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시사=경제1팀] 총체적 불황 속에서도 유독 잘 나가는 ‘절대 강자’가 있다. 막강 브랜드를 앞세운 기업들이다. 기업 수익과 직결되는 브랜드 경쟁력으로 확보한 아성은 어느 누구도 무너뜨릴 수 없을 만큼 견고하다. 하지만 ‘1등 브랜드’에도 숨기고 싶은 비밀이 분명 존재한다. 소비자 눈을 가린 ‘구멍’이 그것이다.
<일요시사>는 대한민국 산업의 발전 방향 모색과 소비자들의 정당한 권리 차원에서 히트상품의 허점과 맹점, 그리고 전문가 및 업계 우려 등을 연속시리즈로 파헤쳐 보기로 했다.
국내 커피전문점 시장은 지금 ‘전쟁’중이다. ‘No.1’자리를 놓고 외국브랜드들과 토종브랜드들이 뒤엉켜 박빙의 승부를 펼치고 있다. 현재 우리나라 전체 커피시장은 약 2조원 규모로 추산된다. 이 가운데 커피전문점 시장은 5000억원 정도로 그 비중이 갈수록 확대되는 추세다. 국내에서 영업 중인 브랜드 커피전문점만 10여 개다. 이들 업체가 전국에서 운영 중인 점포수는 1400여 개에 이른다. 스타벅스, 커피빈 등 외국브랜드가 50% 넘게 점유하고 있으며, 나머지는 할리스, 엔제리너스 등 토종브랜드들이 불꽃 튀는 각축전을 벌이고 있다.
5천억 시장 놓고
10여 개 업체 경쟁
여기에 단일 또는 영세 브랜드까지 합하면 이를 훨씬 넘어선다. 또 패스트푸드와 베이커리, 도넛전문점 등에서 커피를 팔고 있어 사실상 통계수치 산정이 어렵다. 커피업계 관계자 “지난 몇난간 국내 커피전문점 시장에 뛰어든 대기업 등 여러 업체들이 그동안 독주한 스타벅스의 턱밑까지 바짝 따라붙으면서 주도권 경쟁이 본격화되고 있다”며 “그래도 지난해까진 스타벅스가 각종 수치상 1위 자리를 놓치지 않았지만 올해는 장담할 수 없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커피 전쟁’은 기존 외국브랜드 스타벅스와 커피빈의 ‘2강’구도에서 토종브랜드 엔제리너스와 할리스가 가세해 ‘4강’구도로 재편, 뜨거운 접전 중이다. 4개의 업체들은 품질, 가격, 서비스, 사회공헌, 친환경, 지역상생 등 각자 차별화 전략으로 소비자를 유혹하고 있다. 특히 이들 업체는 경쟁적으로 늘린 매출과 점포수를 대외에 알리는 데 열을 올리고 있다. 언론 등을 통해 ‘우리 업체의 매출과 점포가 이만큼이니 업계 ○위다’라고 홍보하는 식이다.
외국·토종브랜드 뒤엉켜 박빙의 승부 ‘2위 싸움’치열
커피빈, 엔제리너스, 할리스 각축…“가맹점 빼야”지적
매출과 매장수 1위는 단연 스타벅스다. 스타벅스는 1999년 1호점이 이화여대 앞에 문을 연 이래 2004년 100호점, 2007년 200호점을 돌파한 뒤 지난해 310개로 매장이 늘었다. 2000년 86억원이던 매출액은 2005년 1000억원을 넘더니 2008년 전년(1343억원) 대비 27% 상승한 1710억원을 기록했다. 지난해엔 2000억원의 매출을 올렸다. 2위 싸움은 치열하다. 커피빈, 엔제리너스, 할리스 3사가 엎치락뒤치락하고 있는 상태다.
우선 커피빈은 지난해 말 기준 매장 187개를 운영 중이다. 매출은 1200억원(추정)을 올렸다. 엔제리너스는 매장 235개에 매출 900억원을, 할리스는 매장 218개에 매출 870억원을 기록했다. 결국 매출로 보면 1위 스타벅스, 2위 커피빈, 3위 엔제리너스, 4위 할리스 순이다. 그러나 매장수는 엔제리너스와 할리스가 커피빈보다 많은 탓에 2위 엔제리너스, 3위 할리스, 4위 커피빈으로 순위가 바뀐다.
문제는 매장의 성격이다. 직영점과 가맹점으로 구분, 매출을 산정해야 한다는 게 일부 업체들의 불만이자 주장이다. 스타벅스, 커피빈의 매장은 모두 직영점으로 운영되고 있다. 점포의 영업효율을 높이고 고객 서비스의 질적 향상을 위해 직영체제를 고수하고 있다.
반면 엔제리너스와 할리스는 일찌감치 다점포를 노린 가맹사업(프랜차이즈업)을 시작했다. 이는 두 업체가 단기간에 규모를 크게 늘린 비결이기도 하다. 프랜차이즈업은 직영점과 가맹점으로 나뉜다. 직영점은 본사가 자본, 인력, 재료 등을 직접 운영·관리하는 시스템이다. 당연히 직영점의 매출은 본사로 귀속된다.
