 탕감 등의 방식으로 210억원에 인수했다. 르네코가 실적 악화와 채무 부담으로 고전하자 당시 주가 900원보다 7배 높은 가격에서 지분을 사준 것이다.
 
지난 8월3일 금영은 르네코 역시 시가보다 훨씬 낮은 가격에 처분했다. 지분 577만여주를 주당 1515원씩 총 87억원에 양도했다. 계약 전일 주가(1960원)보다 오히려 27% 낮은 가격에 경영권을 넘긴 것이다. 금영의 이러한 움직임은 수익성 악화를 감당하지 못한 데 따른 것으로 풀이된다.
 
르네코는 작년에는 68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했다. 2012년에는 89억원, 2011년에는 60억원으로 지난 3년간 217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했다. 금영은 르네코의 재무구조를 개선하기 위해 적자를 기록하던 아이디에스의 주식을 사들이면서까지 노력했지만, 아이디에스 역시 같은 기간 283억원의 영업 손실을 냈다.
 

금영의 부진도 한몫했다. 노래방 기기 사업으로 승승장구하던 금영은 지난해 매출 671억원 중 54억원의 영업손실과 150억원의 당기순손실을 내며 적자전환했다. 2012년 초 95%에 불과했던 연결부채비율은 지난해 834%까지 급증한 상태다.
 
앞서 금영은 자회사를 통해 지난 2011년 ‘국제 LED엑스포&OLED 엑스포 2011’와 2012년 ‘제3회 국제 LED&Display 전시회’ 등에 참가해 차별화된 방열구조 특허를 적용한 LED 가로등, 보안등 등을 선보였다. 이러한 노력 끝에 ‘2012 LED산업포럼’에서 LED조명 디자인 공모전 부문 대상인 지식경제부 장관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자연 대류에 의한 방열구조를 적용한 LED가로등 등으로 영광을 안았다. LED연구센터를 설립하고 여러 해 동안 기술개발에 지속적으로 투자한 결과였다. 
 
대기업 뺨쳤던 금영, 욕심 부리다…
수익성 악화에 자회사 잇따라 매각
노래방 기기 본업에 전념…앞날은?
 
당시 금영은 노래방 기기 시장에서 이미 굳건한 존재감을 과시하며 업계를 꽉 쥐고 있었지만, 신성장동력으로 LED사업에 도전장을 내밀었다. 그리하여 집어등, 가로등, 항만 조명등 등 다양한 조명제품을 개발·생산했다. 금영이 개발한 집어등은 히트파이프를 적용한 방열 솔루션을 채택해 히팅 효율을 높였다. 60W가 주류였던 집어등 시장에 120W의 제품을 선보여 크게 주목을 받았던 것이다. 초창기 때만 해도 야심차게 추진한 LED사업을 노래방 기기에 맞먹는 규모로 키워 또 다른 부가가치를 창출하고자 했다. 그러나 갈수록 실적은 악화됐다. 금영 김승영 회장의 야심은 물거품이 됐다.
 
금영은 자회사 매각 등 악재로 인한 혼란에 본래 주력 사업인 노래방 기기에 전념할 것으로 보인다. 금영 관계자는 “상황이 많이 안 좋다. 회사 상황에 대한 설명을 일절 해줄 수 없다”고 말했다.
 
금영은 1991년 컴퓨터 노래 반주기 출시를 시작으로 95년 세계최초 방송국 합창단 육성코러스 활용 기술을 도입했다. 2005년에는 세계 최초로 디지털케이블TV를 통한 TV노래방 서비스를 런칭했다. 현재는 스마트TV와 모바일 기기 등에 진출해 사업영역을 넓혀가고 있다. 금영은 현재 국내 노래방 기기 시장 점유율 70%로 1위 및 기기 판매율 1위로 확고한 위치를 점하고 있다. 
 
국내 노래방 기기는 금영과 티제이미디어 두 업체가 양분하고 있다. 그런데 티제이미디어도 상황이 썩 좋지 않다. 티제이미디어는 지난해 영업이익이 전년 대비 92.3% 급감한 3억7600만원을 기록했다. 같은 기간 매출액은 7.1% 줄어든 732억2400만원, 당기순이익은 86.7% 감소한 5억2100만원으로 잠정 집계됐다. 

재도약 가능할까
 

지난 2012년에는 금영과 티제이미디어가 가격 담합을 한 사실이 드러났다. 노래방 가사책과 리모콘의 가격을 최고 30% 올리고, 신곡 업데이트 비용을 한꺼번에 50% 올려 받다가 공정거래위원회에 적발된 것이다. 당시 더 비싼 요금을 내야했던 노래방 주인들은 두 업체를 상대로 손해배상소송에 나서기도 했다. 문제는 앞서 2011년에도 이들의 담합이 드러났다는 사실이다. 당시 공정거래위원회는 금영과 티제이미디어에 시정명령과 함께 각각 41억1700만원, 15억5700만원의 과징금을 부과했다.
 
 
<khlee@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노래방 저작권료 뻥튀기 의혹
 
국내 노래방 기기에서 선곡 수 데이터가 비정상적으로 집계돼 129억원가량의 저작권료가 엉뚱한 저작권자들에게 부당 지급됐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지난달 28일 <한겨레>는 국회 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회 소속 박홍근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이 한국음악저작권협회로부터 제출받은 내부 특별감사 결과보고서를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지난 2010년부터 올해까지 유흥주점, 단란주점, 노래방 등 247개 업소 노래반주기에서 선곡 수가 잘못 기록된 상태로 저작권료 분배 자료로 활용된 것으로 나타났다고 보도했다.
 
음저협 특별감사들이 지난 7∼8월 점검한 결과 전국의 표본 1000개 업소 중 247곳이 두달간 선곡수가 1만회가 넘는 것으로 드러났다. 하지만 영업시간 내내 노래방 기기를 틀어도 두 달간 신곡 수는 물리적으로 9000회를 넘기기 힘든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음저협은 이 표본 업소의 노래방 기계에 설치된 칩에 기록된 집계를 기준으로 저작자에게 매년 300억원에 이르는 음악사용료(저작권료)를 주고 있다. <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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