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 넘은' 월드컵 카드사 '마케팅 실태'

2014.06.20 19:18:12 호수 0호

“골 수 맞히면 현금” 복권이 따로 없네∼

[일요시사=경제2팀] 박효선 기자 = 카드3사(KB국민, NH농협, 롯데)의 개인정보유출 사건에 이어 세월호 침몰 여파로 카드소비가 급격히 줄어들었다. 그래서인지 카드사들은 브라질월드컵을 유난히 반기는 모습이다. 월드컵은 신용카드업계의 우울한 분위기를 반전시킬 결정적 카드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신한카드, 삼성카드 등 카드사들은 월드컵이라는 명목으로 캐시백과 고가 경품 등의 ‘미끼’를 내걸어 소비자의 관심을 끌어내고 있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카드사들의 지나친 물량공세 이벤트가 과소비를 조장하고, 시장 질서를 교란시킨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지속되는 경기 불황에 침울한 사회적 분위기까지 겹쳐 소비심리가 위축됐다. 따라서 카드사들은 가파른 내리막길을 걷고 있다. 실적 악화를 떨치기 위해 카드사들은 월드컵 특수를 최대한 이용하려는 모습이다. 캐시백, 경품증정 등 물량공세 이벤트로 소비자의 지갑을 열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다.

과소비 조장

여신금융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신용카드 승인금액은 39조9300억원으로 전년 같은 달과 비교했을 때 0.4%(1400억원) 증가하는 데 그쳤다. 정부의 소득공제 혜택에 힘입은 체크카드가 21%의 증가율을 보인 것과 대조적이다. 지난해 카드승인금액 증가율은 전년 대비 4.7%(24조2700억원)였다. 여신금융협회 통계 발표(2005년) 이후 최저 증가율이다. 글로벌 금융위기로 소비가 위축됐던 2009년에도 증가율은 10.9%였다.

게다가 세월호 침몰 여파로 인한 소비심리 위축은 카드사의 매출 타격으로 이어졌다. 사고 전 주에 비해 KB국민카드는 9.5% 감소했고, 현대카드가 7.5%, 신한카드가 4.4% 각각 줄었다. 또 많은 소비자들이 1000원짜리 제품 결제에도 카드를 내밀다 보니 평균 결제금액도 떨어졌다. 올해 4월 기준 전체 카드 평균 결제금액은 4만7726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 5만2376원에 비해 약 8% 이상 줄었다. 온갖 악재가 겹치면서 카드사들은 코너에 몰린 상황이다.

그래서인지 카드사들은 브라질월드컵을 기다려온 모습이다. 월드컵 시즌을 맞이해 각종 이벤트를 내놓았다. 하지만 비자카드를 제외한 대부분의 카드사들은 FIFA가 주관하는 월드컵 공식 파트너가 아니다. 따라서 직접적으로 ‘월드컵’이라는 단어를 쓸 수 없다.


그렇다고 최고의 마케팅 기회를 놓칠 카드사들이 아니다. 카드사들은 우회적인 홍보 전략으로 규제를 교묘히 피해 이벤트를 진행하고 있다. 캐시백과 경품증정 등의 이벤트를 내걸어 카드이용액 증가 효과를 노리고 있다.

특히 캐시백 증정 마케팅이 성행하고 있다. 우리나라 대표팀의 골 수를 맞히거나 골을 넣은 선수를 맞히면 사용한 금액을 현금화해 주는 것이다. 대표팀이 4강까지 가면 카드 사용금액 전액을 캐시백해주는 이벤트도 진행하고 있다. 거의 불가능한 조건을 내걸어서라도 카드이용액을 늘리려는 전략으로 풀이된다.

신한카드는 월드컵 기간 동안 공식 후원사인 비자카드와 손잡고 신한비자카드 고객을 대상으로 간접 마케팅에 나섰다.

신한카드는 신한비자카드 가입자를 대상으로 경기에서 골을 넣는 선수를 맞힌 고객에게 총 3000만원 내 캐시백을 제공하기로 했다. 조별리그 경기에서 골을 넣는 선수를 맞추는 이벤트다. 이 카드를 사용한 고객은 최대 19번까지 투표할 수 있다.

