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면 돈되는' 금융상품의 비밀-우리은행 ‘행복 나눔 적금’

2014.07.21 11:10:59 호수 0호

‘착한 상품’광고 하더니 과소비 조장

[일요시사=경제2팀] 박효선 기자 = 시중은행 금리가 곤두박질치고 있는 가운데 6%의 고금리를 주는 상품이 나왔다. 저축은행과 같은 제2금융권도 아닌 제1금융권인 우리은행에서 이러한 상품을 출시했다. 그러나 실제 6%의 금리를 받으려면 우리카드 실적을 맞춰야 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일각에서는 우리은행이 고금리 ‘미끼’를 내걸고 카드실적을 채우기 위해 과소비를 조장한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우리은행이 최고 연 6% 금리를 주는 ‘우리함께 행복 나눔 적금’을 내놨다. 이 상품은 소액기부를 통한 나눔 문화 확산을 위해 만들어진 1년제 정기적금이다.

카드사용 부추겨

‘우리함께 행복 나눔 적금’은 우리은행이 보건복지부와 함께 만든 상품으로 서민들의 목돈마련과 소액기부문화 정책을 위한 기부형 금융상품이다. 일정 금액은 고객 명의로 단체에 자동 기부된다.

이 상품은 월 납입금액 10만원, 20만원 두 가지로 구성됐다. 가입기간은 1년이다. 1년 동안 한 달에 10만원을 넣거나 월20만원씩 입금할 수 있다. 우선 기본 금리는 3%다. 여기서 우대금리 조건을 충족하면 기본 금리에 3%를 얹어 6%를 받을 수 있다.

다만 우리카드 사용실적 조건을 충족해야 한다. 월10만원 입금 시에는 최근 1년 동안의 카드실적보다 250만원을 더 써야 3%의 우대금리를 받을 수 있다. 월20만원을 입금할 경우에는 지난 1년 카드실적보다 500만원 이상을 긁어야 한다. 우리카드 신규가입 고객은 1년 동안 250만원 이상(월10만원 입금), 500만원 이상(월20만원 입금)을 사용해야 한다.


6% 고금리 미끼…카드 지출 조건 맞춰야
전년보다 500만원 이상 긁어야 우대금리

예컨대 이 상품에 월 20만원 입금하는 고객이 지난해 우리카드 사용액이 1000만원이었다면 올해에는 1500만원 이상을 긁어야 우대금리를 받을 수 있다. 전년 카드실적이 많으면 많을수록 불리한 셈이다. 반대로 우리카드가 없는 경우 오히려 부담은 덜하다. 한 해동안 500만원 이상을 쓰면 된다. 하지만 우리카드 신규가입에 대한 연회비나 카드실적 부담은 고객의 몫이다.

우리카드사 신용카드 이용액은 본인명의의 사용 금액만 해당된다. 가족카드나 체크카드 및 기업카드 실적은 이용액 산정에서 제외된다. 우리카드사 신용카드 결제계좌도 우리은행 계좌로 유지해야 한다.

또한 카드실적을 모두 채우고 우대금리를 받았을 경우 여기서 1%는 보건복지부 산하 법정 기부단체인 한국사회복지협의회에 기부된다. 결국 우대금리는 2%에 불과한 것이다.

이에 따라 우리카드가 우리은행 매각을 앞두고 몸값을 불리기 위해 카드사용액을 늘리려는 속셈이 아니냐는 시각도 나오고 있다.

우리은행은 확대해석을 경계했다. 우리은행 관계자는 “카드 사용액 기준을 1000만원 이상으로 잡은 것도 아니고 그렇게 부담스럽지 않은 선으로 정한 것”이라며 “기존에 카드사를 나눠서 사용하는 분이 우리카드로 통일해서 쓰면 혜택을 받을 수 있고, 특히 우리카드에 신규가입 하시는 분에게는 좋은 상품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소비자단체는 우리은행이 고금리를 내세워 카드 실적을 올리고 있다고 비판했다. 과소비를 조장할 수 있다는 우려에서다.

금융소비자연맹 관계자는 “기부 자체는 문제가 되지 않지만 건전한 소비문화를 조성해야 하는 은행이 오히려 카드를 쓰게 만들고 있다”며 “기부를 내세우고 고금리 혜택을 주는 척 조건을 달아 카드 이용액을 늘리려는 속셈”이라고 지적했다.

차라리 아껴써라

이 관계자는 “고금리를 미끼로 다른 카드 고객을 우리카드를 사용하도록 유인하려는 전략”이라며 “정말 ‘착한 적금상품’이라는 광고대로 소비자를 위한 상품이었다면 기부하는 방식이 우대금리의 1%가 아닌 카드사용액의 1%를 기부하는 구조가 됐어야 했다”고 꼬집었다. 이어 그는 “일부 소비자들은 이러한 고금리에 유혹돼 카드를 과하게 이용하게 될 수 있다”며 “차라리 신용카드 사용액을 줄이는 것이 더 많은 돈을 아끼는 방법”이라고 당부했다.

 


<dklo216@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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