숨겨진 신의 직장 베일 속 은행연합회 실체

2014.09.01 16:39:46 호수 0호

철밥통보다 낙원인 '무쇠밥통'

[일요시사 경제1팀] 한종해 기자 = 신도 부러워할 만한 조직이 그 실체를 공개했다. 직원이 공직 선거에 출마하면 유급 휴직을 보장하고 낙방해도 다시 뽑아준다. 해외 출장에 동반한 배우자의 실비를 지급하고 자녀 대학 학자금을 무제한 지원한다. 사내근로복지기금 100억원을 보유한 은행연합회 얘기다.



금융업계 수익성이 날로 악화됨에 따라 금융권 회사들이 점포·기수 축소, 감원 등으로 슬림화를 추진하고 있다. 글로벌 자본시장 침체와 국내 주식시장 거래 급감이 원인이다. 여의도 증권가는 수천명의 희망퇴직을 받았고 임원퇴직 위로금을 폐지하고 이사보수 한도를 하향 조정하는 등 비용절감에 한창이다.

그들만의 잔치

이런 상황에서 방만한 경영으로 비판을 자초하고 있는 조직이 금융위원회의 종합감사에 포착됐다. 표면적으로는 민간기구지만 은행사들을 회원사로 둔 터라 공적 성격을 띤 은행연합회가 주인공이다.

금융위원회가 공개한 '종합감사 결과 보고서'에 따르면 은행연합회는 직원 자녀에 대해 학자금을 한도 없이 전액 지원했다.

은행연합회는 직원 자녀(중학생 이상) 학자금을 지원하면서 특수목적고 재학생과 특수계열 대학생에 대해 한도 규정 없이 학자금을 전액 지원해 왔다. 자립형사립고나 외고 같은 특수목적고에 대한 입학금, 수업료는 물론 의학·한약계열, 공대 등 특수계열 대학생의 수업료, 학생회비까지 지원했다.


일반고와 특목고 학생, 일반계열과 특수계열 대학생 간 지원액에 큰 차이가 생겨 형평성 문제도 발생했다. 지난해 일반고를 다니는 자녀에 대해 지급된 학자금은 1인당 평균 161만원에 불과했지만 특목고를 다니는 자녀에 대한 평균 지원액은 446만원으로 3배 가까이 차이를 보였다.

임원이 해외출장을 갈 때는 동반 배우자의 여비도 지급했다. 은행연합회는 국외 출장 관련 규정에서 임원 출장 시 '필요한 경우' 배우자를 동반할 수 있으며 배우자 여비도 실비로 지급할 수 있도록 했다. '필요한 경우'의 세부 요건은 명기하지 않았다. 여기에 임직원 출장비용으로 기본체재비와 일당체재비, 해외교섭비라는 비슷한 명목으로 출장비를 중복 지급했다. 출장계획서나 출장보고서에 대한 규정은 따로 두고 있지 않았다.

공직선거에 입후보하는 직원에게는 재직 기간 동안 2차례에 걸쳐 3개월 이내에서 유급휴직을 주면서 급여의 25%를 지급했다.

이밖에 시간외 근무수당과 연차휴가 보상금을 과다 지급했으며 매년 사무실 환경 조성 명목으로 수천만원을 들여 예술품(서화)을 구입한 것으로 드러났다. 2012년 1700만원, 2013년 4180만원, 2014년 4월까지 2139만원이 '예술품 구입비'로 집행됐다. 또 본인 질병에 의한 휴직자에게 재직기간에 따라 기간을 차별해 부과하는 규정도 문제가 됐다.

무제한 학자금·배우자 출장비 지원
공직 선거 출마한 직원에 유급 휴직

은행연합회의 사내근로복지기금은 지난 3월말 기준 100억원(1인당 7143만원)을 보유하고 있어 1인당 평균 2000만원이 되지 않는 다른 공공기관에 비해 3배 이상 많았다.

금융위원회는 총 25개 부분에 대한 문제점을 지적하고 24개 분야에 대해 2개월 이내 조치하도록 개선, 시정, 권고를 통보하고 예술품 구입 등 비품예산 집행 항목은 기관주의 처분했다.

은행연합회는 은행들의 연합체로 한국 금융산업의 발전과 건전한 신용거래 질서 확립을 내세워 설립된 비영리 법인이다. 1928년 설립된 경성은행집회소를 모체로 하며 81년 전국지방은행협회를 흡수한 뒤 84년 5월 전국은행연합회로 개편됐다.

조직은 크게 의결기구와 집행기구로 나뉘는데 의결기구는 총회와 정사원은행(시중은행협의외, 특수은행협의회, 지방은행협의회), 준사원은행(외국은행협의회, 20개 위원회)로 이뤄져 있고 집행기구는 14팀 1실(민원상담실)이다. 한마디로 은행연합회는 2000조원을 넘는 자산 규모를 가진 국내은행을 대표하는 단체이자 생보협회, 손보협회, 여신금융협회 등 민간금융단체의 '맏형'인 것.

은행연합회는 표면적으로 은행들의 이익을 대변하고 은행과 은행 간의 이해관계를 조율하며 은행업계를 대표해 정부와 소통하는 창구 역할을 맡고 있다. 하지만 이른바 '모피아'로 통하는 기재부와 금융위, 금감원 출신이 협회의 회장직을 맡고 있어 소통 역할이라기보다는 정부 입장을 대변하는 역할로 변질했다는 비난을 받고 있다.


은행연합회 역대 회장들은 모두 모피아다. 1대 김준성 전 회장과 2대 신병현 전 회장은 한국은행 총재와 부총리 겸 경제기획원 장관을 지냈고, 3·4대 정춘택 전 회장은 외환은행장·산업은행 총재 및 증권감독원장을 지냈다. 6대 이동호 전 회장은 내무부 장관과 산업은행 총재 출신이고 7대 류시열 전 회장은 한국은행 부총재와 제일은행장 출신이다.

낙하산 투성이

9대 유지창 전 회장은 금융감독위원회 부위원장과 산업은행 총재를 거쳐 은행연합회장으로 선출됐고 유 전 회장과 행정고시(14회) 동기인 10대 신동규 전 회장은 재정부 기획관리실장과 수출입은행장을 역임했다. 현재 수장인 박병원 회장은 우리금융지주 회장 출신이다.

현재 부회장직을 맡고 있는 김영대 부회장도 금감원 부원장보 출신이다. 2012년 2월 김 부회장이 은행연합회 부회장 후임으로 거론되자 은행연합회 노동조합이 노조위원장의 삭발식 등 낙하산 인사 저지 투쟁에 들어갔던 적도 있다.

모피아 출신으로 은행연합회에 재취업한 역대 회장들은 상상을 초월하는 연봉을 받았다. 박 회장은 지난해 연봉으로 7억2000만원을 받았다. 기본급 4억9000만원에 50% 이내로 성과급이 지급될 수 있어 최대 7억3500만원까지 가능한데 한도를 거의 채워 받은 것. 은행연합회 임원들의 지난해 평균 연봉은 3억3600만원에 달했다.

 

<han1028@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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