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계뒷담화> ‘무보수’ 정몽규 현대산업개발 회장의 노림수

2014.06.02 11:25:37 호수 0호

받을 거 다 받고 이제 와서…

[일요시사=경제1팀] 김성수 기자 = 대기업 회장이 ‘무보수 경영’을 선언했다. 앞으로 연봉(월급)을 받지 않겠단다. 한두 푼도 아니고 수십억원을 포기한 것이다. 대단한 결심이 아닐 수 없다. 그런데 짚고 넘어갈 게 있다. 왜 그랬냐는 의문이다. 그렇고 그런 뻔한 이유 말고 분명 다른 진짜 이유가 있지 않을까.
 


정몽규 현대산업개발 회장이 변했다. 갑자기 ‘무보수 경영’을 선언했다. 정 회장은 최근 전 임직원에게 보낸 이메일에서 “지난해 실적 악화에 대한 책임을 통감하고 저부터 변하겠다는 굳은 의지로 보수를 회사에 반납하겠다”고 밝혔다. 
 
회사는 초상집
 
현대산업개발 대표이사를 맡고 있는 정 회장은 왜 무보수를 결정한 것일까. 일단 표면적으론 실적 악화가 주된 이유다.
 
현대산업개발은 지난해 ‘어닝 쇼크’를 겪었다. 장기 미착공 프로젝트파이낸싱(PF) 사업지의 손실이 반영되면서 2000억원이 넘는 적자를 냈다. 매출은 2012년 2조2073억원에서 지난해 2조8771억원으로 늘었다. 하지만 영업이익은 664억원에서 -2039억원으로, 순이익은 98억원에서 -2107억원으로 적자 전환됐다.
 
올해 들어서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지난 1분기(1∼3월) 다시 흑자전환에 성공, 한숨을 돌린 것처럼 보인다. 그러나 그 속을 들여다보면 마냥 안심할 수 없는 처지다. 현대산업개발은 지난달 15일 227억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해 흑자로 전환했다고 공시했다. 다만 지난해 같은 기간(292억원)에 비해 22.1% 감소했다. 순이익도 35억원을 냈으나 전년 동기(39억원) 대비 10.1% 줄었다.
 

현대산업개발은 지난달 12일 재무구조 개선약정 체결 대상으로 새롭게 지정됐다. 그만큼 재무상태가 좋지 않다는 것이다. “부실 우려가 있다”는 판정을 받은 현대산업개발은 앞으로 주채권은행과 재무구조를 개선하기 위해 협의해야 한다. 만약 상황이 좋아지지 않으면 채권단 간섭이 더 심한 자율협약이나 워크아웃 단계로 갈 수도 있다.
 
정 회장은 이런 상황에서 새로운 도약을 위한 변화의 계기로 ‘무보수 카드’를 꺼낸 것으로 보인다. 임직원에게 보낸 경고성 시그널이란 해석도 있다. 정 회장은 “경쟁력과 기업의 가치를 높이는 코스트 혁신부터 시작해야 한다”며 “발상의 전환과 과감한 체질개선을 통해 밸류 엔지니어링을 실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 회장의 무보수는 실적 악화와 함께 연봉 공개도 그 이유로 꼽힌다. 자본시장법 개정에 따라 올해부터 5억원 이상의 보수를 받는 등기임원의 개별 연봉이 공개되고 있다. 연봉 공개 이후 여론을 의식한 ‘회장님’들은 속속 무보수 경영을 선언하고 있다.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은 일찌감치 그랬고, 최태원 SK그룹 회장과 허창수 GS그룹 회장이 그랬다.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 박삼구 금호아시아나그룹 회장 등도 급여를 포기했다.
 
정 회장의 경우 유독 말들이 많았다. 회사가 적자를 냈는데 거액의 연봉을 받아서다. 너무 많지 않냐는 지적이었다. 하물며 다른 계열사에서 월급을 챙기기도 했다. 정 회장은 지난해 현대산업개발에서 15억6200만원의 연봉을 받았다. 현대산업개발은 살림이 어려워졌는데 정작 오너인 정 회장이 고액 연봉을 받는 것이 알려지면서 비판의 목소리가 적지 않았다.
 
