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요계 끊이질 않는 표절공방<속으로>

2010.02.09 09:47:36 호수 0호

조심해! 가요계에서 ‘외톨이’ 될라


잠잠하던 표절공방이 또다시 가요계를 뒤덮었다. 지난해 지드레곤, 왁스, 이승기에 이어 2010년에도 최근 인기몰이를 하고 있는 신예밴드 씨엔블루(CNBLUE)의 ‘외톨이야’가 표절시비에 휘말렸다. 표절 의견을 제시한 와이낫과 씨엔블루 측이 첨예한 대립을 하고 있어 법정 공방으로 이어질 공산이 크다.  


와이낫 파랑새 vs 씨엔블루 외톨이야 표절공방
“도입부·후렴구 흡사” vs “흠집 내려는 것일 뿐”


씨엔블루의 데뷔곡 ‘외톨이야’는 쉬운 멜로디로 지난 1월14일 발표 이후 각종 온라인 음악사이트를 석권하며 인기를 끌고 있다. 그런데 인디밴드 와이낫이 2008년 발표한 ‘파랑새’의 도입부와 후렴구가 흡사하다는 의견을 제기하면서 논란이 시작됐다.

표절 의혹이 제기된 부분은 ‘파랑새’의 도입 연주부분과 ‘외톨이야’의 도입 ‘외톨이야 외톨이야 외톨이야’라고 반복되는 부분, 그리고 ‘파랑새’의 후렴구인 ‘세이 예, 다른 이들의 말은 이제 들리지 않아’와 ‘외톨이야’의 ‘오 베이비 외톨이야 외톨이야 다리디리다라두’라는 소절이다.

양측 첨예한 대립
법정공방 가속화?



와이낫 측은 “두 곡의 멜로디 진행방식이 우연의 일치로 보기 힘들 정도로 닮았다”며 “대처방안을 고민 중이다”고 말했다. 씨엔블루 소속사 측은 발끈하고 나섰다. 씨엔블루의 소속사 FNC 뮤직은 “노래가 유사하다는 점은 터무니없다”면서 “이런 이유로 유사성 논란이 제기되면 지구상의 모든 노래가 자유로울 수 없을 것”이라고 밝혔다.

FNC 뮤직은 이어 “와이낫이란 그룹도 ‘파랑새’란 노래도 이번 일로 처음 알았다. 그 노래를 참조했다는 것도 어불성설”이라며 “열정을 갖고 음악하는 친구들이 막 데뷔를 해 좋은 반응을 얻고 있는데 말도 안 되는 논란으로 흠집 내는 현실이 너무 서글프다”고 덧붙였다. FNC 뮤직은 또 “자극적인 단어나 표현을 사용해 씨엔블루의 명예가 훼손된다면 그에 따른 분명한 대가를 치르도록 할 것”이라며 “표절은 법원의 판결이 내려져야만 인정되는 것인데 어느 일방의 주장만으로 이 같은 단어를 함부로 사용하는 언론보도에도 단호한 조치를 취할 예정이다”고 단호한 입장을 보였다.

와이낫 측은 씨엔블루의 매니지먼트사인 FNC 뮤직이 “와이낫 측이 의도적 노이즈 마케팅을 하고 있다”며 “법적 대응도 불사하겠다”는 입장에 대해 유감을 표하자 곧바로 반박자료를 발표했다. 와이낫 측은 “네티즌들의 지적으로 와이낫의 ‘파랑새’와 씨엔블루의 ‘외톨이야’를 비교해서 듣게 됐고 창작자의 입장에서 후렴구 부분과 도입부가 유사하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었다”면서 “FNC 뮤직 측이 명예훼손과 손해배상을 묻겠다고 한 것에 대해 심한 모욕감을 느끼며 이 문제가 이성적이고 합리적으로 해결되지 않을 경우 향후 적법하고 적극적인 대응도 고려할 생각이다”고 강경한 입장을 보였다.

와이낫 측은 특히 FNC 뮤직 측이 표절논란을 해명하는 과정에서 “표절을 하려 했으면 외국의 더 좋은 곡을 했을 것”이라고 밝힌 부분에 대해 불편한 마음을 드러냈다. 와이낫 측은 “13년째 ‘와이낫’이란 이름을 지키며 음악활동을 해온 우리는 물론 전체 인디신에 대한 모욕이다”고 지적했다. 와이낫 측은 지난 2월1일 상대 작곡가에게 저작권 포기를 권유했다. 일단 1주일 정도 지켜본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씨엔블루 측 반응이 냉담하고 양측이 첨예한 대립을 하고 있어 법정 공방으로 이어질 공산이 크다. 그러나 막상 소송으로 이어지더라도 온당한 법적 판단으로 이어질지는 의문이다. 사실 표절시비는 이제 가요계에서는 연례행사다. 한국에서 표절시비가 끊이질 않는 이유는 무엇일까.

