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면 돈되는' 금융상품의 비밀-하나은행 ‘월드컵 적금’

2014.06.27 15:28:50 호수 0호

축구 16강 좌절에도 은행은 웃었다

[일요시사=경제2팀] 박효선 기자 = 브라질 월드컵이 시작되면서 은행권은 월드컵 마케팅으로 후끈 달아올랐다. 그 중에서도 하나은행의 한국 대표팀 축구 성적에 따라 우대금리를 얹어주는 예·적금상품이 인기를 끌었다. 저금리·저성장 시대가 장기화되면서 소비자들은 0.1%라도 높은 금리를 주는 상품에 몰리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대표팀이 16강 진출에 실패하면서 이 상품 가입자들의 우대금리 기대감도 함께 무너졌다.



대표팀 공식후원은행인 하나은행이 자사 계열사 외환은행과 함께 월드컵과 연계한 예·적금 상품을 지난2월 출시했다. 한국 대표팀이 16강 이상 진출할 경우 우대금리를 얹어주기로 하면서 금융소비자들의 관심을 끌었다. 하지만 대표팀의 16강 진출 실패로 우대금리 기대감이 사라지면서 다른 은행 상품과의 차별성도 흐려진 모습이다. 

가입유치 성공

하나은행은 1998년부터 월드컵 금융상품을 통해 대표팀을 공식 후원해왔다. 그래서 월드컵 시즌 때면 시중은행 중 하나은행은 대표팀 공식 후원은행으로서 가장 많은 마케팅 효과를 누릴 수 있었다.

이번에도 하나은행은 은행의 기본 상품인 예금과 적금 상품을 월드컵과 연계해 내놨다. 축구에 대한 관심을 이용해 고객을 늘리겠다는 취지에서다.

하나은행은 자사 계열사인 외환은행과 함께 지난2월부터 ‘Let's GO 브라질 오! 필승코리아 적금 2014’를 판매했다. 하나은행은 ‘오! 필승코리아 적금 2014’에 가입한 고객에게 이번 브라질월드컵에서 한국 축구 국가대표팀 성적에 따라 우대금리를 제공하기로 했다.

다른 금융사들이 실적 악화로 울상 짓고 있는 가운데  월드컵과 연계한 이 상품은 하나은행의 효자노릇을 톡톡히 해냈다. 저금리 시대가 지속되면서 고금리 상품을 찾는 소비자들이 늘어나고 있기 때문이다. 


전국은행연합회에 따르면 시중은행의 정기적금 금리는 2%에서 3%까지 다양했다. ‘오! 필승 코리아 적금’은 상대적으로 높은 금리를 주는 것으로 나타났다.

'오! 필승코리아 적금' 금리는 정액적립 3년제 기준 연3.4%, 1년제는 연2.9%다. 한국 축구 국가대표팀이 2014 브라질 월드컵에서 16강 진출 시 연 0.1%포인트, 8강 진출 시 연 0.2%포인트, 4강 진출 시 0.3%포인트의 우대금리를 제공하기로 하면서 가입자를 모았다.

다만 매월 1회 최저적립금액 1만원 이상, 적립한도는 1000만원 이내다. 계약기간 2/3가 지나면 적립 금액의 1/2 초과 입금은 불가능하다.

홍명보 감독과 이청용, 구자철 등 축구 대표팀 선수를 모델로 쓴 전용 통장도 한정판으로 제작했다. 가입 고객을 대상으로 국가대표팀 A매치 입장권 할인 혜택과 최신 스마트 TV, 국가대표 공식유니폼 등 축구를 좋아하는 고객들이 선호하는 경품을 주는 행사도 열었다.

하나은행의 ‘오! 필승코리아 적금’ 인기에 이어 계열사인 외환은행에서도 ‘외환 오! 필승 코리아 정기예금'을 선보였다.

‘외환 오! 필승 코리아 정기예금'의 적용금리는 기본금리 연 2.7%다. 이 상품도 16강 진출 시 연0.1%포인트, 8강 진출 시 연0.2%포인트, 4강 진출 시 연0.3%포인트 우대금리를 주기로 했다. 가입 고객이 환전할 경우엔 수수료를 미국 달러화는 60%, 브라질 헤알화는 20%까지 줄여 주는 혜택도 줬다.

치고 빠진 일회성 이벤트에 가입자 ‘울상’
대표팀 16강 진출 실패에 우대금리 물거품

하나은행의 ‘오! 필승 코리아 적금’은 출시한지 넉 달 만에 8만6084개 계좌를 돌파해 총 1650억원 가량이 판매됐다. 외환은행의 '오! 필승코리아 정기예금'은 1만7000좌에 2800억원 이상을 거둬들였다. 이러한 예상치 못한 인기에 외환은행은 한도를 4000억원으로 늘렸다. 

하지만 대표팀이 16강 진출에 실패하면서 가입자들이 기대했던 우대금리는 없어졌다. 이렇게 되면서 ‘오! 필승 코리아 예·적금’은 타 은행 상품과 큰 차이가 없어진 것이다.
 

‘오! 필승 코리아 적금’의 적금만기를 계산해보았다. 예컨대 10만원씩 1년간 납부했다면 예상이율 2.9%를 적용해 받을 수 있는 이자금액은 1만5950원에 불과했다. 여기서 소득세 14% 주민세 1.4%를 포함한 15.4%는 제외했다.


상품 판매 마감 날짜도 주목할 만하다. 하나은행과 외환은행은 월드컵 예·적금 상품을 지난 17일까지 판매했다. 즉 한국이 러시아와 첫 경기를 하기 전날까지 상품 가입이 가능했던 것이다. 첫 경기가 시작도 되기 전 우대금리에 대한 기대감을 고조시켜 가입자를 받은 것으로 풀이된다.

16강에 대한 기대감은 상품판매가 마감된 후 러시아와의 첫 경기 때부터 조금씩 무너지기 시작했다. 그나마 18일 대표팀은 러시아와의 경기에서 동점을 기록했다. 당시만 해도 16강에 대한 기대감은 살아 있었다. 그러나 23일, 알제리전과의 경기에서 기대감은 완전히 무너졌다.

이후 27일 벨기에와의 경기에서도 상대편에 골을 내주면서 16강 진출은 물거품이 돼버렸다. 가입자들이 기대했던 우대금리도 없어진 것이다.

하나은행은 고정금리 자체가 다른 시중은행보다 높다는 점을 강조했다.

하나은행 관계자는 “요즘은 워낙 저금리 시대이다보니 월드컵을 맞이해 출시한 ‘오! 필승코리아 적금’ 상품이 인기를 끌게 된 것”이라며 “16강까지 가지 못했다 해도 이 상품의 고정금리는 시중에 나와 있는 은행들의 금리보다 높은 편”이라고 답했다.

복불복 금리

하지만 0.1%라도 더 높은 금리를 찾아다니는 금융소비자들은 차라리 지방은행이나 저축은행 적금 상품이 낫다고 평가하고 있다.

한 저축은행 관계자는 “저금리 시대가 지속되면서 요즘 시중은행의 금리는 2%대에 불과하지만 저축은행은 3%대 금리를 제공한다”면서 “사람들은 저축은행이 시중은행보다 위험하다고 생각하지만 원금과 이자를 합해 1인당 5000만원이 넘지 않는 선에서 돈을 맡긴다면 안전하다”고 설명했다.

 

<dklo216@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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