예컨대 A, B, C 선수 중 A와 C 선수가 골을 기록한 경우, A 3회, B 2회, C 1회 등 총 6번을 응모한 고객은 4번의 캐시백 기회를 갖게 된다. A에만 총 6번을 응모한 고객은 6번의 캐시백 기회를 가질 수 있다. 행사기간 중 총 5000명의 고객이 골을 넣은 선수를 맞힌 횟수가 1만회라고 가정하면 맞춘 횟수 당 캐시백 금액은 3000원(3000만원/1만회)이 되고, 해당 고객은 4번을 맞춰 1만2000원을 캐시백을 받게 된다. 6번을 맞춘 고객은 1만8000원을 캐시백 받는 방식이다.

또 행사 기간 동안 총 214명을 추첨해 30만원 이상 사용한 고객 중에서 46인치 LED TV(4명), SONY 카메라(10명) 등의 사은품을 제공한다. 아울러 이달 말까지 신한비자카드로 100만원 이상 결제한 고객에게는 한국이 16강에 진출하면 1만6000원을 캐시백해 준다.

캐시백·경품 '미끼'로 카드고객 늘리기
악재 겹친 카드사들 월드컵으로 위기 돌파?

다른 카드사들은 직접적으로 월드컵을 언급하지 않으면서 축제 분위기에 편승하는 ‘앰부시 마케팅’을 펼쳤다. KB국민카드는 대표팀이 4강 진출 시 응모자 중 200명에게 이용액의 100%를 캐시백 해준다. 8강 진출 시에는 50%, 16강 진출 시에는 25%를 돌려준다.

삼성카드는 대표팀 전체 골 수와 16강, 8강 진출 여부에 따라 포인트를 적립해주는 이벤트를 벌인다. 홈페이지를 통해 참여한 고객 중 1000명을 추첨해 대표팀이 행사 기간 기록한 골 수 및 16강, 8강 진출에 따라 서비스 포인트를 적립해준다.

하지만 이 같은 카드사들의 지나친 캐시백 제공, 고가 경품 마케팅은 소비자들의 과소비를 조장한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게다가 이러한 신용카드 이벤트는 금융당국 관리․감독의 ‘사각지대’다. 카드사 이벤트에 대한 규제나 관리는 사실상 전무하다시피하기 때문이다. 업계 및 소비자단체는 카드사들의 과소비를 조장하는 이벤트는 금융당국의 관리․감독을 받아야 한다고 지적했다.


금융소비자연맹 관계자는 “월드컵 특수를 이용하는 것 자체가 문제는 아니지만 건전한 소비문화를 조성해야 하는 금융사의 이벤트는 당국의 관리 감독이 필요하다”며 “특히 카드사들은 이벤트를 통해 과소비를 조장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 관계자는 “카드사들은 혜택을 주는 척 조건을 달아 카드 이용액을 늘리려는 전략을 쓰고 있다”이라며 “일부 소비자들은 이러한 이벤트에 유혹돼 미리 카드를 과하게 이용하고, 당첨만을 바랄 수 있어 분명히 이벤트가 끝난 후에는 부작용이 있을 것”이라고 꼬집었다.

뭐가 문제?

하지만 카드사들은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이벤트로 인한 과소비 조장은 확대해석이라며 강력 반박했다. 신한카드 관계자는 “카드를 이용하는 고객들에게 기회를 제공하고자 마련한 이벤트일 뿐”이라며 “경품 제공자가 많은 것도 아니고, 사행성을 조장하려는 의도는 전혀 없다”고 잘라 말했다.

 

<dklo216@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외환은행 노조 vs 하나금융, 김정태 하나금융 회장 고발

외환은행 노동조합과 하나금융지주 사이 갈등의 골이 깊어지고 있다. 외환은행 노조는 하나금융지주와 김정태 하나금융 회장을 17일 검찰에 고발했다.

하나금융지주가 외환은행 직원들에게 그룹비전 교육을 강요하는 과정에서 직원 동의 없이 개인정보를 교육 위탁업체 한화에스앤씨에 무단 제공했다는 이유에서다. 노조에 따르면 하나금융지주가 한화에스앤씨에 제공한 외환은행 직원들의 정보는 이름, 회사, 부서, 직책, 사원번호 등이다.

노조는 하나금융지주가 그룹비전 교육에 외환은행 직원들을 참여시키는 과정에서 개인정보보호법 제 17조를 위반했다고 주장했다. 외환은행은 직원들로부터 본인이 연수를 신청한 기관에 한해 정보를 제공할 수 있다는 내용의 정보제공 동의서를 받았다.

그러나 이번 경우는 직원이 신청한 연수가 아니기 때문에 직원 개인의 사전 동의 없이는 정보제공을 할 수 없다는 것이 노조의 설명이다. <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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