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회장 유별난 ‘사위 사랑’…아들들은 바짝 긴장
그룹 경영권 승계 변수로 급부상 “이변 일어날까”
모그룹 A회장과 모기업 B사장 일가간 미묘한 기류가 흐르고 있다. 한쪽이 ‘잘 차려진 밥상에 숟가락 얹을’ 움직임을 보이자 다른 한쪽이 ‘다 된 밥에 재 뿌릴까’ 바짝 긴장하는 모양새다. 전혀 무관할 것 같은 두 회사는 어떤 인연이 있을까. 또 무슨 이유로 긴장된 분위기가 흐르는 것일까. 그 말 못할 속사정으로 들어가 봤다.
A회장이 오너로 있는 모그룹 지주회사는 최근 주요주주들의 소유주식 변동을 공시했다. 미성년자에서 20대 초반인 오너 3세들이 장내 매수를 통해 거의 동시에 주식을 사들였다는 내용이다. 이 공시는 워낙 적은 매입 금액과 지분율 변동이라 언론 등에서 별다른 언급 없이 조용히 지나갔다.
하지만 A회장의 손자·손녀들의 미세한 지분 변화에서 눈에 띄는 인물들이 있었다. 바로 B사장의 자녀들이다. B사장의 자녀들은 나이가 비슷한 A회장의 3세들과 함께 지분을 늘려왔는데 모두 지분율이 별반 차이가 없다.
보이지 않는 기싸움
재계 일각에선 이를 두고 양쪽 집안의 미묘한 기류를 엿볼 수 있는 단면 중 하나란 의견이 나오고 있다.
B사장은 A회장의 사위다. B사장의 부친과 A회장이 자주 만나는 등 평소 호형호제하는 사이로 이런 친분이 훗날 사돈으로 이어졌다고 한다. 두 사람의 진한 우정은 ‘사위 사랑’으로 다시 이어졌다.
A회장은 B사장의 부친이 세상을 떠난 이후 B사장을 ‘아들 같은’ 사위로 대했다. ‘백년손님’이란 꼬리표를 찾아볼 수 없을 정도로 장인의 사랑을 듬뿍 받고 있는 B사장도 시간이 날 때마다 A회장을 찾아 서로 경영 자문을 주고받는 등 부자지간 이상의 정을 나누고 있다는 후문이다. B사장은 존경하는 인물로 부친과 함께 A회장을 꼽는다.
재계 관계자는 “집안이 어수선한 재계 인사들은 A회장과 B사장의 돈독한 관계를 부러워 한다”며 “두 집안이 원래 친분도 있지만 B사장이 이른 나이에 물려받은 사업에서 놀라운 경영수완을 발휘하고 있는 점에서 A회장의 신임을 얻고 있다”고 말했다.
A회장의 아들들은 바짝 긴장하는 눈치다. B사장이 처갓집 사업에 전혀 관여하지 않지만 부친이 믿고 의지한다는 점에서다.
특히 경영권을 물려받기 위해 각축전을 벌이고 있는 상황에서 ‘아들보다 사위가 낫다’는 평가를 받는 집안의 아들들로선 기분 나쁠 수밖에 없다. 일부에선 A사장의 그룹 경영 참여가 조심스레 점쳐지고 있는 가운데 그룹 경영권을 놓고 아들들과 사위간 보이지 않는 기싸움이 치열하다는 뒷말도 나오고 있다.
A회장의 아들들은 당장 경영권 승계가 눈앞이지만 자질 검증 등 아직 장애물이 산적하다. 한마디로 확실한 뭔가를 보여주지 못하고 있다는 얘기다. 그나마 쌓은 실력도 구설수 등 주위의 곱지 않은 시선으로 무너지기 일쑤였다. 이런 와중에 B사장에 대한 A회장의 사랑은 여간 신경 쓰이는 일이 아닐 수 없다.
더구나 재계의 전체적인 분위기는 갈수록 아들만 따지는 유교적 전통이 사라지는 추세다. 기존엔 장자 우선으로 경영권 승계가 이뤄졌지만 이제 더 이상 이 공식이 통하지 않는 실정이다. 아들을 제치고 딸이 가업을 물려받는가 하면 사위들이 대권을 차지하는 대물림이 비일비재하다.
자신의 존재감을 크게 부각시키지 않으면서 조금씩 영역을 넓혀가는 재벌가 사위들도 적지 않다. 핵심 요직에 등용된 이들은 혼사를 통한 무임승차가 아닌 실력과 노력으로 오너일가 2∼3세 못지않은 지위와 권력을 누리며 이른바 ‘처갓집 나와바리’에서 맹활약 중이다.
그러나 A회장의 그룹과 B사장의 기업 측은 양쪽 집안 관계에 아무런 문제가 없다고 일축했다. 그룹 경영권도 사위가 아닌 아들 중 한 명이 물려받을 것이란 데 의견을 모았다.
“무임승차 없다” 일축
A회장의 그룹 관계자는 “이미 아들들이 지배권을 강화한 상태로 경영권 승계에 이변은 없을 것”이라며 “A회장과 B사장이 서로 각별한 것은 맞지만 경영권과는 무관하다”고 잘라 말했다.
실제 A회장 일가는 대대로 장자승계 원칙을 고수하는 집안이다. 전통적으로 딸들은 물론 사위들을 경영에서 배제해 온 것. A회장은 일찌감치 아들들을 중심으로 2세 경영의 틀을 잡았고, 현재 A회장이 한 발 물려선 자리에 형제들이 각자 한몫씩 꿰차고 있다.
B사장의 기업 관계자도 “B사장은 처갓집 회사 지분이 없는 등 A회장의 그룹과 전혀 상관이 없다”며 “다만 자녀들이 지분을 일부 갖고 있지만 이 역시 A회장의 친인척 차원에서 배정받은 것뿐이지 별다른 의미는 없다”고 선을 그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