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삐까번쩍 AIA타워 가보니...

2014.07.21 10:56:33 호수 0호

수천억 들여 치장했는데 ‘텅텅’

[일요시사=경제2팀] 박효선 기자 = 경기불황에 많은 기업들이 구조조정을 하고 있다. 구조조정도 모자라 서울에 있는 사옥마저 팔아넘기고 있다. 이런 가운데 외국 보험사 AIA생명은 수천억을 들여 지난해 종로에 위치한 신사옥을 마련했다. 국내 상륙 이후 처음으로 신사옥을 마련해 들떠 있던 AIA생명이 요즘 골머리를 앓고 있다. 7개월이 넘도록 AIA생명의 신사옥에 입주하겠다는 업체가 나타나지 않아서다.

지난해 12월 AIA생명은 서울시 중구 순화동에 위치한 N타워의 빌딩 대량 지분을 매입했다. N타워



는 지하 8층, 지장 27층의 건축물로 지난 2012년 5월에 완공됐다. AIA생명이 이 건물을 사들이면서 N타워는 ‘AIA타워’로 간판을 바꿔 달았다. 지난7일 AIA타워를 찾아가보았다.

공실률 90%

겉으로 본 AIA타워는 화려했다. AIA타워는 종로 일대 고층 빌딩들 사이에서 압도적인 ‘위용’을 자랑했다. AIA타워는 주변 빌딩보다 우뚝 솟아 있었다. 접근성도 좋았다. 서울역과 시청역, 서대문 역 등 주요 지하철역에 인접해 뛰어난 접근성을 자랑했다.

그런데 압도적인 건물의 겉모습과 달리 AIA타워 안은 썰렁했다. 빌딩 전체가 텅텅 비어 있었다. 우선 1층에는 커피숍이 자리 잡고 있었다. 지하1층부터 7층까지는 지하주차장으로 파악됐다.

당일 지하1층은 공사 중이었다. 이 건물에 입주한 기업은 동성그룹 계열사(동성홀딩스, 동성하이켐, 동성화인텍)가 유일했다. 1층 커피숍과 9층~11층에 입주한 동성그룹 계열사를 제외하고 빌딩은 비어 있었다. 이렇게 되면 공실률은 90%에 달한다.


건물은 비어 있는데 여러 명의 경비원이 상주하고 있었다. 경비원의 감시로 일반인들은 출입할 수 없었다. 엘리베이터 이용조차 불가능했다. 경비원의 눈을 피해 엘리베이터를 탔다. 그러나 2개 층을 제외하고는 누를 수 있는 엘리베이터 버튼이 없었다. 엘리베이터 버튼을 누를 때마다 ‘해당 층은 비어 있습니다’라는 목소리만 들려왔다.

할 수 없이 1층으로 내려와 복도로 들어갔다. 그러나 복도조차 막혀 있었다. 복도마다 보안이 걸려 있어 문을 열 수 없었다. 건물 전체에 출입을 막아놓은 것이다.

입수한 <AIA타워 개요>에 따르면 22층부터 27층은 7월말 AIA생명이 입주할 예정이다. 8층은 제네웰, 16층은 보고펀드, 17층은 삼성 웰스토리가 들어오기로 했다. 입주 예정까지 합쳐도 27층 중 14층이 비어 있게 된다.

이렇게 임대가 원활하지 않은 이유는 비싼 임대료와 높은 ‘공실률’로 추정된다. 임대료를 알아보기 위해 인근 부동산을 찾아가 보았다. 부동산에 따르면 AIA타워의 임대료는 평당 9~10만원, 관리비도 평당 3만5000원으로 조사됐다. 120평 기준 보증금만 1억원이 넘는 것으로 파악됐다.

인근 한 부동산 업자는 “현재 AIA타워에 들어와 있는 곳이 많지 않아서 협상하시면 렌트프리(일정기간 무상으로 업무공간을 사용할 수 있도록 제공하는 서비스)로 조정이 가능하다”며 “5월에 본사가 들어오기로 했는데 지연되고 있는 것 같다”고 귀띔했다.

