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시사=정치팀] 6·4지방선거가 2개월도 채 남지 않은 가운데 여야 정치권이 일제히 지방선거체제로 돌입했다. 여야가 각각 필승의 각오를 다지며 당의 조직과 기능을 선거 체제로 전환하고 있는 것이다. 통합야당인 새정치민주연합 출현과 새누리당의 총동원령으로 각 지역에 나서는 후보군 윤곽이 드러나며 지방선거 열기도 점점 달아오르고 있는 모양새다. 이에 <일요시사>에서는 특히 관심을 모으고 있는 주요 지역 후보군 면면과 판세를 기획연재로 독자들에게 소개할 예정이다. 7편은 야권 열세지역임에도 불구하고 새정치민주연합 소속 최문순 지사가 여권후보를 압도하고 있는 묘한 지역 '강원도'이다.
6·4지방선거가 코앞으로 다가오며 전국에서 선거열기가 고조되고 있는 가운데 강원도의 열기는 상대적으로 덜한 편이다. 강원도 내 국회의원 9명 전원이 새누리당 소속이고, 도의원 47명 중 새정치민주연합(이하 새민련) 소속은 3분의 1 수준인 15명뿐일 정도로 새로운 여권의 텃밭으로 자리 잡았지만 여권 후보군이 맥을 못 추며 최문순 현 지사가 압도적 우위를 점하고 있기 때문이다.
최문순의 맨파워
'선거는 조직이 좌우한다'는 말이 통용되는 정치판에서 지역의 국회의원, 도의원, 시장, 군수를 대부분 새누리당이 장악한 강원도는 여권에게 압도적으로 유리한 지역이다. 게다가 새누리당의 정당지지율이 새민련에 압도적으로 앞서고 있고, 박근혜 대통령의 국정수행 지지율도 60% 안팎의 고공비행을 이어가고 있다는 점도 여권의 호재다.
여론조사 전문기관 리얼미터의 지난 3월31일~4월4일 전국 성인남녀 2500명을 대상으로 한 여론조사에서 새누리당의 정당지지율은 50.0%를 기록, 새민련(33.4%)에 16.6%p 차이로 크게 앞섰다. 박 대통령의 국정수행 지지도도 60.5%p 대선 당시보다 훨씬 더 높은 상황이다(표본오차 : 95% 신뢰수준에 ±2.0%p).
하지만 차기 강원지사에 대한 여론조사 결과는 새누리당 경선후보 3인방(이광준·최흥집·정창수)이 현역 프리미엄을 앞세운 최문순 지사에게 큰 차이로 밀리는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G1 강원민방>이 여론조사 전문기관 TNS코리아에 의뢰해 지난달 16~17일 강원도민 1000명을 대상으로 여론조사를 실시한 결과, 최 지사는 37.9%의 지지율을 기록해 새누리당 경선후보인 이광준 전 춘천시장(10.8%), 최흥집 전 강원랜드 사장(8.6%), 정창수 전 인천공항공사 사장(4.3%)에게 여유있게 앞서는 것으로 조사됐다.
<YTN>이 여론조사기관 엠브레인에 의뢰해 지난 1~3일 강원도민 700명을 대상으로 여론조사를 실시한 결과도 최 지사의 압도적 우세로 나타났다. 최 지사는 이 전 시장과 맞붙을 경우를 가정한 가상대결에서 48.1% 대 31.2%로 16.9%p 차이로 앞섰다. 또 최 지사가 최 전 사장과 맞붙을 경우에는 50.4% 대 28.5%로 21.9%p 앞섰으며, 정 전 사장과 맞붙을 경우에도 50.0% 대 28.5%로 최 지사가 21.5%p 앞서는 것으로 나타났다(표본오차 : 95% 신뢰수준에 ±3.7%p).
낮은 정당지지율 불구 최문순 지사 초강세
여, 이광준·최흥집·정창수 '도토리 키재기'
지역 내 당 지지율과 별개로 최 지사의 지지율이 고공행진을 하는 이유는 여권의 인물 부재 탓이 크다는 분석이 나온다. 정치권 한 관계자는 "강원도에서 정부·여당이 높은 지지율을 보이고 있지만, 최 지사의 현역프리미엄을 꺾지 못하는 것은 정당과 인물을 불리해서 보는 강원도의 정서가 반영된 것"이라며 "타지역에 비해 파괴력 있는 여권후보가 눈에 띄지 않는 상황에서 조만간 새누리당 후보가 최종 결정이 되더라도 최 지사의 지지율을 뛰어넘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와 관련해 새누리당 황우여 대표도 최근 이번 지방선거에서 가장 고민이 깊은 지역으로 안희정 지사가 버티고 있는 충남과 함께 강원을 꼽기도 했다.
최 지사 측 역시 재선에 강한 자신감을 보이고 있다. 다만 '조직의 열세'는 분명한 만큼 도민의 가려운 곳을 잘 긁어주는 밀착형 도정으로 본선 후보 등록일까지 최대한 도정에 집중해 현재의 우세를 끝까지 이어간다는 방침이다.
최 지사 측 관계자는 "'한국매니페스토실천본부 공약평가단'이 발표한 민선 5기 시·도지사 공약이행 및 정보공개 평가에서 A등급을 받았고, 도정지지율도 70%에 육박하고 있다"며 "안팎의 도정에 대한 평가가 좋은 만큼 본선이 시작되기 전까지 도정에 집중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물론 오는 4월20일 종료되는 새누리당의 경선이 흥행할 경우 지금의 지지율은 얼마든지 요동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새누리당이 기대하는 대로 경선이 흥행할 경우 최 지사 우세로 고착화되는 듯했던 판세는 서서히 움직일 것으로 예상된다. 그러나 흥행에 실패한다면 지금의 여론 흐름대로 싱거운 승부가 될 것으로 보인다.
경선 흥행, 원주 변수
한편 최 지사는 춘천 출신이고, 새누리당 정창수·최흥집 예비후보는 강릉 출신이란 점에서 이번 강원 지방선거가 영동·영서 지역 간 대결구도로 흐를 가능성이 조심스레 점쳐지고 있다. 강릉을 중심으로 한 영동권 표심은 새누리당 후보에 쏠리고, 춘천권 표심은 최 지사에게 쏠릴 것이란 전망이다.
이럴 경우 지역 간 대결구도 속에서 비교적 자유로운 원주권 표심이 어디로 가느냐가 이번 선거의 승패를 가를 변수가 될 가능성이 크다. 원주는 강원도 3대 도시(강릉·춘천·원주) 중 인구 30만이 넘는 유일한 도시로 유권자 수가 다른 지역보다 많다. 이와 관련해 이 전 시장은 "유권자 수가 많은 원주의 표심을 얻느냐 못 얻느냐에 따라 이번 선거의 승패가 갈릴 것"이라고 말했다.
허주렬 기자 <carpediem@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