세금은 본사 수입
홍보는 전체 실적
이에 비해 가맹점은 본사와 계약을 맺은 개인이 사업자권을 갖는다. 본사는 가맹점을 각자의 ‘독립채산제’로 인정하고 있다. 따라서 본사와 가맹점의 매출은 전혀 별개다. 대부분의 본사는 가맹점으로부터 재료비, 신규가맹비, 로열티, 인테리어 비용 등의 명목으로 거둬들인 부가수입을 매출로 신고한다. 본사는 이를 근거로 각종 세금을 납부하고 있다.
하지만 다수의 프랜차이즈 업체들이 독자적인 가맹점의 매상을 본사의 실적으로 잡는 실정이다. 일부는 ‘예비 사장님’들을 끌어 모으기 위해 실적을 부풀리기도 한다. 일반적으로 발생하는 본사의 허위·과장광고 유형도 매출 부풀리기다. 준비되지 않은 창업 희망자로선 업계의 고질병인 ‘감언이설’에 쉽게 현혹될 수밖에 없다.
한 커피전문점 임원은 “본사 매출과 가맹점 매출은 엄연히 따로 분리해야 하지만 대부분 업체가 외형을 커 보이기 위해 가맹점의 매상까지 전부 본사의 실적인 것처럼 공개하고 있다”며 “직영점과 가맹점을 명확히 구분하면 업체별로 점포 숫자는 물론 매출도 상당히 차이가 벌어질 것”이라고 지적했다.
실제 순수 본사 매출만 따지면 커피전문점 시장 판도는 달라진다. 할리스와 엔제리너스가 스타벅스, 커피빈과 비교할 수 없을 만큼 떨어지는 것이다. 이런 이유로 가맹점을 운영하는 할리스와 엔제리너스 측은 본사 매출 확인을 거부하거나 노출을 꺼려했다.
할리스 홍보대행사 측은 “가맹점을 포함한 전체 재무 상황은 공개할 수 있어도 본사 매출은 회사 기밀로 관련 자료를 일체 알려줄 수 없다”며 “어차피 가맹점도 본사의 관리를 받기 때문에 같은 ‘몸통’으로 봐야 한다”고 했다.
본사 실적만 따지면 4∼8배 벌어져
할리스·엔제리너스, 매출 확인 거부
엔제리너스 관계자도 “본사 실적만 따로 집계한 자료가 없을 뿐더러 회사 방침상 공개가 불가능하다”며 “굳이 분류할 필요도 없고 별로 중요한 것 같지 않다”고 잘라 말했다. 하지만 2008년 말 기준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와 대한상공회의소 기업정보, 공정거래위원회 정보공개서 등을 보면 본사 매출을 어느 정도 확인할 수 있다.
이에 따르면 할리스 179개 매장 중 직영점은 15개에 불과하다. 나머지 164개는 가맹점이다. 할리스가 정보공개서에서 밝힌 직영점 수익과 가맹점에서 거둬들인 사업비 등 본사 매출은 225억원이다. 같은 기간 스타벅스와 커피빈 본사의 매출은 각각 1710억원, 918억원이다. 할리스와 비교하면 4∼8배가량 차이가 벌어지는 셈이다. 할리스 매장은 지난해 직영점 19개, 가맹점 199개로 늘어났다.
엔제리너스의 경우 정확한 확인이 어렵다. 정보공개서 등 각종 공시 자료에 재무정보를 밝히지 않았기 때문이다. 엔제리너스 실적은 본사인 롯데리아 전체 매출에 포함돼 있다. 엔제리너스 외에도 패스트푸드점 롯데리아를 비롯해 코리아세븐, 롯데브랑제리, 나뚜루 등 다양한 프랜차이즈사업을 쥐고 있는 롯데리아는 이들 사업의 매출을 합산한 총액을 공개하고 있다.
다만 엔제리너스 직영점과 가맹점 현황만 알 수 있는데, 2008년 가맹점 96개와 직영점 48개에서 지난해 각각 185개, 50개로 늘어났다. 1년 새 직영점이 2개 증가할 때 가맹점은 2배 가까이 불어난 것이다. 일각에선 이를 두고 싸늘한 시선을 보내고 있다. 그도 그럴 것이 정부는 지난해 8월부터 당시 개정된 가맹사업법에 따라 회사의 정보등록을 의무화했다. 창업자들의 피해를 예방하고 업체들의 경영 투명성을 높이기 위해서다.
“방침상 공개 불가”
내부사정 노출 꺼려
정보공개서엔 재무제표, 가맹점 해지율, 직영점 현황, 초기 창업비용 등 창업 희망자가 사업 타당성을 검토하는 데 꼭 필요한 내용들이 담겼다. 정보공개서를 등록하지 않고 가맹점을 모집하는 경우 2년 이하의 징역이나 5000만원 이하의 벌금을 물게 된다. 만약 본사가 허위·과장정보를 제공하면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1억5000만원 이하의 벌금을 받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