“보수 반납”결정…실적 악화가 배경
회사 적자에도 거액 연봉 받아 논란
두둑한 배당도…3년간 130억원 챙겨
 
뿐만 아니라 정 회장은 현대EP에서도 7억4100만원을 받아 총 23억원을 챙긴 것으로 나타났다. 공개하지 않은 다른 계열사들의 보수까지 합치면 금액은 더 올라간다. 정 회장은 현대산업개발 대표이사를 비롯해 현대EP·아이서비스·아이파크스포츠·아이콘트롤스·아이앤콘스·호텔아이파크 이사와 에이치디씨자산운용 감사를 겸임하고 있다.
 
사실 정 회장이 욕먹는 이유는 따로 있다. 바로 배당 때문이다. 정 회장은 23억원의 연봉도 모자라 두둑한 배당까지 챙겼다.
 
현대산업개발은 지난해 적자에도 주당 50원씩 총 37억원을 주주들에게 배당했다. 이중 5억1400만원이 정 회장(13.63%)의 주머니로 들어갔다. 현대산업개발은 2011년과 2012년 각각 511억원, 147억원을 배당한 바 있다. 당시 정 회장은 72억원, 21억원 등 93억원을 가져갔다. 최근 3년간 100억원에 달하는 배당금을 챙긴 셈이다.
 

정 회장은 현대산업개발 외에 다른 계열사에서도 짭짤한 배당금을 받았다. 아이서비스는 지난해 주당 1250원씩 총 18억원을 배당했다. 앞서 2011년과 2012년엔 각각 18억원, 28억원을 풀었다. 아이콘트롤스는 ▲2011년 8억원 ▲2012년 17억원 ▲지난해 11억원을, 아이앤콘스는 ▲2012년 50억원 ▲지난해 19억원을 지급했다.
 
정 회장은 아이서비스(10.61%)와 아이콘트롤스(51.08%), 아이앤콘스(4.79%)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이에 따라 정 회장은 최근 3년 동안 이들 세 회사에서 배당금으로 각각 7억원, 19억원, 3억원 등 총 30억원에 이르는 돈을 받았다.

오너는 잔칫집
 
시민단체 관계자는 “최근 경영 악화와 연봉 공개 등이 맞물리면서 무보수를 선언하는 총수들이 늘고 있다”며 “오너들은 연봉을 포기하는 대신 막대한 배당을 받고 있어 무보수 선언은 상징적일 뿐 사실상 큰 의미가 없다”고 지적했다.
 
<kimss@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두산 장남 ‘콘돔 사업’ 왜?
 
박용만 두산그룹 회장의 장남이 콘돔 사업을 시작한다. 빅앤트인터내셔널은 지난달 29일 ‘바른생각’이란 브랜드로 6월부터 콘돔 판매에 들어간다고 밝혔다. 콘돔 판매 수익금은 성(性)과 관련한 사업 후원 기금으로 사용된다. 또 청소년을 위한 성교육 콘텐츠 제작에도 투자할 계획이다.
 
빅앤트는 “미혼모를 방지하기 위한 사회공헌사업으로 수익금은 공익적인 목적에 사용할 예정”이라며 “우선 전국 GS편의점을 통해 판매를 시작한 뒤 약국, CU, 세븐일레븐 등으로 판매망을 확대해 나갈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빅앤트는 박 회장의 장남 서원씨가 대표를 맡고 있는 광고회사다. 서원씨는 세계 광고인들의 등용문인 ‘뉴욕 스쿨 오브 비주얼 아트’출신으로 2006년 빅앤트를 설립했다. 2009년 반전을 테마로 한 광고 작품으로 5개 주요 국제 광고제를 석권하는 등 화려한 수상 경력을 갖고 있다.
 

서원씨는 “늘어나는 미혼모를 보면서 콘돔과 피임약 사용을 보편화하는 것이 하나의 대책이 될 수 있다고 생각했다”며 “콘돔에 대한 부정적인 생각을 없애고 청소년들도 콘돔을 구입하는 것을 부끄럽지 않게 여기는 사회분위기를 조성하는 것이 이번 사업의 취지”라고 말했다. <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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