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속기획> 금기어로 본 재벌가 비사-한경희생활과학 ‘그림자 회장님’

2014.04.11 19:18:49 호수 0호

한경희 남편의 불안한 '외도' 한경희생활과학 대표

[일요시사=경제팀] 재벌가 혼맥, 대박 브랜드 비밀, 망해도 잘사는 부자들, 기업 내부거래 등을 시사지 최초로 연속 기획해 독자들로부터 호평을 받았던 <일요시사>가 새 연재를 시작한다. 직원들이 입 밖에 내면 안 되는 ‘금기어’를 통해 기업 성장의 이면에 숨겨진 ‘비사’를 파헤쳐 보기로 했다. 일반인은 잘 모르는, 기업으로선 숨기고픈 비밀, 이번엔 한경희생활과학의 ‘그림자 회장님’ 편이다.

 


한경희생활과학은 ‘여성 CEO’가 이끄는 생활가전 전문기업으로 유명하다. 한경희 대표는 주부시절 스팀청소기를 개발, 1999년 회사를 세우고 연매출 1500억원을 올리는 기업으로 성장시켰다. 한 대표는 자연스럽게 언론 등을 통해 성공한 기업인으로 이름을 알렸다.
 
그가 하는 일은?
 
이화여대 불어불문학과를 졸업한 한 대표는 국제올림픽위원회(IOC) 등에 근무하다 1990년 캘리포니아주립대에서 경영대학원(MBA) 과정을 마쳤다. 귀국 후 1996년 5급 공무원 특채시험에 합격해 교육부 사무관으로 일하다 1999년 한영전기를 설립, 2005년 한경희생활과학으로 사명을 바꿨다. 스팀청소기와 스팀다리미가 선풍적인 인기를 끌면서 대표적인 여성사업가로 자리 잡았다. 한 대표는 사업 초기 ‘남편이 어떤 사업을 하다가 망해서 당신이 바지사장을 하느냐’는 의심을 받기도 했다.
 
일반인들은 그가 매스컴에 등장할 때마다 한 가지 의문이 든다. ‘남편은 뭐하는 사람일까’하는 궁금증이다. 한 대표의 남편 고남석씨도 한경희생활과학에서 일하고 있다. 다만 회장직을 맡고 있다는 사실을 아는 사람은 드물다. 현재 사업을 총괄하고 있지만, 그동안 눈에 띄는 활동은 없었다. 지분도 한 대표(7.9%)와 함께 6.5%를 갖고 있으나 ‘한경희 색깔’이 강한 탓에 상대적으로 존재감이 떨어진다.
 
1996년 한 대표와 만난 지 3개월 만에 결혼한 고씨는 한국외대 인문학과를 졸업하고 1984∼1987년 삼성물산에서 근무한 뒤 유통·무역회사를 운영하다 2001년 외조의 길을 택했다. ‘한경희’를 사명과 제품명에 쓰자고 제안한 사람도 고씨였다.
 

스팀청소기 판매가 호조를 보이자 아예 사업을 접고 한경희생활과학에 합류했다. 이사 직함으로 영업과 수출을 담당했다. 한 대표 뒤에 그림자처럼 붙어 다녔다. 고씨는 한경희생활과학 전무와 감사, 부회장을 맡은데 이어 회장에 올랐다. 한 대표와 함께 ‘부부경영’체제를 구축한 것. 한 대표는 해외공략에 주력하고, 고씨는 국내사업을 총괄해왔다.
 
이도 잠시. 최근 고씨가 개인사업을 시작하면서 그 배경을 두고 뒷말이 무성하다.
 
고남석 회장 개인사업 두고 설왕설래
이번에도 또?…8년 전 트라우마 우려
 
업계에 따르면 고씨는 조만간 개인 자금으로 이탈리아 캡슐커피머신 브랜드 ‘까페이탈리아’를 국내 유통하기로 했다. 이미 사업자등록을 마쳤다. 고씨는 지난 2년간 커피머신 사업을 준비하는 등 상당한 공을 들인 것으로 알려졌다. 자체 홈페이지와 온라인몰 등을 통해 커피머신을 판매할 계획이다. 앞으로도 한경희생활과학 회장직은 그대로 유지한다.
 
