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은행 수도권 상륙작전 '속사정'

2014.03.24 13:49:30 호수 0호

강남에 간판 달고 ‘세 과시’

[일요시사=경제2팀] 과거 금융권의 천덕꾸러기 취급을 받던 지방은행들이 IMF 금융대란 이후 변화를 모색 중이다. 시중은행이 저금리와 대기업 부실로 주춤하는 사이 지방은행이 성장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또한 지방은행은 서울에 상경해 새로운 성장 동력 확보에 나서고 있다. 지역에서의 성장에 한계가 있다는 판단에서다.

서울에 사는 직장인 김모(26)씨는 최근 전북은행의 'JB다이렉트' 정기예금에 가입했다. 김씨는 "서울에 살아서 이전까지는 지방은행에 대해 관심이 없었는데 요즘 시중은행의 금리가 워낙 낮아 지방은행에 관심을 두게 됐다"며 "2%대 금리를 고집하는 시중은행과 달리 지방은행들은 3%대 금리를 추진하고 있다는 점이 마음에 든다"고 흡족해했다.



지방은행 재도약

지방은행이 의외의 선전을 보이고 있다. 시중은행의 금융서비스에서 소외된 고객층을 공략하면서 자산규모는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1.5배가 됐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부산, 경남, 대구, 광주, 전북, 제주 등 6개 지방은행의 총자산은 지난해 9월 말 149조3000억원으로 집계됐다. 금융위기 직후인 2008년 말 101조4000억원보다 47조9000억원(47.2%) 늘어난 수치다.

반면 주요 시중은행의 총자산은 같은 기간 1113조5000억원에서 1143조8000억원으로 30조3000억원(2.7%) 증가하는 데 그쳤다. 시중은행들은 2008년 이후 파생상품 부문의 자산이 줄어들면서 지방은행보다 자산 증가세가 주춤한 상황이다.

또한 금융위기 여파로 점포를 줄여가고 있는 시중은행과 달리 지방은행은 정반대의 행보를 보이고 있다. 외환위기 후 구조조정을 겪은 지방 은행들은 15년 만에 다시 서울로 영업을 확장하는 모습이다. 지방 은행들이 서울로 영역을 넓히는 것은 기업이 몰려 있는 서울에서 거액의 수신을 받아 자금 조달 창구로 활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과거 지방은행의 서울지점은 47개에 달했다. 그런데 1997년 IMF 금융대란이 터지면서 2009년까지 지방은행의 서울 지점은 13곳으로 급격히 줄었다. 이후 지방은행은 서울에 상륙해 재도약 시동을 걸기 시작했다. 서울에 점포를 점차 늘리기 시작한 것. 2010년 17개, 2011년 19개로 증가하더니 올해 현재까지 31개로 늘어났다.

전북은행은 지난달 서울 서초구에 반포지점을 열었다. 수도권 지역의 14번째 점포다. 지난해에도 전북은행은 인천지역에 구월동, 논현동 및 부평지점의 3개 지점과 서울지역에 천호동지점을 개점하는 등 수도권에 입지를 넓히고 있다.

지방선 성장 한계…앞다퉈 서울에 지점
시중은행보다 높은 금리로 소비자 유혹

특히 지방은행은 예금과 대출을 공격적으로 늘렸다. 2008년 말부터 지난해 9월 사이 지방은행의 원화 예수금과 원화 대출은 각각 89.3%(48조5400억원), 64.7%(39조5900억원) 늘었다. 시중은행 원화 예수금(36.5%)과 대출(14.9%) 증가율보다 2~3배가량 높은 수치다.

전북은행은 고금리 상품인 'JB다이렉트' 예금통장을 출시해 인기를 끌었다. 은행 정기 예금 중 가장 높은 연 3.1% 금리를 제공하기 때문이다. JB다이렉트는 서울에서만 판매하고 있다.
 

경남은행은 스마트폰뱅킹을 통해 가입할 수 있는 예금 상품을 대폭 선보였다. 경남은행의 스마트폰뱅킹가입예금 상품은 130개에 달한다. 스마트폰을 통해 고객 수를 늘려 지역적 한계를 뛰어넘겠다는 판단이다.

지역밀착형 영업 노하우로 수익을 확보할 수 있다는 점도 적극 활용했다. 부산은행은 야구를 좋아하는 지역특색을 살려 '가을야구 정기예금'을 출시했다. 롯데 자이언츠가 우승하면 모든 가입고객에게 0.1%포인트의 우대금리를 추가 지급한다.

아울러 광주은행과 경남은행은 인수대상자가 JB금융지주와 BS금융지주로 결정나면서 지방은행들의 덩치 불리기가 본격화될 전망이다.

출혈경쟁 우려

그러나 지방은행들의 수도권 공략이 출혈 경쟁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금융업계 한 관계자는 "당장은 소비자들 입장에서 좋을 수 있겠지만 지방은행들이 서울지역에 몰려오면서 출혈 경쟁이 일어날 것으로 보인다"며 "출혈 경쟁이 벌어지면 건전성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우려했다.


그는 "지역을 벗어나기 위한 무차별적 대형화는 독이 될 수 있다"며 "지방은행만의 새로운 역할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금융당국도 지방은행의 급격한 몸집불리기에 주시하는 분위기다.

 

박효선 기자 <dklo216@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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