수천억 들인 AIA타워...7개월 넘게 입주자 없어 ‘속앓이’
AIA생명 “여러 가지 신경 쓸게 많아서...”

지난해 AIA생명은 순화동 PFV로부터 N타워의 지분을 매입했다. AIA생명은 이 계약 체결을 통해 81.6% 지분을 소유한다. 매입 가격은 약 2000억원 수준인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 관계자들 사이에서는 AIA생명이 신사옥 매입에 무리수를 뒀다고 보고 있다. 게다가 AIA생명은 사옥 매입 후 위험기준 자기자본비율(RBC ratio)이 하락했다. 지난해 3월말 383.3%였던 RBC비율은 12월말 337.6%로 45.7%로 뚝 떨어졌다.

같은 기간 AIA생명의 위험가중자산은 4563억원 늘었다. 지급여력비율(RBC) 요구자본에서 신용위험액이 가장 크게 증가했다. AIA타워 가격이 2000억원대인 점을 감안하면 위험가중치가 높은 부동산을 취득함에 따라 위험가중자산의 비율이 증가했다는 분석이다.

업계 한 관계자는 “지속되는 수익악화에 많은 보험사들이 사옥 매각에 나서고 있다”면서 “다른 보험사들처럼 실적이 그다지 좋지 않은 AIA생명은 독특하게도 거꾸로 가는 행보를 보이고 있어 다소 우려된다”고 전했다.

이 관계자는 “부동산은 환금성(유동성)이 떨어지는 자산이라 위험가중치가 높게 적용된다”며 “보험사들이 사옥을 파는 데 열을 올리는 것도 자급여력 때문이다”라고 설명했다.


AIA생명 측은 당혹스런 분위기다. 입주초기인 점을 감안해달라고 요구했다. AIA생명은 “아직까지는 빈 사무실이 많지만 전담 부서에서 여러 업체들과 접촉하면서 입주자를 찾고 있다”며 “단시간 내에 그렇게 입주자를 빨리 찾을 수 있는 것도 아니고 앞으로 빈 사무실을 채워나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사옥 이전이 늦어지는 이유에 대해서 이 관계자는 “여러 가지 신경 쓸 게 많아서 몇 달 정도 지연됐지만 이달 말 이사를 계획하고 있다”며 “(올 초에 옮기겠다는 말은)보도자료에서 그때 쯤으로 계획하고 있다고 했을 뿐 확정적으로 이야기한 적 없다”고 일축했다. 일반인 출입 금지에 대해 그는 “AIA타워는 자사가 매입한 사건물이다”라며 “공공시설도 아니고 누구나 자유롭게 들어와 돌아다니는 것은 아닌 것 같아 보안 차원에서 그렇게 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언제 채우나

현재까지 AIA생명은 서울 충무로 소재 한 건물의 4개 층을 사무실로 사용하고 있다. 1960년에 세워진 오래된 건물의 4개 층에서 직원 500여명이 일하다 보니 업무공간이나 공공시설이 턱없이 부족했다.

AIA타워 매입 당시 다니엘 코스텔로 AIA생명 대표는 “이번 건물 매입은 한국 시장에 대한 장기적인 투자 비전을 가지고 결정한 일”이라며 “AIA 타워는 성장하는 한국 시장의 중심부에서 AIA생명의 브랜드를 알리는 상징적인 랜드마크가 될 것”이라고 밝혔다.

신사옥 발표 이후 AIA생명은 지난2월 ‘콰이어트(quiet)룸’을 만들겠다고 발표했다. 콰이어트룸은 직원들이 독립적인 공간에서 편안하게 상대방과 통화하거나 업무처리를 할 수 있게 만든 공간이다. 신사옥 이전과 관련한 직원만족 프로젝트 가운데 하나다.

그만큼 AIA생명은 신사옥 마련에 들떠 있었다. 1987년 국내에 진출한 후 처음으로 사들인 사옥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입주자가 나타나지 않는 신사옥 문제로 AIA생명은 체면을 구기게 됐다.

 

<dklo216@ilyosisa.co.kr>

저작권자 ©일요시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설문조사

진행중인 설문 항목이 없습니다.


Copyright ©일요시사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