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첨단 찌라시’ 배달앱 '허와 실'

2014.04.21 11:10:22 호수 0호

무늬만 스마트…일일이 “중국집이죠?”

[일요시사=사회팀] 이광호 기자 = 이른바 '찌라시(홍보전단지)'로 음식을 주문하는 시대는 갔다. 이제는 스마트폰 앱을 통해 원하는 음식을 배달 받는다. 주문·결제가 간편해 많은 이들이 사용하고 있다. 그런데 우리가 생각하는 주문 방식과는 달랐다. 알고 보니 앱을 통해 음식을 주문하면, 앱 업체 직원이 주문 내용을 확인한 뒤 해당 음식점으로 전화를 거는 시스템이었던 것. 직접 주문보다 시간이 오래 걸리는 등 스마트 앱의 이면에는 아날로그 방식이 고스란히 남아 있었다.

 


스마트폰 이용자라면 한 번 쯤은 배달앱에 대해 들어봤을 것이다. 그만큼 배달앱은 우리 생활과 밀접해 있다. 현재 위치를 기준으로 주변 음식점들을 안내해주니 인기가 많을 수밖에 없다. 특히나 젋은이들 사이에서 큰 인기를 끌고 있다. 그런데 이 앱을 통해 황당한 일을 겪은 사람들의 사례가 전해지면서 배달 앱의 실체가 드러났다. 
 
10만 업소 등록
 
배달앱은 이미 1000만 다운로드를 돌파했고 등록 업소도 10만 곳이 넘는다. 하루 평균 주문량도 10만 건에 이른다고 한다. 이 같은 이유는 배달앱이 근처 배달 음식점 메뉴는 물론 이미 주문해 본 사람들의 사진과 별점, 리뷰까지 공개되면서 배달 마니아들의 필수아이템으로 자리 잡았기 때문. 이 앱의 장점은 ‘바로결제’에 있다. 친구와 메시지를 나누듯이 간편하게 주문할 수 있기 때문이다. 더불어 주문으로 포인트도 쌓고, 할인도 받을 수 있다. 결제 방법도 포인트, 쿠폰, 휴대폰 결제, 체크카드, 신용카드 등으로 다양하다.
 
어플 이용 방법은 간단하다. 먼저 업소 목록에서 바로결제 버튼이 있는 업소를 누르면 업소 정보로 이동한다. 그리고 메뉴와 가격이 나온다. 장바구니에 담긴 메뉴를 결제하면 된다. 그런데 배달앱 홈페이지에 ‘자주 묻는 질문’ 페이지를 보면 이 앱의 맹점이 드러난다. 주문한 내용이 배달된 음식이랑 다르다는 것. 
 
대학생 A(22)씨는 친구들과 치킨, 피자 등 배달음식을 시킬 때마다 스마트폰의 배달앱을 애용했다. 종류별로 잘 정리돼 있는 메뉴와 이용자들의 평점이 마음에 들었다. 출출할 때면 어김없이 앱을 실행시켰다. 주변 맛집을 빠르게 검색할 수 있고, 클릭 한 번으로 결제가 가능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앱을 꾸준히 사용하다보면 나중에는 포인트도 쌓이고 할인도 받을 수 있어 일석이조라는 것.
 

그런데 직접 주문보다 배달이 느리다는 단점이 있었다. 배달이 늦을 때면, 바쁜 줄 알고 그러려니 했었다. 그런데 어느 날, 앱으로 피자를 주문한 뒤 모르는 번호로 전화가 왔다. “저기요. 피자집이 없어졌는지 전화를 안 받네요. 다른 데로 다시 주문해주세요.” A씨는 황당했다. 누군가 중간에서 다시 주문을 하고 있었다는 것을 알아챘다. 앱에 대한 의구심을 품을 수밖에 없었다. 
 
직장인 B(32)씨도 이와 비슷한 경험을 겪었다. 싱글인 B씨는 평소 배달을 달고 살았었다. 특히 퇴근 후 저녁은 무조건 배달 음식이었다. 한식, 중식, 분식, 치킨, 피자 등 골고루 시켜먹는 재미가 있었다. 문제는 볶음밥이 짬뽕으로 배달되는 등 황당한 일이 발생한 것이다. 도대체 어떻게 된 일일까.
 