이상한 건 한경희생활과학 측의 반응이다. 고씨의 사업과 선긋기 바쁘다. 회사 관계자는 “고씨의 커피머신 사업은 한경희생활과학과 전혀 무관하다”며 “한 대표도 본업 외에 남편 고씨의 사업에 참여하지 않을 것”이라고 잘라 말했다.
 
아무리 개인사업이라도 회사가 오너의 일을 ‘나몰라’하는 이유가 뭘까. 여기엔 그럴만한 속사정이 있어 보인다. 고씨의 투잡을 두고 우려하는 직원들의 목소리를 들어보면 회사 측이 예민할 수밖에 없는 상황을 알 수 있다.
 
고씨는 한경희생활과학과 무관한 개인사업을 벌인 게 처음이 아니다. 8년 전에도 외도에 나섰다가 회사로 돌아온 적이 있다.
 
고씨는 2006년 가전생활용품 연구·개발 및 부동산임대업체 ‘엔에스코기술’을 설립했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빚더미에 앉았고 급기야 부도 직전까지 내몰렸다. 엔에스코기술은 설립 첫해 매출 6억원에 영업이익 3억원, 순이익 7억원을 올리는 등 순조롭게 출발했지만 2007년 적자가 나더니 2008년엔 -34억원을 기록했다. 그러는 사이 2009년 기준 총부채는 273억원으로 불어났다.
 
결국 보다 못한 한경희생활과학이 2010년 이 회사를 흡수합병했다. 이로 인해 한경희생활과학은 200억원대 부채를 떠안았다. 이번 고씨의 커피사업을 두고 잡음이 끊이지 않는 이유다.
 

한경희생활과학도 위험한 상황까지 갔다. 엔에스코기술 인수 전후인 2009∼2011년 매출은 각각 730억∼980억원을 냈다. 반면 영업이익은 88억원에서 20억원, 24억원으로 주저앉았다. 순이익도 31억원에서 18억원으로, 다시 적자(-1억원)로 떨어졌다. 이 기간 자산은 450억원, 690억원, 750억원으로 늘었다. 그만큼 부채도 360억원, 480억원, 550억원으로 불었다.
 
“회사와 무관”강조
 
엔에스코기술을 처리(?)한 고씨는 조용히 한경희생활과학으로 돌아갔다. 애물단지를 등에 업은 한경희생활과학 내부에선 불만이 터져 나왔다. 당시 반대가 많았는데, 흡수합병을 반대한 한 고위 임원은 한 대표와 고씨에게 찍혀 결국 사표를 냈다는 후문이다.
 
김성수 기자 <kimss@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한경희생활과학 의문의 최대주주
 
한경희생활과학 주주명단을 보면 의문이 생긴다. 최대주주인 특수관계인이 누구냐 하는 것이다.
 
금감원 전자공시에 따르면 한경희생활과학은 한경희 대표가 7.9%(3만3306주), 고남석 회장이 6.5%(2만7306주)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나머지 85.6%(36만2436주)는 모두 기타 특수관계인이 소유 중이다.
 
한경희생활과학이 처음 공시한 2006년 말 기준 한 대표는 36.6%(3만6600주), 고 회장은 22%(2만2000주)를 갖고 있었다. 특수관계인 지분은 41.4%(4만1400주). 이후 이 지분율이 유지되다가 2009년 한 대표와 고 회장 지분이 각각 7%(7000주), 5%(5000주)로 줄고 특수관계인은 88%(8만8000주)가 됐다.
 
한 대표와 고 회장 부부는 두 아들(찬이-철이)을 두고 있다. 이들 형제가 특수관계인일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이다. 둘은 각각 18세, 16세로 아직 미성년자다. <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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