잠시만 속이면 대박
잘못해 걸리면 장난

그것은 한국에서의 표절시비는 늘 거세게 의혹만 제기되다가 아무런 결과도 얻지 못한 채 사라지기 때문이다. 가요계의 표절시비는 수차례 불거졌지만 매번 논란으로 그쳤다. 소송에 드는 시간과 비용을 감내할 장치가 미비하다는 이유에서다. 돈이 없으면 불이익에 대한 문제제기조차 힘들다. 한 음반관계자는 “사적 감정을 받으려면 수천만원의 비용이 들어가는 게 현실이다. 누가 그런 돈을 들여가며 소송을 제기 하겠는가”라고 반문했다.  

표절논란이 점화되더라도 소속사가 원 저작권자와 사후 합의하는 암묵적인 관행 존재도 문제다. 동종업계 내에서 ‘서로 얼굴 붉히지 말자’, ‘좋은 것이 좋은 것’이라는 정서가 통용돼왔다. 연예계의 한 관계자는 “처음에는 저작권을 가지고 있는 측에서 ‘표절로 의심되는 부분이 있다. 필요하다면 소송도 불사하겠다’는 입장을 내세운다.

그런데 표절의혹에 휩싸인 가수가 슬그머니 꼬리를 감추고 후속곡으로 바꿔 활동을 시작하면 결국 흐지부지 끝나고 만다”고 세태를 꼬집었다. 활동이 뜸해지면서 표절의혹도 함께 사라진다. 표절에 대한 도덕불감증도 문제다. 한 대중음악평론가는 “창작의 고통을 겪거나 모험할 필요가 없이 이미 검증된 틀을 이용해 안전한 수익과 인기를 얻으려고 할 때 표절이 일어나기 십상”이라고 말한다.

반복되는 표절시비에도 논란에 그쳐
시간·소송비용·암묵적 관행이 문제


‘잠시만 속이면 대박, 걸리면 장난’이란 인식이 잇단 표절을 부르고 있는 것이다. 방송국이 쇼 프로그램을 개편할 때마다 일본 방송국 프로그램을 표절했다는 시비가 반복되고 있지만 시청률만 높으면 표절 시비는 유야무야되기도 한다. 가요계에서 표절시비가 불거질 때면 늘 작곡가들은 “나는 모르는 일이다. 내 머릿속에서 멜로디가 떠올랐을 뿐이다”라고 강력히 주장한다. 그러다가 “미안하다”고 사과하거나 오랫동안 몸을 숨기는 ‘잠수’를 택한다.

가수들에 대한 표절시비가 제기되면 팬클럽들은 “안티들은 꺼져라” “남들 다 하는데, 왜 우리 오빠만 갖고 그러느냐”며 똘똘 뭉친다. 이런 현상을 꾸짖는 사람이나 기구도 없어 일부 청소년에게는 표절에 관한 도덕불감증이 번져 있다. 그렇다면 표절시비를 완전히 없앨 수 있는 방법은 없을까. 표절은 피해자가 고소해야 죄가 되는 이른바 ‘친고죄’다.
 
아무리 논란이 거세도 원작자가 대응하지 않으면 ‘찻잔 속의 태풍’으로 끝난다. 표절시비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표절임을 확실히 판단할 기준이 없다는 것이다. 물론 표절을 정의 내릴 기구도 없다. 1999년 공연법의 개정으로 곡의 표절 여부를 사전심사했던 공연윤리위원회가 없어져 표절 곡의 사전 제어장치는 사라졌다. 현재 ‘몇 구절 이상 코드의 몇 프로 이상이 비슷해야 표절이다’ 등의 구체적인 법률 조항도 마련돼 있지 않다.

뒤늦게 정부는 지난해 12월 표절위원회를 발족해 저작권 강화에 나섰다. 법조인, 학자, 표절 전문가 10여명으로 구성해 빠르면 2월 중 활동을 시작한다. 그러나 소송 절차와 보상 등 원초적 문제를 개선하려면 상당한 시간이 소요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국가가 직접 개입하기보다는 자율 규제가 바람직하다는 의견도 나오고 있다.

음악인들이 자율적으로 법률을 만들어보는 것은 어떨까. 한 대중음악평론가는 “음악인들이 모여 모두가 수긍할 수 있는 기준을 만든다면 수없이 제기되는 표절시비를 근절하는데 도움이 되리라고 생각한다”며 “표절 문제는 음악을 듣는 사람의 감시만이 해결책”이라고 말했다.

표절위원회 발족
자율규제 바람직

A 변호사는 “표절 논란의 공론화는 한국 사회의 문화 수준이 높아지면서 나타나는 현상이다”며 “한류 문화상품이 세계로 나가고 있어 앞으로 표절 논란은 세계적 소송으로 이어질 우려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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