배달이 잘못됐다는 주문자의 항의에 배달자는 사실을 토로했다. 한 음식점 직원에 따르면 배달앱 시스템은 음식을 주문하면 앱 업체 직원이 단말기에 뜬 주문 내용을 확인하고 해당 음식점으로 전화를 걸어 재주문하는 방식이다. 즉 이 과정에서 주문이 누락되거나 잘못 입력될 수도 있다는 것이다. 
 
음식 주문·결제 간편…1000만 다운로드
고객이 고르면 업체가 다시 식당에 전화
 
앱 업체에 확인해본 결과 재주문 방식은 사실이었다. 실제로 업계 선두인 ‘배달의 민족’과 독일계 서비스인 ‘요기요’ 등이 이 같은 전화 재주문 방식을 쓰고 있었다. 주문자가 치킨을 주문하고 앱 상에서 카드 결제를 하면, 앱 측에서 이를 확인하고 해당 치킨집에 전화를 걸어 “효자동 ○○번지 핫양념치킨 한 마리요”라고 대신 주문을 넣는 방식이었다. 대부분의 앱 이용자들은 이런 시스템을 상상하지 못했을 것이다. 매우 아날로그적인 접근이기 때문이다. 
 
이처럼 두 번의 주문이 이뤄지다 보니 직접 전화로 주문하는 것보다 시간이 오래 걸릴 수밖에 없다. 또한 밀려든 주문에 실수로 메뉴 혹은 배달 장소가 바뀌는 경우도 다반사라는 것이다.
 
이용자가 많기 때문에 소비자 불만도 많은 상태다. 스마트폰 이용률 1위라는 배달앱의 이면에는 신속, 정확보단 수동적인 방식이 자리 잡고 있었다. 
 
시급한 문제는 ‘주문 알림 단말기’의 보급화다. 앱을 통한 원스톱 주문이 가능하려면 대도시부터 시골 촌구석까지 무려 10만개가 넘는 배달음식점에 주문 알림 단말기를 설치해야 하는데, 현실적으로 어려운 문제라는 지적이 나온다.
 
사실 앱 측에서 음식점 주인의 휴대전화에 문자를 보내 알리는 방법도 있지만, 이는 주문이 제대로 전달됐는지 확인하기가 어려워 여전히 전화로 재주문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배달앱은 스마트폰을 통해 보편화됐지만, 그에 맞는 배달 시스템은 아직 스마트하지 못한 게 현실이다.
 

잘못 배달 허다
 
업주들은 배달앱이 뜨거운 감자라고 입을 모은다. 앱 이용자가 많은 만큼 광고효과가 크다는 건 사실이다. 찌라시를 돌리며 홍보하는 것보다 배달앱에 등록하는 것이 매출신장을 위해 좋다는 것이다. 반면 카드결제, 그리고 수수료와 부가가치세를 생각하면 마냥 기쁘지만은 않다고 한다.
 
그래서 몇몇 업주는 배달 시 주문자에게 “다음에는 앱이 아닌, 직접 전화로 주문해주시면 더 잘 해드리겠다”고 말하기도 한다고 한다. 그러나 앱을 통한 포인트를 생각하면 직접 주문보단 앱 주문이 낫다는 게 일반적인 견해다.
 
그렇지만 포인트나 할인쿠폰을 썼다가 낭패를 보는 경우도 있다고 전해진다. 앱을 통해 쌓은 포인트로 결제할 시 배달되는 음식의 양이 평소의 양과 확연히 적은 모습이라는 것이다. 일각에서는 앱을 통해 업소 번호만 참고해 직접 주문하는 것이 현명하다고 말한다.
 
한 배달앱 관계자는 “음식점 업주들이 앱을 이용하면 홍보 효과가 높다”며 “그 대신 12.5%의 수수료를 받는다”고 말했다. 여기에 부가가치세는 별도라고 덧붙이기도 했다. 
 
 
<khlee@ilyosisa.co.kr>
저작권자 ©일요시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설문조사

진행중인 설문 항목이 없습니다.


Copyright ©일요시사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