쌍용양회 근로자 추락사 수수께끼

2014.03.17 10:20:54 호수 0호

실종 2시간 지나 신고한 까닭은?

[일요시사=경제1팀] 강원도 쌍용양회 공장에서 근로자 한 명이 매몰돼 숨지는 사태가 발생했다. 작업 중 추락해 변을 당한 것인데 단순 사고사로 마무리되는 듯했다. 그러나 유가족 측에서 새로운 주장이 나왔다. 사측의 안전불감증으로 인한 '인재'라는 것. 유가족 주장에 따라 사건을 재구성해봤다.

지난 3일 강원 동해시 삼화동 쌍용양회 동해공장 야적장에서 근로자 김모씨가 매몰돼 숨지는 사고가 발생했다. 김씨는 야적장 위쪽에 위치한 컨베이어벨트에서 작업하다가 추락해 변을 당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씨는 70년대 후반 쌍용양회 정직원으로 입사해 2007년 정년퇴직을 할 때까지 30여년동안 30년 근속기념패 및 우수사원 표창 2회 등을 받을 정도로 성실히 근무했다. 김씨는 자족들의 만류에도 불구 '손주들 과자 값'이라도 벌겠다며 정직원의 50%도 안 되는 임금을 받으며 퇴직 일주일 만에 쌍용양회 하청직원으로 현장에 복귀했다.

30m 상공서 추락

그러던 지난 3일 오후 5시40분께 집으로 한 통의 전화가 걸려왔다. "차량과 사복은 있는데 근무지에 김씨가 사라져서 수색 중이다. 발견 즉시 연락을 주겠다"는 내용이었다. 가족들은 집에서 걱정되는 마음으로 기다렸다. 그러나 시간이 지나도 연락은 없었고 사측은 "수색 중"이라는 말을 반복했다.

가족들은 오후 6시30분경 쌍용양회 동해공장을 찾아갔다. 도착 당시에도 김씨는 발견되지 않은 상황. 유가족 측에 따르면 김씨의 부인과 사위가 "119에 신고를 했으면 바로 핸드폰 위치추적이 되지 않느냐"고 묻자 그제야 사측은 119에 신고를 했다. 사고현장 근처 사무실에서 대기 하던 김씨의 부인은 쇼크로 인해 동해산재병원으로 이동 응급처치를 받았다. 김씨의 부인은 불과 한 달 전 급성심근경색으로 스텐트 삽입술을 받은 상태였다.

현장에 도착한 경찰과 구급대는 즉시 휴대폰 위치추적을 실시했다. 추적 결과를 바탕으로 해당 구역에 대한 수색을 실시했고 김씨의 것으로 추정되는 모자가 발견되면서 수색은 급물살을 탔다. 그리고 밤 11시께 김씨의 시신이 발견됐다. 직접적 사망원인에 대한 조사는 아직 진행 중이지만 사인은 후두파열, 갈비뼈골절, 팔개방골절, 질식 등인 것으로 알려졌다. 사망 추정시간은 오후 4시, 추락 후 1시간가량 생존했을 가능성이 많은 것으로 전해졌다. 유가족 측에 따르면 김씨는 삼척시 신기면에서 파쇄되어 컨베이어벨트로 실어온 원석(석회암 덩어리)을 분류해 저장하는 과정에서 기계에 이상이 발생하면 중앙통제실에 연락해 가동중지를 요청하고 이상유무를 점검하고 재가동을 요청하는 업무를 담당했다.


유가족 측은 "(김씨가) 2시30분께 기계에 이상이 발생되어 컨베이어벨트에 원석을 실어 보내지 말라고 중앙통제실로 무전을 보낸 후 작업완료 후 재가동하라는 무전을 보내지도 않았는데도 불구하고 중앙통제실에서 임의로 원석을 실어 보내 작업 중이던 아버지가 원석에 맞고 추락한 가능성이 많다"며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측에서는 안전바 미착용으로 인한 개인의 잘못으로 이번 사건을 몰고 가고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또한 유가족 측은 "안전 규정상 2인 1조가 근무를 하게 되어 있으나 인원이 모자란다는 이유로 모든 라인이 혼자 근무하고 있는 실정이다"고 전했다.

컨베이어벨트서 작업하다 떨어져 사망
유족 측, 사고 고의 은폐 의혹 등 제기

유가족은 이어 "아버지가 추락한 이후에도 다음 교대자가 올 때가지 기계를 가동시켜 시신으로 석회석 더미가 쏟아졌다"며 "원석만 실어 보내지 않았다면 사망에까지 이르지는 않았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사측의 주장은 달랐다. 쌍용양회 계열사인 쌍용자원개발 관계자는 "쌍용양회 동해공장은 이번 사건이 발생하기 전에는 추락사고나 안전사고가 단 한 번도 발생하지 않았던 공장"이라며 "모든 근로자들에게 안전바 등의 안전장구를 제공하지만 김씨의 시신이 발견됐을 때 김씨는 안전바를 착용하지 않고 있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또 "김씨는 유가족 측 주장처럼 이상유무 점검 업무를 담당한 것이 아니라 석회석을 파쇄하다 보면 나오는 불순물인 '코팅'을 제거하는 청소 업무를 담당했으며 사고 당시 가로 세로 600 정도 되는 작업판에서 작업하다가 추락을 한 것으로 보인다"며 "김씨가 실종되고 발견될 때까지 해당 컨베이어벨트 라인의 가동은 중단된 상태였다"고 전했다.

그렇다면 사측이 김씨가 사라진 뒤 2시간가량이 지나서야 경찰에 신고를 한 이유는 뭘까? 현장에 출동했던 동해소방서에 확인한 결과 최초 신고시간은 오후 7시12분. 신고를 받은 뒤 119 구조대가 즉각 출동해 현장에 도착한 시간은 7시32분이었다. 사고 고의 은폐 의혹이 일고 있는 상황.

책임공방 가시화

사측의 설명은 달랐다. 쌍용자원개발에 따르면 사측은 처음에는 김씨가 퇴근을 한 것으로 파악했다. 김씨의 근무 종료 시간이 오후 5시였기 때문이다. 그러나 사내에서 김씨의 차량과 사복 등의 개인 물품이 발견됐고 사측은 수색에 나섰다. 집에 갔을 수도 있다는 생각에 가족들에게 전화를 걸었으나 '오지 않았다'는 말을 들은 현장 관계자들은 '사고가 났을 수도 있다'는 생각에 경찰에 신고를 했다.

회사 관계자는 "유가족 측의 주장은 사실이 아니다"며 "가족들의 요청과는 상관없이 회사 총무팀장이 최초 신고를 했다"고 반박했다. 이 관계자는 "사고가 발생한 것에 대해서 안타까운 마음이다"며 "유가족들과 원만한 협의를 이뤄내기 위해 노력 중이다"고 말했다.

 


한종해 기자<han1028@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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